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어서 쓰는 이야기
선배는 언제나 심야라디오를 들었다. 품에 안겨 있는 것도 잠시
핸드폰, 라디오, 카오디오
잠시 눈이 떠지고, 선배는 언제나 심야라디오를 틀었다. 몇 번의 주파수를 맞추는 백색소음이 들리고, 곧이어 졸음이 가득 담긴 심야 라디오의 DJ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디오의 디제이는
몇 번이고 사랑과 이별과 영화와 노래와 그리고 추억에 대한 낯익은 사연들 그리고 노랫말들 주파수 먼 거리에서 들려왔고 선배는 계속해서 내 가슴을 쓰다듬었다. 어쩌면
선배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을까?
이런 불안한, 아니 불안정한 마음을 침대에 눕히며잠시 귀기울이던것도 어느덧 자장가가 되어 아침의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 나는 주파수를 껐다. 그리고 선배는 내가 잠이 들었던 것 처럼 고스란히 잠을 자고 있었다. 아침의 막 비친 햇살이 어두운 자취방을 잠시 비추고 있었고 먹다말았던 청색 생수가 아침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선배와의 아침, 1인 침대를 나눠쓴 아침의 부시럭한 이불을 잠시 걷으며 나는 창문을 열고 담배를 폈다. 잠결에 들었던, 이름모를 가수와 노랫말의 후렴구를 입속으로 내뱉으며
선배는 나보다 2살 연상이었다.
대학에서 술에 취해 시를 좋아한다는 얘기에 몇 번이고 나웠던 시 문구와, 어설프게 알던 인문학적 지식들을 나누다, 그렇게 만남을 가졌다. 그도 그럴 것이 선배가 취할 때면, 눈가에 고인 핏줄과 눈꺼풀 사이에 가득했던 핏줄들이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았던 모습들이
심야 라디오 같았다.
아무도 듣지 않고 나만 듣고 있는 세계의 전부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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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05일
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