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바빠지는 이유
일손이 늘면 나는 쉴 수 있을까? 파킨슨 법칙에 의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2시간 걸리던 일을 1시간으로 줄이는 도구를 도입하면 내 삶은 더 윤택해질까? 그렇지 않을 겁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지 분석해봤습니다.
*<생산성/업무효율성에 대한 칼럼> 이런 분들께 추천드려요
1. 업무 생산성을 높여서 일을 빨리 끝낸 뒤 워라밸을 챙기고 싶다
2. 남들보다 더 조금 일하면서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싶다
3. 24시간을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어 더 빨리 성장하고 싶다
파킨슨 법칙을 들어본 적 있는가? 파킨슨병과는 무관한 파킨슨 법칙은 거대화된 관료조직에서 업무량과는 상관없이 인력, 예산, 하위조직 등이 늘어나는 반직관적인 현상을 의미한다. 영국의 학자 노스코트 파킨슨은 영국 해군 장병과 군함 수는 줄어드는 반면 해군 공무원 수는 80%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상식적으로 해군이 탈 배는 줄어드는 데 그걸 관리하는 공무원의 수가 늘어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노스코트 파킨슨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권력이 높은 결정권자들이 경쟁자를 만들기보단 (고위 공무원 1명) 부하를 더 뽑는 것(하급 공무원 10명)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파킨슨 법칙은 복잡성 증가 뿐만 아니라 엄청난 비효율성을 야기한다. 많아진 부하들에게 업무를 배정해야 하므로 지시나 보고 같은 과정을 추가해 혼자서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오래 걸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부하는 수많은 업무지시와 보고서에 허덕이고, 상사는 그 보고서를 처리하는 일에 둘러싸인다. 이는 없어도 되는 일이지만 굳이 서로가 서로의 일을 만드는 격이다.
전세계가 강한 AI를 유의주시 하고 있다. 일각에선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란 일자리 종말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전혀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할리우드에선 배우의 연기, 작가의 시나리오 등을 AI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 이 때문에 많은 작가와 배우들이 파업에 나선 사건도 있었다. AI의 진격은 이젠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AI는 정말 우리의 일자리를 전부 빼앗게 될까?
영국의 철학가 버틀런드 러셀은 이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100명이 8시간 일하던 공장에 50명 치를 일할 수 있는 기계가 도입된다면 근로자 50명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인가?"란 물음에 그는 대답했다. “50명이 해고될 필요없이 100명이 4시간씩 일하면 된다.” 수많은 학자들이 8-9시간 근무는 비효율적이라 주장한다. 심지어 자동화의 아버지 헨리 포드도 “4시간만 일하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시간을 채워야 한다. 더 많이 일해야 한다. 놀아선 안 된다.’라는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의 미덕을 고정관념으로 비효율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4시간 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상징적인 내용이다. 파킨슨 법칙은 업무량과 관계없이 공무원의 수가 증가한다는 원리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이런 일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정말로 꼭 필요한 것들일까? 혹시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누군가가 시켜서 불필요한 과정을 추가해온 것은 아닐까?
나는 기록 강박이 있다. 혹시라도 언젠가는 유용하게 쓸 수 있으니 모두 기록해 놓는 습관성 강박이다. 기록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나니 관련된 하위 페이지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진다. 그러면 그것을 관리하고, 찾고, 옮겨 적는 일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비한다. 하지만 내가 적은 것들을 다시 보긴 하는지 잘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냥 적기 위해서 적고 있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 것처럼 “기록의 소유” 자체에 집착했던 것이다. 이 밖에도 사람들은 꼭 필요하지 않고, 실제로 쓰지 않는 일을 만들어낸다.
효율성은 낭비를 줄이는 것에서 온다. 낭비를 줄이려면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정하고, 필요없는 것을 과감하게 버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엔 이 일을 “꼭” 해야 하는 가, 내가 이걸 실제로 쓴 적이 있는 가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가짜 노동에서 벗어나 진짜 효율성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