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초 직장이 저에게 맞습니다

내가 느낀 여초 직장 vs 남초 직장

by 혜은

이 글은 전적으로 내 경험에만 바탕을 두고 쓰는 글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공감하지 못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번째 학원과 두번째 학원이 다 완전한 여초 직장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둘 다 학생들과의 관계보다는 선생님들과의 관계에서 불만이 많았고, 그게 그만둔 가장 큰 이유였다.




첫번째 학원에서는 원장님께서 나를 유독 예뻐하셨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내가 느끼기에도 유별나게 예뻐하셨다.


다른 여자 선배들은 그게 마음에 안 들었나보다. "원장님은 윤매니저만 예뻐하시잖아요"라는 말이 내 귀에까지 들어온 걸 보면.


여자 선생님들만 모여있다보니, 말이 많았고 텃세도 심했다. 학원 카운터에 전화가 걸려오면 신입인 내가 받아야 한다는 말을 아무도 해주지 않아서, 내가 받아야 되는 상황에만 전화를 받았다.


몇 달 후 다같이 워크샵을 갔을 때, 숙소에서 원장님이 주무시러 가시자 내게 한 여자 선배가 한 말, "윤매니저는 신입이면 전화를 다 받아야 되는데, 왜 안 그래요?우리가 신입일 때는 멀리서도 뛰어와서 받았어요." 그때의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 선배는 가끔 내 방에 찾아와서 학생들 앞에서 나를 지적 하기도 하고, 내 담당 학생들을 보란듯이 자기가 혼내기도 했다. 자기가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이가 없다.


사회 초년생이었던 소심한 나는 이에 대해 그 선배에게 바로 말하지 못하고 원장님께 면담을 요청했고, 원장님께 한 소리 들은 그 선배는 그 시점부터 나에게는 지적질을 하고 그 날 원장님께 가서 자기가 오늘 나에게 너무 심했던 것 같다고 미리 선수를 치는 거짓 연기를 시작했다.




두번째 학원은 여자 선생님들이 원장님의 지시대로 수업 1시간 전에 출근을 했는데, 나는 수업 준비를 아침에 일어나서 미리 해왔고, 다른 선생님들은 그 1시간 동안 바짝 수업 준비를 했다.


그 결과, 그 시간동안 걸려오는 전화, 보충 오는 학생들, 단어 테스트 관리는 모두 내 차지였다. 미리 수업 준비를 해왔다는 이유로, 그들은 내게 일을 미뤘다.


나중에는 나도 일부러 수업 준비 할 분량을 남겨두고 출근을 했지 싶다. 자연스레 같이 그들과 앉아 있기 위해서.




지금의 학원은 나와 여자 국어 선생님 한 분을 제외하고, 다 결혼한 남자 선생님들로 구성되어 있다.


남자 선생님들은 일단 다들 말이 없으시다. 편을 가르는 일은 당연히 없다. 원장님께 애써 잘 보이려고 하시지도 않는다. 각자의 수업에 최선을 다 하시다가, 학원 공동의 일이 있으면 자기 일처럼 신경 쓰신다.


나 같은 초짜 선생님이 들어와도 본인의 일을 미루지 않으신다. 사소한 심부름마저 시키신 적이 없다.


선생님들과 학원 대청소를 할 때도, 각자 너무 열심히 자기 구역을 청소하신다.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불만이 없다. 누가 청소를 더 하고 덜 하고도 없지만, 애초에 이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는다.


청소가 끝나면 말 없이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수고했다고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는 요새 학원에서 선생님들과의 관계를 걱정해본 적이 없다. 내가 말을 걸면 그때는 다들 위트 있게 웃으며 말을 받아주신다. 덕분에 동료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낸다.




나는 남초 직장이 맞는 사람이다. 이를 모르고 살았지만, 이번 직장에서 이를 크게 느끼면서 지내고 있다. 이 학원을 오래 다니겠지만, 혹시 언젠가 다른 직장을 구하게 되더라도 나는 남초 직장을 찾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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