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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Jun 30. 2020

결핍

없어서 행복


부족하다 하여 원망과 쓴 마음이 있었던 적이 많다. 그렇지만 재미나게도 항상 즐거웠던 순간은 결핍을 동반했던 상황이 많았다.
 
어린 시절 고기를 맛본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쉬운 경험이 아니었다. 유년의 기억을 의존해 보자면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먹을 수 있던 시간은 설날과 추석 빼고는 딱히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주 가끔 나를 키워 주시던 외할머니께서 시장에서 닭 한 마리를 튀겨오시던 날이 있었다. 그런 날이면 모든 가족이 닭 주위로 둘러앉았고 그날, 유독 추웠던 우리 집은 일류 레스토랑이 되어버렸다.
 
가족들을 포함한 나에게까지, 그 한 명 한 명의 마음속에 부유한 마음이 찾아들었다. 그 풍성하고 따듯한 부유함이 나의 마음속에도 찾아들었다.
 
하지만 성장하고 자라나면서 점점 좋은 것들과 부유한 것들을 접하고 누리게 되면서 그때만큼의 부유함은 마음속에 찾아오지 않았다.
 
영화 ‘쇼생크 탈출’을 보면 주인공 앤디 듀프 레인이 교도소장의 집무실에서 피가로의 결혼 중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라는 곡을 교도소 전체에 울려 퍼지도록 트는 장면이 나온다. 자유가 보장된 사회와 일상 속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노래였지만 통제되고 억압이 있는 그곳에서의 그 노래는 세상이 주는 자유의 맛보다 더 달콤함을 죄수들과 앤디 듀프 레인에게 선물했다. 자유가 통제된 곳에서의 자유의 맛....
 
그리고 비단 결핍은 인간이 누리는 것들로만 한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도 결핍이 있기 마련이다. 지독한 고립감과 외로움을 경험하며 살아온 나로서는 그 결핍이 나에게 맹렬한 칼이 되기도 했지만 반대로 사람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크고 귀한지 또한 의미 있는지를 알게 했다.
 
그렇게 마음먹기로 했다. 부족하고 결핍되다 하여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아니하기로 말이다. 오히려 결핍이 주는 유익이 있다고 믿으며 살아가기로 했다.
 
집요 하리만 한 삶의 목적을 주는 것! 그것은 결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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