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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것을 본다
by 송현석 Mar 13. 2018

나는 다른 것을 본다

〈나는 다른 것을 본다〉 -1화-

모든 것은 관찰에서 출발한다. 우선 부지런히 보고 또 봐야 한다.

아무리 사소한 행동이라도 무의미한 것은 없다. 다음은‘ 다르게’

봐야 한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 직관을 총동원해서. 그러다 보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이 보인다 


_ 나는 다른 것을 본다



# 데카르트 “나는 다르다. 고로 나는 선택 받는다.”


데카르트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명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였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희대의 명언을 기억할 것이다. 이 명언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사람의 존재에 관한 형이상학적 정의이다. 쉽게 풀어보면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이지 싶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그 생각이 나의 존재를 정의해 주고 또한 나만의 차별화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데, 나는 철학자 데카르트가 정의한 것과 조금 다르게 표현했다. ‘나는 다르다. 고로 나는 선택 받는다.’ 유명한 사상가의 명언을 허락없이 수정할 생각은 없다. 내가 의미했던 데카르트는 철학가 데카르트가 아닌 최근 등장한 마케팅 컨셉 이자 전략인 데카르트이다. 데카르트(Techart)는 ‘테크놀로지(Technology: 기술)와 ‘아트(Art: 예술)의 합성어로 정확한 발음은 ‘테카르트’지만 철학자 데카르트와 유사한 발음이라 데카르트로 불리게 되었다 한다. 데카르트는 유명 디자이너 혹은 예술가의 독특하고 예술적인 디자인을 제품 디자인에 적용해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고 브랜드 이미지와 품격을 향상시키고 차별화 시키는 마케팅 전략이다. 이런 데카르트 전략에 가장 열광하고 호응하는 새로운 소비계층을 아티젠(Artygen)이라 불리운다. 네이버 지식백과 사전에 의하면, 아티젠은 Arty와 Generation의 합성어로 상품의 기능적인 측면 뿐 아니라 예술이 결합된 아트디자인을 선호하며 세련되고 예쁜 디자인의 수준을 넘어 디자이너 혹은 예술가가 주는 고유의 디자인과 퍼스널리티(Personality)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고 한다.

최근에 많은 브랜드들이 데카르트 전략으로 기존에 틀에 박힌 브랜드 이미지나 정체된 매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브랜드는 단연코 구찌(GUCCI)일 것이다. 구찌가 어떤 브랜드인가?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여타 명품 브랜드와 대비에 결코 뒤지지 않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 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유명세와 인기도 잠시였을 뿐, 너무도 자주 마주치는 유사한 디자인과 동일한 로고의 가방에서 식상함과 브랜드의 피로도가 쌓여 전 세계적으로 매출하락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구찌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악세서리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던 알렉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44세의 젊은 나이에 2016년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파격 승진하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시작된 구찌의 파격은 클래식과 컨템포러리함의 만남이라는 수식어 속에서 융합되면서 구찌의 기존 고객층은 물론 젊은 고객층 및 남성 고객들까지 사로잡은 것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중년 여성이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하였으나, 지금은 10대 말부터 4-50대까지 아우르는 인기 브랜드로 거듭났다. 이로인해 최근에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이 급격히 향상되어 구찌를 다시 세계적 명품브랜드의 반열에 올려 났으며, 루이비통(Louis Vuitton), 버버리(Burberry)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명품브랜드에서 구찌 스러운 디자인을 따라오게 만들었다. 특히, 미켈레가 가장 역점을 두고 디자인의 차별화하고 있는 부분이 데카르트이다. 예술적인 자수 디테일과 감각적인 동물자수 및 색감 있는 동물 프린팅 등은 폭 넓은 고객층에게 세련됨과 유니크 함을 제공하고 있다. 그 외 헬렌 다우니(Helen Downie)등을 포함한 수 많은 예술과들과 지속적인 디자인 콜라보 프로젝트를 통해 브랜드 본연의 기능적 플랫폼만 유지하고 팔색조처럼 디자인을 다양화해 브랜드 이미지의 범주를 계속 확장해 나가고 있다.


# 온리 유여야 온리 원이 된다

계속되는 불황에도 명품, 일명 럭셔리의 인기는 여전하다. 짝퉁이 끝없이 팔리고 자신의 소득수준을 넘어서서 명품에 집착하는 이들이 생겨날 만큼. 젊은이들 중에는 루이비통 진품을 사지 못하니 루이비통 쇼핑백을 거래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나는 이쯤에서‘ 럭셔리’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해보고 싶다. 명품의 가장 큰 가치는 단연코 ‘ 희소성’이다. ‘ 이걸 갖는 순간 남들과 달라 보인다’는 느낌이 명품을 사는 이들의 심리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가격이 높지 않아도, 품질이 뛰어나지 않아도, 얼마든지 럭셔리가 될 수 있다.

페라가모의 CEO 미켈레 노르사는 고객에게 시간과 정성을 들여‘ 특별한 한순간’을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럭셔리라고 말했다. 앞의 사례에서 언급한 맥주는 어쩌면 가장 럭셔리한 선물인지도 모른다. 아마 자신의 지인들에게까지 알아서 선물을 돌린 회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특별한 사람으로 대접받았다는 느낌은 두고두고 남는 법이다. 이는 진정한 섹시함은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상대의 마음을 읽고 상대가 원하는 부분을 적절하게 채워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섹시다. 

2012년 대히트를 기록한 영화 〈건축학 개론〉의 메인 카피를 기억하는가?‘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이 한 줄의 카피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카피, 참 섹시하게 잘 뽑았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흥행으로 이어졌다). 말 그대로 우리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지금은 머리숱이 적은 50대 아저씨도, OO 엄마로 불리는 40대 아줌마도 과거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모든 이들의 공통된 추억을 건드리는, 과거 잘나갔던 나를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유혹이 적중한 건 당연하다. 더구나 첫사랑은 세상을 통틀어‘ 단 한 명’밖에 없다. 누군가를 사로잡으려면 상대를 ‘ 온리 유’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나를 위해 차려입은 그녀를 보며 반하는 이유는, 단지 예뻐서가 아니라 시간을 내서 옷을 고르고 정성 들여 화장한 그녀의 노력 때문이다. 그녀가 투자한 시간이 나를‘ 온리 원’으로 만들어준다. 여자들이 하나같이 한 손으로 후진주차를 하는 남자의 옆모습이 섹시하다고 말하는 것은, 나를 위해서 무엇이든 해줄 것 같은 남자의 속내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남녀관계뿐 아니라 비즈니스에서도 희소성은 빛을 발한다. 내가 아는 광고대행사는 명절 때마다 항상 특별한(?) 선물을 보내온다. 장인이 만든 국수, 명품 된장, 천일염 등이 그것이다. 남들 다 하는 과일 바구니, 고기 세트나 통조림 세트는 누구에게 받았는지 사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어떨 때는 부피만 커서 집에 가져가기 귀찮을 때도 있다.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선물은 비교 대상이 없어야 제대로 먹힌다. 하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품목, 남들과 비교할 수 없는 제품이라고 무조건 비싼 것만 찾을 순 없지 않은가. 그 광고 대행사에서 보내오는 선물을 가만히 관찰해보니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굳이 자기 돈 주고 사기는 살짝 아까운 것들이었다. 사소한 것 같아도 이왕에 하는 선물이라면 눈길이 한 번 더 가는 물건을 고르는 감각. 나는 이에 감명을 받아 지난 설, 몇몇 지인들에게 해외 유명 지역의 소금만을 담은‘ 세계 소금 세트’를 선물해보았다. 효과는 당연히 기대 이상이었다.


# 너무 많이 보여주지 마라

유혹의 핵심은 희소성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다른 사람은 줄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이다.‘ 희소성’을 가장 잘 활용한 것이 바로 한정판 마케팅일 것이다. 한정판, 리미티드 에디션, 소장판 등등, 단어만 바꾼 한정판들이 매장을 점령하고 있다. 특별히 비싼 물건도 아니다. 


문구업체 모나미에서는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몸체를 플라스틱 대신 황동으로 입힌 볼펜 만 개를 만들었는데, 바로‘ 모나미 153 리미티드 1.0 블랙’이다. 제품은 나온 지 하루 만에 매진됐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한정판 재생산’을 요청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졌다. 압구정동에 가면 변강쇠 떡볶이라는 가게가 있다. 갈 때마다 손님이 많아서 제대로 자리를 잡기가 힘들 만큼 인기가 많은 곳이다. 당일에 뽑은 가래떡으로 떡볶이를 만든다는 것 외에 독특한 주문 방식이 눈길을 끈다. 몇 인분이 아니라 가래떡 개수로 주문하면 떡볶이를 그에 맞게 잘라준다. 가래떡 2개, 3개라는 식으로. 언뜻 보면 복잡하지만 생각해보면 상당히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손님은 먹을 만큼 시켜서 좋고, 가게 주인은 남기지 않아서 좋고. 여기 오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대신 더 다양한 메뉴를 먹을수 있잖아요. 부담도 안 되고.”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사소한 주문방식이 가게의 차별성을 만든 것이다.

내가 가끔 가는 중국집에서는 메뉴를 소량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한다. 탕수육 가격이 고작 7~8,000원에 불과하다. 짜장면을 먹으면서도 짬뽕을 보면 군침이 도는 게 사람 마음이다. 분식집에 가서도 이것, 저것 먹고 싶은데, 혼자서는 하나만 시켜도 배가 불러서 아쉽다. 그런 우리를 유혹한 것이 바로 소량 주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탕수육만 시키는 이들은 많지 않다. 낮은 가격으로 적은 양을 파니 오히려 더 많은 메뉴를 시키게 되고, 덕분에 테이블 단가는 올라간다.


고객과 소통할 때도 마찬가지다. 너무 많이 보여주면 오히려 독이 된다. 카사노바는 결코 말이 많지 않다. 꼭 해야 할 말만 한다. 말이 많아지면 자신을 지나치게 보여주게 되고, 그 순간 신비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터득한 후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고객을 설득할 때 반드시 점검하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모든 메시지는 정제된 소수 핵심만으로 크고 굵게 표현해야Fewer, Bigger, Bolder! 한다는 것. 명품 자동차 광고를 떠올려보라. 이러저러한 기능성을 나열하는 대신, 모델이 자동차를 타고 멋지게 해안가 도로를 달리는 모습만 보여준다. 얼마나 뒷자리 쿠션이 안락한지, 핸들이 부드러운지 등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말하는 순간 섹시함은 사라진다. 아무리 재밌는 사람이라도 스스로 내가 얼마나 재밌는지 말하는 순간, 따분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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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마케팅협회 선정 ‘한국의 마케터’
2017년 마케팅클럽 선정 ‘Man of The Year’
오비맥주 부사장 / CMO(최고 마케팅 경영자
'나는 다른 것을 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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