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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요가 Dec 23. 2021

고차수작설, 약이 되는 차 이야기

그는 차를 덖는다

육우(陸羽)의 다경(茶經)에 '차는 본래 냉하며 만약 열이 있고 갈증이 나며 속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며 눈이 침침하고 팔다리가 잘 펴지지 않으면 네댓 번만 마셔도 감로(甘露)처럼 효과가 있다고 했다.'라고 했다.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차의 맛은 쓰고 차지만 독이 없고 마시면 피부병이 없어지며 소변이 좋아지고 잠이 적어지며 모든 질병을 예방한다'라고 했다.  

허준(許浚)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차나무의 성질은 조금 차고 그 맛은 달고 쓰면서 독이 없다고 했으며 성질이 쓰고 차서 기운을 내리게 해 체한 음식을 소화시켜 주며 아울러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소변을 잘 통하게 하여 준다'고 했다.


차의 효능은 차가 가지고 있는 성분에 기반하며 차의 품질은 차의 품종, 찻잎의 채취시기, 재배지 토양 성질, 기상조건, 제다방법 등에 영향을 받는다. 차의 성분은 차의 품질을 좌우하는 위 요소에 따라 달라지며 특히 차를 어떻게 법제하는 가에 따라 그 효능이 좌우된다.


차의 성분 중 아미노산과 폴리페놀의 비율에 따라 차의 풍미는 달라진다. 폴리페놀의 종류로는 타닌(Tannin)이나 카테킨(Catechin), 플라보노이드(Flavonoid)등이 있으며 폴리페놀 중 카테킨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쓴맛과 떫은맛을 낸다. 유리 아미노산은 차의 향미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특히 테아닌(Theanine)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 두 화합물(카테킨과 테아닌)의 적절한 비율이 차 맛을 향상시킨다.


그리고 이 성분들의 조화와 함께 구증구포 법제가 필요하다.


차의 효능은 역사적으로  차를 이용해 왔던 위의 자료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현대 의학에서도 다양한 임상실험을 통해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차가 가지고 있는 기본의 찬 성질을 이용한 효능도 있지만 매일 차를 마시고 차생활을 하는 다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찬 성질을 잘 다스려 법제한 녹차이다. 즉 누가 마셔도 해가 없고 거부감이 없는 차가 만들어져야 한다. 고차수녹차가 바로 그런 차다. 구증구포가 언제부터 행해진 제다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화엄사에서 차를 만드셨던 어머님을 통해 들은 바로는 화엄사 스님들께서 구증구포 법제를 해오셨다고 한다. 스님들께서 늘 함께 했던 녹차를 구증구포의 방법으로 법제한 이유가 바로 찬 기운을 다스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리산 골짜기 야생 차나무가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다. 골짜기에서 부는 바람과 이끼 덮인 바위와 계곡의 물소리까지 어우러진 그곳의 차나무는 말 그대로 야생의 것이다. 이런 야생차의 찬 기운을 다스리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의 밭 차나 인위적으로 관리된 야생차와는 그 기운이 다르다. 그래서 구증구포의 법제가 필요하다.


한국차학회의 논문에서도 알 수 있지만 구증구포의 제다방법은 카테킨 함량은 줄이고 테아닌의 함량은 높이며 3번~ 6번 덖음까지는 성분 변화 차이가 크지만 그 이후로는 차이가 크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화엄사의 스님들께서 아홉 번의 제다를 고수하셨던 이유는 분명히 있다. 차의 맛과 향의 변화가 3번 혹은 6번까지에서 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구증구포를 하셨던 이유는 단언 차의 기운을 다스리기 위함일 것이다. 이미 언급했던 내용이지만 고차수 제다인 공현식의 구증구포는 아홉이라는 수에 연연하지 않는다. 이 과학적 증명이 있기 전에 이미 몸소 차의 성분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찻잎이 솥에 들어가고 나오고를 반복하다 보면 차의 모양과 향에서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차의 성분 변화는 다섯 번 전후로 완성이 되고 그 이후의 덖음은 건조의 의미이다. 차의 찬기운을 다스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차에서 날리는 분진과 솥의 뜨거운 기운과 제다 공간의 습도와 바람, 이 모든 것을 제다인의 몸이 직접 알아차리고 있어야 한다. 집중과 집중의 시간이다. 구증구포를 하고 나서도 차의 찬기운이 채 다 가시지 않을 때도 있다고 한다. 제다인이 법제한 차를 당일 수차례 마시며 점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제다 후 향을 더해주는 작업,  흔히 '가향'이라고 하지만 고차수차는 찬 기운을 다스리는 보완의 역할이 크다. 카테킨과 테아닌 성분의 조화이자 찬기운을 잘 다스려 법제하는 방법이 바로 고차수의 구증구포 제다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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