원술, 원소, 조조 모두 여포의 능력을 몰랐기 때문에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나는 그런 거 다 필요 없어요. 일만 잘하면 됩니다.' 한 미디어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확실히 요즈음 사회는 과거에 비해 능력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는 듯하다. 과거에는 충성도(애사심), 인성 등의 요소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면, 요즈음에는 (그 역시 여전히 중요하나) 그보다 상대적으로 능력이 더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령, 회사를 여러 차례 옮겨 애사심이 의심되거나 인성이 그리 따뜻하지 못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능력이 뛰어나면 중용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렇다 보니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 개발에 보다 힘을 쓰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인성이나 관계 형성 등에는 다소 소홀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정말 능력 함양만 신경 쓰면 되는 것일까?
여포는 항우와 함께 중국 역사 상 최고의 호걸 중 한 명이라 손꼽히는 인물로, 삼국지를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누구나 들어본 적 있는 대표적인 맹장이다. 그런 여포지만 이각과 곽사에 밀려 장안을 떠났을 때, 그는 갈 곳 없이 방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처음 원술에게 의탁했다. 당시 원술은 손견을 잃고 자신의 군사를 지휘할 지휘관을 물색하던 중이었기에, 여포의 귀순은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원술은 그를 잠시 받아주었다가 다시 내쫓고 만다.
원술에게 쫓겨난 여포는 원소에게 찾아간다. 당시 원소는 하북의 패권을 두고 공손찬과 대립하던 중이었으며, 공손찬의 기마부대는 그 위용이 높아 원소 역시 상대하기에 큰 부담을 느끼는 중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소는 여포의 합세가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여포는 원소를 위해 장연이 이끄는 흑산적 부대를 손쉽게 궤멸시키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원소는 여포를 암살하려 시도하였고 여포는 결국 또다시 떠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여포는 조조, 유비 연합군에게 패배하여, 하비에서 생포된 채로 조조 앞에 선다. 이 때 여포는 조조에게 자신이 기병대를 이끌면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다며 조조에게 자신을 수하로 삼으라고 제안한다. 당시 조조는 원소와의 전면전을 앞둔 상황이었다. 또한, 원소는 하북을 평정하여 수많은 병력과 군수물자를 확보해 놓은 상태였기에, 조조에게 매우 불리한 형국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여포는 조조에게 원소와의 전면전에서 매우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카드였지만, 그럼에도 조조는 결국 여포를 참한다.
원술, 원소, 조조 모두 여포의 능력을 몰랐기 때문에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그는 언행이 불순하여 군내에서 종종 문제를 일으켰으며, 심지어 과거 자신의 주군을 두 번이나 직접 베었던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환영받지 못한 것이었다. 이것이 비단 여포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엽 역시 매번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주었으나 그의 인성이 좋지 못해 크게 쓰이지 못했다. 우수한 능력은 현대 사회에서 살아갈 때 애무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능력이 아무리 우수하다고 하더라도 인성이나 관계 형성과 같은 부분을 경시한다면, 이는 결국 자신에게 안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조금 극단적인 비유를 들자면, 힘들게 고생해서 능력을 쌓았는데 겨우 동료에게 한 번 웃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색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