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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Aug 10. 2022

복권 행진곡

꾸지 않을 꿈

몸도 가난하고 마음도 가난하면 마음이 옹졸해진다. 항상 무언가를 사기 전에 내가 가진 이 돈으로 저걸 샀을 때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고민하는 삶에 마음이 늘 지쳐있었기 때문이었다. 매 순간과 재화의 가치교환을 내 주머니 속의 형편과 항상 비교하는 삶이 마음을 지치게 만들고 옹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가난한 나는 가끔 복권을 샀다. 천 원짜리 하나를 복권방 주인에게 주면 복권 기계에서 기계음을 내며 종이 한 장을 준다. 그 종이에 찍힌 숫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막연한 희망이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 나의 최소가치로 투자한 이 종이가 최대의 효율을 내길 바라며 조심스레 그 종이쪽지를 지갑에 넣어 보관한다.

 

당첨을 상상해본다. 대충 세금을 떼고 20억을 탄다고 생각을 해보면 행복하기 그지없다. 우선 당첨금을 수령하려 가면 은행원온갖 감언이설을 물리치고 가입시키려는 은행의 투자 상품을 뿌리친다. 얼른 통장에 설레는 마음으로 돈을 입금한 , 낮부터 열려있는 치킨집으로 가서 메뉴  가장 비싼 치킨을 시켜서 먹으려 한다. 그런 다음에는 양복을 하나  입을 것이다. 맞춤복은 멋이 없고 비싸니까 맞춤복으로는 하지 않고 기성복으로 조금 비싼 양복점으로 가서   입으려 한다. 그리고는 구두도 제법 비싼 것으로 신고 그런 다음에는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단정히 한다. 아니다. 제법 멋을 부릴 것이다. 서울 강남의 부유층처럼 보이게 말이다. 또한 향수를 잊으면  된다.  모습 그대로 가장 비싼 백화점으로 가서 고급 남자 향수를 사서 뿌린다. 제법 멋이 오를 대로 올랐으니 백화점 근처의 (BAR) 가서 시선을 자신감 있게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주위 사람들에게 나를  봐달라는  한껏 뽐을 내어본다. 물론 술은 가장 비싼 위스키  잔과 와인   그리고 샴페인  잔을 동시에 시켜서 내리 테이블 위로 올려놓는다. 혹시라도 지나가던 예쁜 아가씨가 나의 모습을 보노라면  사람은 얼마나 부자이기에 저렇게 고급으로만 많이 시켜놓고 마시냐며 나에게 관심의 눈빛을 보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관심의 눈빛에 한껏 반응해주며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는   아가씨에게 말을 걸지도 모른다. 그러면  아가씨는 나를 거절하지 못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와 대화를 한마디라도 더하려고 애쓰고 애쓸지도 모른다. 그것들을 남기지 않고 모두 마시면 얼큰해지겠지... 그러면 나는 지하철이나 기차 혹은 버스를 이용해서 나의 거처까지 오지 않을 것이다. 과감하게 개인택시를 이용해서 한껏 부자   너스레를 떨며 나의 공간까지  것이다. 그렇게 돌아와 그저 그런 잠옷으로 갈아입고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고 발을 씻고 홀아비 냄새가 나는 침대 위에 눕더라도 통장을 펼쳐보며 세상을  가진  행복해하고 행복해하겠지... 바에서 얻어낸 아가씨에게 문자도 보내보고 말이다.

 

매번 복권을 사봤지만 당첨이 돼서 상상의 행동들을 이루어 본 적은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밝게 펼쳐진 미래의 삶의 건강을 위해서도 그런 일은 또한 없길 바라며 어느 날 또 복권을 살 것이다. 당첨되지 않을 복권이 당첨되길 다른 쪽으로는 바라면서 말이다.

 

가난은 정말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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