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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Jul 01. 2020

추억을 꺼내보면

마음아! 힘내라!


어렸을 적에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큰 기대감으로 살았다. 작고 좁은 방에서 다가올 밝은 미래 말이다. 그 기대감이 나의 마음에 힘을 주었고 또한 소망을 주었다.
(내일은 좋아지겠지... 그다음 날은 더 좋을 거야...)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그린 밝은 미래는 나에게 오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의 게으름과 막연한 긍정의 기대가 내가 소망하는 밝은 미래를 가져다주지 않았다.
 
그런데 웃기게도 지금의 나는 과거의 순간들을 기억해내며 산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때 그 기억들이 어찌나 즐겁고 재밌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지금의 나의 마음에는 그때의 감성이 남아있지 않아서 그때의 감성들을 자꾸 억지로 기억해내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어린 학생 때의 마음을 기억한다. 설레고 맑은 그때의 마을을 말이다.

소년이 되어 길을 걸었고 그 옆에는 짝사랑하던 소녀가 같이 걷고 있었던 때...

그때의 마음...

좋아했던 운동화를 쥐고 뛸 듯 기뻐하던 마음...
늘 울리지도 않던 호출기에 모르는 번호로 호출이 왔을 때 긴장되던 마음...

허울 없던 친구에게 골탕을 먹이며 다 같이 까르르 웃던 마음...
 
오늘의 기억은 그랬다. 물구나무를 서있는 친구의 입에 물을 억지로 넣으며 물을 마시는 연습을 했던 때의 기억.... 그 친구는 코로 물이 나와 괴로워했을 법도 한데 우리들은 이미 서로의 마음들을 허락해 버린 사이인지라 전부 깔깔거리며 웃고 말았다. 난 오늘도 힘들 적에 그때의 마음을 꺼내어 느끼며 웃어본다. 아니 미소 지어본다.
 
왜일까?
 
그때의 감정을 모두 잃어버린 것 말이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그래도 다행이다. 비록 힘겹게 찾아내야 하지만 마음속 구석 어딘가에 그 감정들이 도망가지 않고 숨어있어 줘서 말이다. 그래도 가끔은 그 녀석들을 찾아 꺼내어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고 감사한 일인가?
 
내 마음속 저 어딘가에 숨겨 두었던 기억들을 오늘도 꺼내보았다. 그랬더니 급한 길 뛰어갈 힘은 아니었지만 걸어갈 힘은 생기더라... 당신도 어딘가에 힘들 때 꺼내볼 만한 기분 좋은 기억들이 있을지 모른다. 자주는 아니지만 힘이 들 때 꺼내보려 한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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