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무슨 혈액형이야?
나 A형이야.
네가 그래서 그렇게 소심하구나.
한 때 혈액형으로 개인의 성격을 파악하던 시기가 있었다. 불과 몇 년까지만 해도 위 이야기가 친구들이나 지인들 간 가벼운 가십거리로 오고 갔는데, 요즘엔 혈액형이 관심사가 아닌 듯하다.
넌 MBTI 뭐야?
나 ISTJ야.
넌 (중략) 성격이구나.
MBTI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대표적인 심리성격검사가 되었다. MBTI가 혈액형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현실은 추측해보건대 몇 가지 원인이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인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심리검사의 인지도 상승이다. 현재 대학생들은 청소년기를 지나오며 최소 수번은 심리검사를 접해보았으며(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다. 괜찮다. 인간은 쉽게 잊는 동물이다), 굳이 MBTI와 같은 성격검사가 아니더라도 초등학교,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에서 학기 혹은 연차 별로 진행하는 진로 및 적성에 관한 검사, 지능검사 그리고 정신병리에 관한 검사에 많이 노출되었다. 교육계에서 제공하는 위 같은 심리지원 서비스는 학생들의 심리검사에 대한 접근성과 친숙도를 향상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필자는 상담 및 심리치료를 진행하는 심리학자로서 이 같은 현상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접근성과 친숙도의 증가는 일반 대중의 심리학에 대한 지식 및 인식을 성숙시키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심리검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늘어 감에 따라 개인은 적절한 심리검사를 판단하는 최소한의 안목을 키울 수 있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방안에 있는 거울의 모양이 세모인지 네모인지 둥근지를 보고 자신의 심적 상태를 판단하지 않는다(인터넷에 떠도는 비과학적 검사를 여가용으로 그저 가볍게 즐길 뿐이다. 만약 아직도 진지하게 믿고 있다면... 아마 내가 그것을 맹목적으로 믿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 개인은 성격뿐만 아니라 다른 심리적 영역에 나를 대입해 볼 수 있다. '내 장점은 뭐지?', '나의 심리적 건강상태는 어떨까?' 등 성격 이외의 심리적 특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궁극적으로는 심리적 문제가 발생했다고 여겨질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마음의 문턱을 낮춰 전문적 심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증가시킬 수 있다.
"넌 MBTI 뭐야?"라는 말은 자신에 대한 심리학적 관점의 지식이 늘어가는 소리이자
심리적 지원에 대한 거부감과 문턱이 낮아지는 반가운 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