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이지만, 할 말은 하겠습니다
종이에 써내려간 요구사항들은 받아들여질 것인가
부산에서 2019년 8월부터 학원에서 강사로 일해오고 있다. 첫번째 학원은 1년을 다녔고, 두번째 학원을 거쳐 지금의 세번째 학원에 다니기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금의 학원은 2021년 3월 초부터 다니기 시작했는데, 다닌지 3개월 정도 지났을까, 그때쯤 원장님께 크게 실망한 일이 있었다. 원장님께서 학생들 앞에서 내게 시끄럽다고 하시면서 내 의견을 묵살하셨다. 그때 느껴졌던 부끄러움과 당혹감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다닌지 3개월 차 신입이었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먼저 원장님께 이 상황이 부당하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를 보냈다. 원장님께서는 문자를 읽고 엄청 당황하신 듯 했다. 하지만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그 날 하루동안, 나는 학원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묵묵히 내 일만 했다. 조금씩 알게 모르게 쌓여오던 불만들이 속에서 끓어올랐다. 하지만 모든 생각이 정리가 되진 않아서 말을 아꼈다.
그리고 퇴근 후 나의 자취방에서 홀로 앉아 그간의 불만들을 머릿 속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크게 3가지로 요약해서 흰 종이에 써내려갔다. 흡사 각서나 계약서의 형태였다. 불만들이 종이로 옮겨가자, 터질 듯한 감정들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다음날 아침, 원장님께 면담을 요청했다. 학원 운영 시간 전에 뵙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원장님께서 오시자마자, 나는 요구사항이 쓰여진 종이부터 내밀었다. 원장님께서는 찬찬히 나의 글을 읽어보시더니, 천천히 입을 떼셨다.
"혜은쌤 말이 맞다. 내가 미안하다."
어젯밤 종이에 불만을 적을 때만 해도, 엄청난 독기를 품고 이 요구사항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한 달 텀을 두고 학원을 그만두겠노라 다짐했는데, 원장님의 한마디에 적의를 상실하고 눈물만 뚝뚝 흘렸다.
사실, 원장님께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줄 몰랐다. 평소에 자존심이 무척이나 센 분이어서 내가 종이를 내밀면 화부터 내실 줄 알았다. 하지만 모든 걸 수용하고 먼저 손을 내미신 원장님께 일종의 감동을 느꼈다.
원장님께서는 어제는 원장님도 생각 정리가 안 되어서 아무 말도 못하셨다며, 내가 적은 3가지의 요구사항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개선책을 제시해주셨다. 그리고 앞으로 불만이 생기면 쌓아두지 말고 그때그때 얘기해달라고 하셨다.
그때를 되돌아보면, 참 겁이 없었다 싶다. 그 시점을 기점으로 원장님과의 사이가 더 돈독해지고 서로에 대한 의리가 생겼지만, 나의 행동은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하고 한 행동이었다. 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원장님의 포용력에 한 번 더 큰 박수를 보낸다.
덕분에 3개월 차였던 신입은 6개월 차가 되어 학원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한 일상들을 앞으로도 기록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