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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진욱 Jan 05. 2023

또다시 백령에서

나의 외로움이 모래알처럼 휩쓸리다

사곶 백사장에 켜를 이루고

콩돌의 울음으로 몸부림칠 때

친구야 우리 다시

백령도로 가자

두무진의 암봉들이 머리 모으고

천 길 심해(深海)까지 성곽(城郭)의 뿌리 박아

몰아치는 절망의 정수리를 깨부수는 곳

밀물 같은 서러움이 인당수로 몰아쳐도

사자바위 기상으로 뿌리치는 곳

그곳으로 가자 

네 삶의 슬픔과 애림이

쇠기러기 울음으로 목구멍에서 끼룩거릴 때

업죽산이 등줄 세워 북풍 막아내고

광활한 백령 뜰이 황금 나래 펼쳐

걱정마라 걱정마라

해양성(海洋性)의 기온으로 다독여 주는 

그곳으로 가자 함께 가자

천안함의 폭침(爆沈)처럼 삶이 송두리째 터져나가도

물안개 일렁이는 수면(水面)을 차며

희망의 흰 따오기 훨훨 날아오르는 곳

하늬해변 현무암엔 어리굴이 붙어살고

점박이물범들 옹기종기 모로 누어

지느러미 조막손으로 등허리 긁어주는 곳

촛대바위 서린 소망이 중화동 종탑으로 솟아오른

천국 같은 그곳으로 가자 친구야

아이들의 웃음소리 해풍(海風)으로 밀려올 때

해병(海兵)들의 거친 함성이 백일홍 꽃잎 붉게 터트리는

노을 속 백령으로 가자

바닷물에 씻긴 별과 달이 뜨는 곳

섬 눈동자 초롱초롱한 백령도로 가자

너와 나의 추억이 사구(砂丘)로 쌓인 그곳에서

해암(海巖) 같은 묵은 

해송(海松) 같은 나의 친구야

옛이야기 속 낭자 청이처럼

푸르른 파도의 연잎을 잡아타고

눈부신 생명의 꽃 다시 한번 피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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