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선생님이지만, 아직 견습생입니다
아직도 성장 중인, 미완의 선생님
학생 때부터 영어를 잘했다.
중3 때 외고 입시를 1년간 준비하면서 영어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외고를 1년 다니다가 나와서 일반고로 가긴 했지만 일반고에서도 영어 모의고사 100점을 여러 번 받고, 모든 내신 영어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았다.
대학생 때는 마음에도 없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한 달간 토익학원을 다니고 토익 955점을 받았고, 토익 스피킹 학원을 3주 다니고 Lv.7을 받았다.
그런 나에게 학원 선생님으로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지만, '본인이 영어를 잘하는 것'과 '영어를 잘 가르치는 것'은 별개임을 많이 느낀다. 어느 정도 상관 관계가 있을 지는 몰라도, 나는 처음 영어 학원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매일 '가르치기 위해' 영어를 공부해야 했다.
두번째 다녔던 학원은 여자 선생님들이 가득했던 어학원이었는데, 그 분들이 원래 영어를 잘하던 분들이었을 지는 모르지만, 수업 준비를 위한 공부를 안 하시는 분들이었다.
그 분들 눈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몇 시간씩 수업 준비를 하는 내가 유별나 보였던 것 같다. 열심히 한다고 인정을 해주시면서도, 그와 함께 슬쩍 본인이 모르는 영어 문법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셨다.
그 학원에서 3개월을 일하고 난 뒤에, 나는 어느새 수업 전에 '선생님들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되어있었다. 나의 관계대명사/관계부사 수업을 본인들도 듣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을 때, 나는 내가 이 학원에서 일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진심으로 회의가 들었다.
그래서 다른 학원(지금의 학원)의 면접을 보았다. 이전 학원의 원장님께 시강(시범 강의)을 하고 극찬을 받았던 관계사 파트를 똑같이 시강을 했는데, 원장님의 표정이 묘했다.
"발음도 좋고, 전달력도 좋고, 자신감도 좋고 다 좋은데 지금 하는 강의를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다구요? 성인 대상으로 해야할 강의를 중학생들에게 하고 있었네요."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제대로 된 지적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짜릿했다. 나의 부족함을 봐주는 원장님이라니. 이 원장님이라면 나를 성장시켜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들었다.
원장님께서 잠시 관계사에 대해서 내게 수업해주셨다. 문법 교재들에서 다루는 문법 이상의 수준이라 백프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해해보고 싶었다.
원장님의 눈에 아직 미숙해보였던 내가, 원장님께 배워보겠다고, 원장님께 배워가면서 수업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을 때, 원장님은 고민하시는 기색이 역력하셨다.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하셨다.
이틀의 시간이 지나고, 원장님의 오케이 사인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다. 20년 이상 영어 강사를 해오신 원장님께 배울 기회가 생겼다.
이 학원에서 일한지 6개월이 된 지금에도 나는 화, 목요일이면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씩 일찍 와서 원장님께 문법 수업을 듣는다.
어느새 원장님의 문법 수업이 내게 마냥 어렵지만은 않다. 그래, 그거면 됐다. 많이 발전했다. 나는 아직도 성장 중인, 미완의 선생님이지만, 여전히 즐거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