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현실의 환상적인 만남
감독. 버스터 키튼
출연. 버스터 키튼, 캐스린 맥과이어, 조 키튼, 어윈 코넬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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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2세>는 탐정을 꿈꾸는 어느 영사 기사의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 영화이다. 사랑하는 여인의 집에서 일어난 시계 도난 사건으로 인한 주인공의 억울함과 분노의 감정을 영화를 통해 명쾌하게 풀어낸다. 초기 무성영화이지만, 장면의 구성과 연결은 지금 보아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완성도 있는 작품이다. 특히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또 다른 영화 ‘사랑과 진주’를 통해 현실과 영화가 하나로 이어지는 부분은 최근에 본 어떤 영화에서도 느끼지 못한 짜릿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시기의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 관련으로는 찰리 채플린이 가장 인지도가 높을 것이다. 채플린이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로 스크린에 비춰지던 반면에, 버스터 키튼은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작품 속에 등장한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이러니한 상황과 그의 무덤덤한 연기의 부조화가 웃음을 유발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은 어마어마한 스턴트 연기를 직접 소화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둘 다 대단하지만 <셜록 2세>에서의 키튼에 견줄 바는 못 된다고 생각한다. 옥상에서 차단기로 점프하여 달리는 차에 정확히 떨어지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얼마나 치밀하게 계산하여 촬영했을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한 스릴을 안겨주었다. 해당 장면 외에도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연기로 영화의 볼거리를 더 풍성하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찰리 채플린의 여러 작품보다도 이 짧은 작품이 주었던 인상이 더 강렬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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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영사를 하다가 꿈을 꾸게 되는 장면은 다시 떠올려봐도 기억에 남을 명장면이다. 스크린에 상영하던 영화에는 주인공의 무의식에 의해 현실의 사랑하는 여인과 적으로 묘사되는 남자가 등장한다. 현실에서 여인의 아버지의 시계를 훔친 범인인 이 남자는 상상 속 영화에서도 여인의 진주목걸이를 훔친 것으로 묘사된다. 꿈 속 키튼은 영사실에서 뛰쳐나와 키스하는 두 사람을 보고 어이없어 하면서 영화관의 관객들을 향하여 분노의 모습을 보이고는 순간 스크린 속으로 뛰어들어간다. 남자가 닫은 문을 열자 펼쳐지는 세계는 영화의 두 인물이 있던 공간이 아니라 도로변, 낭떠러지, 숲 속 등 무작위의 공간으로 계속해서 이동하고 결국 그들과는 닿지 못한다. 하지만 영화가 다시 재개되고 배제되었던 주인공은 그토록 되고 싶었던 탐정이 되어 목걸이 도난 사건을 해결하러 그들이 있는 곳에 찾아온다. 주인공이 헤매던 무작위의 세상은 현실에서 주인공이 겪은 시련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다만 현실의 주인공이 탐정의 꿈을 이루지 못하였다면, 영화 속에서 그는 꿈을 이룬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부분에서 키튼은 영화를 이상적인 환상으로 여긴다고 볼 수 있다.
탐정이 된 주인공은 영화 속에서 여러 난관을 재치 있게 풀어나가며 끝내 범인을 잡고 여인과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그 시각 현실에서는 실제 여인이 주인공에게 오해가 있었음을 깨닫고 그에게 사과하기 위해 영화관으로 찾아온다. 때맞춰 잠에서 깬 주인공은 영사실 밖으로 보이는 스크린 속 서로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남녀의 장면을 보며 사랑하는 여인에게 똑같이 따라한다. 주인공은 달콤한 꿈과 같던 영화에서 빠져나왔지만, 영화를 모방하며 현실에서 사랑을 표현하여 결국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된다. 결론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실제와 허구, 즉 현실과 영화를 완벽하게 이어지게 한다는 점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 영화는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영화를 통해 꿈을 이룰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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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초반에 주인공이 영화관에서 일한다는 것부터 굉장히 흥미로웠다. 버스터 키튼은 <셜록 2세>를 통해 자신의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영화적 성취 외에도 물 흐르듯이 이어지던 영화에 대한 일관된 관점이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특히 그가 영화를 묘사한 방식이 내가 영화를 보는 관점과 유사한 점이 많이 때문에 더 와 닿는 부분이 많다. 한편으로는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과 같은 묘사라고 비판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나는 그의 방식을 열렬히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