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붓 아융강 래프팅
빨리빨리 아프로 아프로
보트 가장 끝 칸에 타서 배를 조종하던 가이드는 계속 우리에게 외쳤다. 우리 배에 남자 한 명 밖에 없어서 힘들다고, 자기 조종 잘해서 바위에 안 끼는 거라며 솜씨 보고 팁을 달라고 배 위에서 노골적으로 이야기했다. 한국어로 팁을 뭐라 하냐 물으며...
발리 온 지 9일 차. 지금까지 동남아는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여러 번 다녀왔다. 대체 발리가 어떻길래 사람들이 그리 좋다 할까? 7시간이나 걸리고 비행기 표도 비싼데. 궁금증에 티켓팅을 했다. 걷다 보니 알 거 같다. 예쁜 바다부터 정글까지 다이내믹한 자연, 신들의 섬이라고 불리는 인상적인 종교 문화, 해양 액티비티, 요가를 포함한 많은 체험 거리들,
마지막으로 친절한 사람들.
눈만 마주쳐도 환하게 웃는 미소에 날이 갈수록 마음이 활짝 열렸다. 한국에서 일하며 쌓인 스트레스가 옅어졌다. 처음엔 평소처럼 사람들과 거의 말을 섞지 않았는데 조금씩 말 수가 많아졌다.
눈을 피하지 않고 웃기 시작했을 때, 그때였다. 추천 글이 많던 아융강 래프팅을 예약했다. 그동안 만났던 쿠킹클래스 사장님, 은공예 사장님, 초콜릿 만들기 종업원, 많은 택시 운전사들. 하나 같이 정말 친절했다. 팁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 발리는 원래 팁문화가 없다 했다.
업체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우리 다음에 온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모인 남자 4 여자 2명, 얼핏 보아 서양인 팀이었다. 그리고 한국인 가족들이 건너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때 한 사람이 큰 목소리로 호탕하게 웃으며 서양인들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어디서 왔니. 너희 커플이니 등등.
그리고 우리에게 와서 같은 나라 사람이니까 너희 한 팀이야. 하며 프런트에 짐을 맡기고 구명조끼를 입으라 했다.
응? 저쪽에 사물함이 있는데 왜 프런트에 맡기라 하지? 그리고 우리에게 남이 입고 나온 것 같은 축축한 조끼를 준다. 서양인들은 짐을 사물함에 맡기고 조끼를 입지 않고 있다.
다 같이 십 분가량 트럭을 타고 래프팅 장소로 갔다. 그제야 서양인들에게 말려있는 구명조끼를 준다. 헬멧과 페달을 받고 엄청난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다리가 달달 떨렸다. 아들의 페달을 왼쪽 속에 들었다. 옷이 땀에 젖는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이미 보트를 타고 손을 흔드는 사람들이 보인다. 보트에 앉자 목청 큰 가이드는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 팀이 이해를 잘 못해 크게 말한다며 서양인 팀을 보며 웃는다.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급히 알아들은 걸 아들에게 설명했다. 몇 번 연습하고 출발!
출발하자 두 보트 중 우리 보트에 탄 이 사람 어설픈 한국말을 시작한다.
아푸로 아푸로 조심해 감사합니다 하나 둘 셋
처음엔 감사합니다. 말이 너무 공손하게 들려서 나와 아들도 같이 감사합니다를 함께 외쳤다. 하다보니 너무 계속 말한다. 노 저어요. 멈춰요. 할 때마다 가볍게 땡큐 하는 표현을 한국어로 하고 있는 거였다. 서서히 대답을 줄였다.
정글 속 울창한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야자수가 곳곳에 있는 풍경이 우리나라랑 달라 보인다. 물은 흙탕물 같지만 그 자체로 분위기가 있다. 밤에 비가 많이 와 물이 불은 건가 했는데 가이드는 오히려 물이 없어 돌과 돌 사이에 보트가 잘 낀다고 했다. 새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시원하게 내려가니 재밌다. 그런데 가이드가 내게 얼굴을 찡그리며 힘들다 피곤하다 얘기한다. 응? 이제 막 시작했는데?
나이는 42살 아이는 두 명이라 했다.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얘기하며 내려갔다. 이왕온 거 즐겁게 하고 싶었다. 그러자 폭포에서 나와 아들 사진, 동영상도 남겨주고(우리 말고 다른 한국인팀은 찍어주지 않았다...) 친절하게 대해줬다. 한 시간쯤 갔을 때 한국인들은 맥주 좋아하지 않냐며 이제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매점에 가서 아들이 먹고 싶다는 라면을 샀다. 가이드 음료를 사줄 거냐고 묻는 판매원에 No라고 얘기했다. 마지막에 팁을 줄 생각이었다.
음료보다 돈이 낫겠지?
보트를 다시 타러 가는 길에 우리를 보자 음료를 먹지 못해 힘들다며 투덜투덜 짜증을 냈다.
더 이상 한국어는 없었다
원, 투, 쓰리 고포워드, 스탑, 킵 고잉 킵 고잉
한 시간쯤 더 탔을까. 거의 다 끝나갔다. 아이는 재밌다고 더 타고 싶다 했다. 다른 보트 팀과 서로 페들로 물싸움하면서 까르르 웃는다. 하지만 나는 그가 짜증 내는 걸보며 마음 한구석이 너무 불편하다.
보트에서 내렸다. 잔뜩 찌뿌린 얼굴로 왜 팁을 안 주냐 한다. 돈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했다. 15분 가량을 더 올라가야 한다. 똥 씹은 표정으로 계속 딱딱하게 갈 방향만 가리킨다.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나오니 자기 바로 집에 간다고 매점서 먹은 거 정산하라 한다. 그에게 먹은 거보다 많은 금액을 줬다. 남은 건 너 거라고. 그러자 표정이 펴진다. 밥을 잘 먹고 가라며 손짓을 한다. 그냥 음료 사는데서 사줄걸 그랬다. 어차피 줄 거 늦게 줘서 기분만 상했다.
숙소에 들어와서도 그의 무례한 행동이 떠오른다. 왜 그렇게 하냐고 래프팅비 지불하고 오지 않았냐고 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 옆에서 아이는 아빠에게 영상통화로 너무 재밌었다고 얘기한다. 너라도 즐겼음 됐다 머리론 하는데 기분이 나쁘다.
에잇 짜증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