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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Dec 24. 2023

나의 투쟁

저항

'더 그레이'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 오트웨이는 눈이 덮인 험지에서 늑대를 피하려고 달아나다 결국 늑대의 소굴로 들어오고 만다. 오트웨이는 이미 노년에 가까운 나이였고 체력을 다 소진한 상태라 아무런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늑대들은 오트웨이에게 살기를 가진 채 다가오고 그는 자신의 마지막을 직감한 듯 마지막 결전에 돌입한다. 야생 늑대 두목과 목숨을 건 혈투를 말이다.


내년이면 마흔 중반이다. 그동안은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것이 희망에 찼었다. 그래도 스스로에게 주어지는 한 번 더의 기회가 주는 그 넉넉함이 나를 자유롭게 했다. 그렇지만 2024년은 더 이상 자유로움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 대한 책임이라는 녀석이 무섭게 파고든다.


난 더 이상 청년이 아닐지도 모르며 미래를 향한 막연한 희망도 있지 않고 끝나갈지도 모르는 그 길 중간에 서있다. 더 이상 미래의 희망을 위한 담보 잡힐 현재도 얼마 남지 않았고 굳어 가는 시멘트처럼 그렇게 변화 없이 그런 나를 맞이해야 하는 나이인 것이다.


그렇지만 소리치고 저항할 것이다.


딜런 토마스의 시처럼 소리치고 저항할 것이다.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노인들이여, 저무는 하루에 소리치고 저항해요

분노하고 분노해요, 사라져 가는 빛에 대해...'


오트웨이는 결국 늑대 두목과의 사투를 위해 손아귀에 단검을 테이프로 휘감고 작은 병들을 조각내어 손에 감는다. 다가오는 늑대를 향해 몸을 던지고 눈 속으로 뒹군다. 노년에 가까웠던 그는 죽음 앞에 자신의 절망을 인정하지 않으며 자신의 사라짐을 거부하고 절망을 향해 분노하고 죽음을 향해 소리치며 달려든다. 나 또한 그렇해야하길 다짐한다. 마흔 중반의 내가 굳어가며 내면의 어두움을 마주하고 더욱더의 빈곤함과 곤경과 결핍함을 온몸을 다해 맞이하더라도 난 오트웨이처럼 한 편의 시를 읊을 것이다. 내년에는 말이다...


'한번 더 싸워보세!

마지막으로 폼나게 싸워보세!

바로 이날! 살고 또 죽으세!

바로 이날! 살고 또 죽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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