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들어오신 게 성공하신 거예요
선배의 묵직한 한 마디
지금의 학원에 들어와서 4개월쯤 지났을 때, 두번의 시험 기간을 버텨내고, 나는 드디어 이 학원에 제대로 적응이란 걸 해냈다. 선배들과도 많이 가까워졌다.
이 학원에서 '선배'라는 개념은 내게 굉장히 역설적이다. 이제 2년차 강사인 나와 달리 다른 선배들은 기본 경력 10년차 이상이다. 하지만, 그 분들은 내게 어려운 존재는 아니기에 역설적이다.
그 분들과 편하게 이야기하고 웃는다. 가끔 이 시점에 어떤 걸 준비하면 좋을지 조언도 듣는다. 원장님과 나를 제외하고는 다 다른 과목(국어, 수학)을 가르치고 계시지만, 경력에서 나온 조언들은 나에게 다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더 솔직히 얘기하면, 참 고맙다. 신입으로 들어온 내게 마음을 열고 조언해주시는 그 자체가 너무 고맙다.
한 선배와 학원 식탁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으면서 한 얘기가 있다.
내가 먼저 말했다.
"이제 저도 좀 적응했는지, 수업하는 게 재밌어지기 시작했어요. 이제 이 학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선배가 말했다.
"원래 처음에 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예요. 그냥 하다보면 조금씩 늘게 되어 있어요."
"원장님도 참 좋은 분이라고 느껴요. 원장님이 많이 가르쳐주셔서 지금 수업을 어느 정도 하게 된 것 같아요."
나의 그 말이 끝나자, 선배의 눈빛이 좀 달라졌다.
"원장님을 제가 안 게, ㅇㅇ학원 해운대 지점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ㅇㅇ학원 전체 지점들을 관리하는 간부로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오래 전부터 존재는 알고 있었죠."
그리고 잠시 생각하시더니, 하신 말씀.
"여기 들어오신 게 성공하신 거예요. 저는 원장님의 아킬레스 건이어서 원장님 속 많이 썩이고 있지만..."
왜 여길 들어온 게 성공한 건지 굳이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그냥 알 것 같았다. 원장님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느껴졌다.
나도 원장님을 많이 아끼는 한 사람이라고 자부하지만, 그 선배가 원장님을 믿고 따르는 정도는 원장님과 함께 일해온 세월과 함께, 나보다 훨씬 깊고 넓게 느껴졌다.
선배의 말이 인상 깊었는지, 계속 생각이 났다. 그 말을 듣고 어쩌면 나는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학원가에서의 성공. 솔직히 그게 뭔지 감도 안 잡히는 신입인 내게, 훨씬 긴 세월을 학원가에서 일한 선배가 해준 말.
그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지금 제대로 된 길로 가고 있다는 확신에 안도감이 느껴졌다.
"여기 들어오신 게 성공하신 거예요."
선배의 묵직한 한 마디가 내게 정말 많은 생각들을 불러일으켰다. 이 학원을 다니며 가장 좋았던 순간들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