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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쓸신팝 Sep 09. 2024

라드뮤지엄 & 키드밀리 [RAD MILLI]

2022년 쇼미더머니 11이 종영되고 나서 힙합의 인기는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대중들은 약 10여년 동안 인기를 끌었었던 힙합의 장르와 쇼미더머니 프로그램을 더 이상 원하지 않았고 이는 시청률의 하락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그 결과 수많은 레이블의 폐업과 많은 아티스트들의 레이블 이적, 그리고 래퍼들의 공연 출연 횟수의 감소 등의 눈에 띄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많은 메이저 씬의 래퍼들의 작업물 수의 활동량 저하로 직결하였기 때문에, 더 이상 힙합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으면서 작품의 수도 적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더욱 꾸준하게 본인들의 작품들을 내오면서 양질의 작품을 끊임없이 제작해 낸 것이다. 2023년에는 스윙스가 수십 명의 인디 아티스트들을 영입하면 AP Alchemy라는 통합 레이블을 다시 설립하면서 힙합씬의 부활을 선언하기도 하였으며, 빈지노, 식케이, 이센스와 같이 베테랑 아티스트들도 [NOWITZKI], [Pop a Lot], [저금통]같이 준수한 퀄리티의 새로운 정규앨범을 들고 오며 많은 장르팬들에게 관심을 낳았으며 수만 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싱잉랩의 인기도 어느 정도 장르에 자리 잡게 되어 릴러말즈, 샤이보이토비와 같은 래퍼들의 인지도도 굳건하여 새로운 방향으로서 힙합의 색깔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각자의 노선을 통해 증명하였다.




이 중에서 특히 주목해 볼 만한 아티스트로는 키드밀리가 있다. 2017년부터 거의 매년 EP 혹은 정규앨범을 꾸준히 내고 있는 키드밀리는 작업물의 양이 유독 많다는 다작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작년 2023년에 본인의 앨범들 중 퀄리티가 매우 높은 음반들 중 하나인 [BEIGE]를 발매함으로써 자신의 강점인 랩 실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으며 여기에 준수한 프로듀싱 능력까지 가미하여 본인 역량의 최고점을 보여주어 한국힙합어워즈의 최종 수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키드밀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추가로 작업물을 더 발매하겠다고 공언을 하였다. 2024년에 무려 3개의 앨범을 발매하겠다고 했는데 이 모두가 합작 앨범의 형태로 발매하겠다고 한 것이다. 딘(DEAN)이 CEO로 있는 회사 유윌노우의 소속 알앤비 싱어 라드뮤지엄, 고등래퍼 때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양홍원, 그리고 빅나티(서동현)과 각각의 합작앨범을 제작하고 있고 그 중 두 개의 앨범을 완성한 상태인 키드밀리는 2024년 8월 라드뮤지엄과의 합작 앨범 [RAD MILLI]를 발매하게 된다.



앨범의 전반적인 무드는 라드뮤지엄이 인터뷰를 통해 언급한 것처럼 ‘모노톤’이라는 하나의 일정한 색깔로 이어진다. 앨범 전체의 색깔은 마치 흑백영화같이 비슷한 패턴의 오토튠의 보컬과 드럼의 연주로 진행되는데, 신스사운드를 앞세운 PBRNB의 장르의 느낌이 앨범 곳곳에서 묻어난다. 또한 앨범의 구성이 전반적으로 악기의 수가 적게 느껴지는 대신 풍성하게 들리게 만들어 미니멀한 바이브를 느낄 수 있다. 몽환적인 느낌도 들어있어 앨범이 진행되는 내내 나른한 하루라는 테마를 떠올리게 만든다.



앨범 전체는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을 세 파트로 나뉘어진다. 우선 첫 번째 파트인 1번 트랙부터 4번 트랙까지는 새벽부터 밤 이전까지의 시간의 테마를 가지고 있다. 앨범의 트랙을 살펴보면 우선 새벽 5시의 ‘5AM’의 인트로 곡부터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는 느낌이라 에너지가 넘치는 느낌보다는 졸린 목소리로 시작하는 보컬이 풍부한 사운드로 채워져 있다. 2~3번 트랙 ‘Summertime’과 ‘Feel Good’에서는 싱잉 멈블랩으로 여름 오전의 몽롱한 느낌의 내고 있어 편한 느낌을 내고 있다. 곡 내부에서는 가사의 수를 줄임으로써 시적인 분위기를 의도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4번 트랙 ‘Apollo’와 ‘S/S’에서는 앞선 PBRNB의 트랙과는 다르게 트랩 R&B 장르를 적극적으로 집어넣어 대중들이 좀 더 춤을 추며 즐길 수 있는 활발한 분위기로 바뀐다. 시간대의 테마가 낮으로 바뀜에 따라 에너지가 얻어져서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변화하는 것을 앨범 내에서도 인지할 수 있다. 가사 측면에서도 변화가 일어나는데, 주로 사랑에 대한 테마를 노래하던 2~3번 트랙과는 달리 성공한 자기 삶에 대한 주제가 들어있는 스웩있는 가사도 섞여 있으며 딘(DEAN)의 매력 있는 피처링은 트랙을 더욱 세련되게 만들어준다.



6번 트랙 Twilight Interlude 이후로는 분위기가 반전된다. 이전 트랙까지는 싱잉의 요소가 조금씩 섞인 키드밀리의 보컬이 2023년 발매한 [BEIGE]에서 구현한 강렬한 랩으로 변화되어 유사한 느낌의 곡을 보여준다. 7번 트랙 ‘Million /Warrior’과 8번 트랙 ‘Foxy Flush’가 이에 해당하는데, 2023년에 화제를 모았었던 AP Alchemy의 Warrior라는 곡과 8번 트랙에 피처링한 지미 페이지의 그룹 실키보이즈의 EP 앨범 Fox Fur의 제목과 유사해 마치 이 두 곡의 연장선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라드뮤지엄의 보컬도 조금씩 힘을 빼서 랩의 형태로 구사하는 특징을 보인다. 여기에 9번 트랙 Need U에선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랩의 창법인 샤우팅하듯이 랩 하는 방식이 차용되어 Playboi Carti 스타일 랩의 색깔을 느낄 수 었다.



10, 11번 트랙은 다시 분위기가 바뀌어 올드스쿨의 장르를 느낄 수 있는데, 그냥노창이 피처링한 Talk Too Much에서는 서로의 감정이 무던해진 듯한 권태기의 주제를 담은 전형적인 슬로우잼의 정석 곡을 보여주고 있으며, 11번 트랙 ‘술’에서는 90 중반대의 BPM과 소울풀한 샘플의 느낌을 보여주어 2000년대 초반의 힙합의 장르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에서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의도에서 장르 또한 오리지널의 향수로 회귀하려는 의도를 곡 중간에서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웃트로 Silence의 트랙에서는 오디오 잡음소리르 마지막으로 모든 소리가 멈춰지는 부분에서 곡의 원래 타이틀이었던 [Cycle]처럼 처음 인트로 트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듯한 부분을 보여준다.




라드뮤지엄과 키드밀리의 합작 앨범 [RAD MILLI]는 다른 여타 합작과 달리 알앤비 싱어와 래퍼의 합작이라는 좀처럼 보기 드문 형태의 앨범이다. 블랙 뮤직의 뿌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랩과 싱잉을 한 색깔로 섞기에는 쉽지 않다. 하지만 두 사람의 합작은 마치 한 아티스트가 앨범을 진행하는 것처럼 매우 자연스럽게 진행되며 귀에 상대적으로 피로감도 덜하는 이지리스닝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자칫하면 과하게 들릴 수 있는 풍부한 보컬 스타일과 꽉 찬 랩의 스타일을 각각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이를 절제하고 합작 아티스트로서 각자의 역할을 잘 소화해준 듀오 같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활동을 멈추지 않고 지속해서 앨범을 발매하는 두 아티스트의 허슬을 알 수 있었으며, 이는 작품을 내고자 하는 또 다른 아티스트들의 열정 어린 영감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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