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빚이 없는 관계
1. 좋은 관계란 서로 빚이 없는 관계다. 일방적인 관계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사랑을 쉽게 바래게 만든다. 서로 주고받는 관계여야 하지만 그 주고받음에 의해 서로가 짓눌려서는 안 된다. 설령, 그 사람이 그의 의지로 나를 떠났다거나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상황이 되었을 때도, 한때나마 마음을 나누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고맙고 좋은 기억이 되었다면 좋은 관계가 될 것이다. 좋은 관계는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지는 게 아니다. 부단히 연습해야 한다. 날마다 새롭게 만날 수 있는 마음을 나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야 좋은 관계를 차츰 배워가고 있다.
2. 다소 80~90년대 통속소설 제목 같은 이 책은 박범신 작가가 논산에 머물며 쓴 일기다. 논산은 그의 고향이다. 논산과 서울을 오가며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사유, 문학을 향한 타는 듯한 갈증, 비록 자신의 육체는 늙어가지만 늘 문청으로 살고 싶은 간절함이 나타나 있다. 정열과 쓸쓸함, 우울함과 갈망……. 이것은 그가 아직도 문청이라는 증거다. 작가는 지금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 책을 읽던 무렵, 약 4년 전 봄. 친구와 논산 탑정호에 가 본 적이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명재 고택. 명재고택에서 우연히 만난 해설사가 가보라며 추천해준 윤씨네 고택도 가보았다. 충청도 양반들의 아우라란 이런 것인가. 거창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남루해 보이지도 않았다. 사람이 없던 탓인지 무척 고요해서 좋았던 기억이 난다. 탑정호는 생각보다 넓었고 단정했다. 주변에 매운탕집이 조금 있었다. 논산은 내게 조용하고 편안한 곳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