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니며 누구에게나 소중한 날이 있다. 이번 해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날은, 올해의 스승의 날이었다.
학원에서 2년 넘게 일을 하고 있지만, 스승의 날을 크게 기념해본 적이 없었는데, 올해의 스승의 날은 좀 달랐다.
올해의 스승의 날, 나는 지금의 학원에 온 지 2달 정도 된 신입 선생님이었다. 학생들의 스승으로 자리 잡기에 2달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정말 아무 기대 없이 스승의 날을 맞이했다.
그 날, 갑자기 원장님께서 모든 선생님을 모이게 하셨다. 우리 학원은 이렇게 불시에 회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별 생각 없이 내 자리로 왔다.
모두가 모이자, 원장님께서 예쁘고 작은 바구니를 한명씩 나누어주셨다. 그 안에는 모든 선생님의 이름이 적혀 있는 봉투가 있었다. 다들 봉투를 궁금해하자, 원장님께서 웃으며 말씀하셨다.
"제가 편지를 한 통씩 썼는데, 한 번 열어보십시오."
선생님들이 각자 봉투를 열어 보고, 의문의 미소를 띄고 계셨다. 나도 궁금해서 봉투를 열어봤다. 현금이 두둑히 들어있었다.
"편지가 마음에 드십니까?"
원장님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물어보시자, 다들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스승의 날을 우리끼리라도 기념하고자 해서, 한 번 준비해봤습니다! 냉장고에는 마카롱이 있으니 한 상자씩 가져가시면 됩니다."
나중에 수업 하고 돌아와보니, 책상에 분홍색 카네이션이 올려져 있었다. 감동의 연속이었다.
두 손 가득 퇴근해서 집에 왔을 때(그때 당시에는 부모님과 본가에 살고 있었다), 부모님께서 나보다 더 좋아하셨다. 부모님도 아무 기대 없었던, 나의 스승의 날을 원장님께서 특별하게 만들어주셨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나의 또래인 여자 국어 선생님과 함께 백화점에서 추석 선물을 준비했다.
내가 세운 추석 선물의 조건은 두 가지였다.
첫째, 원장님께서 보관하시기 쉽도록 상온에서 보관 가능한 제품일 것.
둘째, 원장님이 요새 버스를 타고 출퇴근 하시므로, 집에 들고 가시기에 가벼운 제품일 것.
여자 국어 선생님과 백화점을 몇 바퀴 돌아, 우리가 구입하기로 정한 선물은, 한과 세트와 오설록 티백 세트였다. 원장님께서 어머님을 모시고 계시기 때문에 원장님의 어머님께서 한과를 좋아하실 것 같았고, 원장님께서 수업 전에 차를 즐겨 마시셔서 그렇게 정했다. 선물을 구입한 우리 둘은 만족스럽게 헤어졌다.
곧 그 선물을 받게 되실 원장님께서 좋아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스승의 날에 내가 느꼈던 기쁨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