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책방] 두 늙은 여자

by 연두의 무한책임


1. 알래스카의 아타바스칸족의 칙디야크’와 ‘사’는 버려질 날만을 기다리는 늙은 여인이다.

아타바스칸족에게는 한 가지 풍습이 있는데, 겨울철 생존 이동을 위해서 식량을 아끼고 일손을 덜기 위해서 늙은이를 버리고 간다는 것이다. 이제 병들고 힘이 없어 제 몫을 하지 못하는 늙은이는 알래스카의 벌판에 남아 죽을 날만을 기다린다.


칙디야크와 사도 부족으로부터 버려졌고, 다행히(?) 한 명이 아닌 두 명이 같이 버려지게 되어 그나마 서로에게 의지가 된다는 것이다. 두 여자는 결심한다. 어차피 죽을 거, 뭐라도 해보고 죽자, 라고. 지난 시절 기억에 의존해 생존 도구를 만들고 짐승을 사냥하고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도구를 만든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그동안 젊은이들에게 너무 의존했다는 것, 충분히 생존 능력이 있었음에도 죽을 운명을 기다리고 있던 수동적 존재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서로의 지난 상처, 고통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그저 공동체의 구성원에 불과했던 한 사람이 주체적이고 고유한 인격체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한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그의 기쁨이나 성과, 업적, 행복 등 긍정적인 배경보다 그 사람이 숨기고 싶은 내밀한 고통, 열등의식, 슬픔, 비참함, 아픔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한 고통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마음이 허락해야 되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도 하다. 어떠한 관계, 공동체가 오래 간다는 것은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며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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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삶을 직면하고 있나


2. 이 소설은 아타바스칸족 출신으로 어린 시절을 알래스카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실제로 자신의 어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소설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분량은 그리 두껍지 않고 잘 읽히지만 내용은 묵직하다. 공동체, 늙음, 젠더, 모성, 배려, 인간대 자연 등. 읽고 나면 여러 주제를 떠올려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줄곧 떠올랐던 단어는 ‘직면’이었다. 삶에 대한 직면, 나이 듦에 대한 직면, 척박한 자연에 대한 직면……. 따지고 보면 내 삶도 ‘직면’의 연속이다. 미뤄서도 안 되고, 미룰 수도 없는 일. 누군가 대신해줄 수도 없고, 맡길 수도 없는 일들이다. 내 인생에 얼마나 ‘직면’하면서 살고 있는지. 적당한 이유와 핑계로 그냥 회피하며 살고있는건 아닌가. 그것은 내가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