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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 Oct 12. 2015

세 번째 만화 <뷰티풀 군바리>

대한민국의 ‘남성’이라면 군대와는 때 놓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거나 고위공직자의 아들이 아니라면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필수적으로 군대는 빠질 수 없다.


때문에 모든 남성들이 군대라는 체험을 공유하고 서로가 동질감과 이질감(?) 느끼게 되면서 군대 이야기는 술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가 된다.(개인적으로도 매우 좋아한다)   


<뷰티풀 군바리>는 2000년대 가상의 대한민국을 바탕으로 여성이 군대에  간다면?이라는 아주 자극적인 소재로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극적인 소재라 함은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군입대라는 소재가 여전히 이슈가 되기 때문이다.     


꽤 오랜 기간 여성=임신,  남성=군대라는 코드가 웹상에 많은 논란을 불어 일으킨 적이 있었다. 여기에 페이스북에 개념 발언으로 많은 좋아요를 받는 여성 참가자와 군삼녀를 비교하는 모습들.   


웹툰에서도 표현했지만 뭐... 말할 필요 없다.

뭐 이러한 논란과 이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군대 이전에 성대결 혹은 성차별로 넘어간 만큼 말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뭐 여자가 군대를 가고 안 가고의 문제가 아니라 <뷰티풀 군바리>가 과연 20대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뷰티풀 군바리>가 여성이 군생활을 했을 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심층적으로 표현했다면 좋았지만 그저 남성의 여성화에 그치고 말았다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여자라 쓰고 남자라 읽는다.  


<뷰티풀 군바리>의 경우 훈련소 편과 자대 편으로 이야기의 구조가  나누어진다고 팬들 사이에서 회자될 만큼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훈련소 편의 경우 정말 국방부 홍보만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자대의 경우 2000년대 초반의 군생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설사 의경이라고 해도) 극사실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자대 편의 이야기다. 자대에서 생활을 하게 되는 주인공 4인방은 당시 폭력으로 점철된 의경부대에서 폭력, 악습 등을 경험하며 군생활에 대한 모종의 회의감을 갖게 된다.     


현재, 의경부대가 폭력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는대 개인적으로 육군을 나와서 잘 모른다.


 어쨌든 이 자대 편이 과연 현실성 있냐는 것에 문제를 삼고 싶다. 여성 선임이 빵꾸(실수)를 낸 후임들의 따귀를 때리고 발로 까고 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이질적이다.     

?

이런 모습은 낯설게 보기에는 성공했다. 군생활에 별로 관심이 없는 여성 독자들에게 당시 남성들이 군생활에서 겪었을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본질을 전하는 데는 실패했다. 작중에 드러나는 여성들은 여성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남성 작가의 여성 군대 판타지에 가까울 정도다.  


여성성이 꼭 누군가를 보듬고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아닌 20대 여성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여성성을 바탕으로 이야기 구조를 풀어나가는 것이 아닌 단순 남성화된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결국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군대의 본질


다시 말하면 <뷰티풀 군바리>는 남성들의 군생활 이야기다. 때문에 군대와 관련된 미디어에서 자주 보이는 폭력의 대물림, 군대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이야기로서는 충실하다고 보인다.   


여기서 2005년도 영화인 <용서받지 못한 자>의 이승영의 모습이 떠올랐다. 군대의 부조리함에 당당하게 바꿀 것이라고 중학교 동창이자 선임에게 이야기하던 그는 점차 군대의 악습에 녹아들어 간다.   


이 만화에서도 군대의 부조리함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아직 회가 거듭되지 않았지만 군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주인공 중 하나인 수아가 화자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수아가 시위를 막다가 그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불쌍해서 울 때, 설유라 수경은 ‘집에 가야지’라는 말로 다독이며 설유라 수경만의 정답을 내놓는다. 또 구타를 당하고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있는 수아에게 마리아는 동기야 말로 군생활을 버텨낼 수 있는 정답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큰 공감이 됐다. 나에게 있어 군생활은  무엇이었을까?라는 것을 생각하며 다시금 20대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으니.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 여성들에게는 <진짜 사나이>처럼 간접적인 체험만을 제공했을 뿐 여성들이 군대에 갔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전혀 대처를 하고 있지 못하는 모습들이 아쉽다.


차라리 현재 간부생활을 하고 있는 20~30대 여성들의 입장에서 겪을 수 있는 온갖 군대내의 악습을 그렸다면 좋은 평가를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거 말고.


차후 <뷰티풀 군바리>가 수아 혹은 다른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20대의 여성이 폭력과 악습으로  대물림되고 있는 군대를 경험하고 느끼며 새로운 해답을 내놓기를 바랄 뿐이다.


2015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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