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원장님은 옛날 사람입니다

by 혜은

지금 학원의 원장님은 옛날 사람이다. 나이가 많으셔서라기 보다는 심성이 그러하시다.


이 학원에서 일한지 한두달쯤 되었을 때, 원장님과 대화를 하다가 원장님께 진심을 담아 칭찬을 했는데, 되려 화를 내셨다. 당혹스러웠다.


같은 맥락에서 내가 저녁을 잘 챙겨먹지 않자, 밥 좀 챙겨먹으라고 화를 내셨다. 아니, 그 따뜻한 말이 화내면서 할 말인가.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서야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원장님은 옛날 사람이셔서 감정 표현에 서투르시구나. 쑥스러워도 화를 내시고, 걱정이 되어도 화를 내시는구나. 참 따뜻한 분이구나.


그걸 깨닫고 난 뒤, 남들이 다 무서워하는 원장님이 더는 무섭지 않았다. 귀여운 분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은 너무 진지하고 차분하게 돌멩이들을 만지작 거리고 계셔서, 무슨 일이 있으시냐고 물었더니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각자 어항을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어떻게 만들지 구상 중이라고 하셨다.


학원에 원장님이 직접 만드신 어항들이 많기에 아이들이 순간 욕심이 났으리라. 나라면 그냥 넘겼을 말을 옛날 사람인 원장님은 그냥 넘기지 못하시고 진심을 다하고 계셨다.


얼마 후, 원장님은 알록달록한 색깔의 작은 돌멩이를 밑에 깔고, 큰 돌멩이와 조화를 글루건으로 세심하게 붙인, 흡사 예술 작품으로 보이는 어항 여러 개를 만드셨다.


그리고 학생들이 물고기들을 키우는 법, 어항을 관리하는 법을 모를까봐 초5 학생들 앞에서 재차 설명을 하시다가, 그래도 불안하셨는지 폰으로 영상까지 찍으셨다.


나에게는 그 정성이 신기했다. 내가 다음에 내 학원을 한다면, 나는 학생들에게 그럴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도 해봤다.


우리 학원에는 테라스가 있는데, 거기에는 고추, 상추, 방울토마토가 자라고 있다. 원장님께서는 그 작물들을 선생님들께 나눠드리면서 기분 좋아하신다.


어느날 원장님께서 학생들에게 방울

토마토를 몇 개씩 나눠주시길래, 장난스레 저는 왜 안 주시냐고 했더니, 굉장히 당황하셨다.


그러더니 그 날부터 출근을 했을 때, 수업한다고 자리를 비웠을 때, 와보면 내 책상 위에 방울토마토가 몇 개씩 올려져있다.


아는 척 하며 감사하다고 하면 또 쑥스러워 화를 내실까봐, 아무렇지 않게 화장실로 가서 방울토마토를 씻어 맛있게 먹는다.


원장님과의 에피소드들을 적다보니, 내 입가에 가만히 미소가 지어진다. 아마 나는 옛날 사람인 원장님의 인간적인 면에 이미 큰 애정이 생겨버렸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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