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파노 Mar 18. 2023

그날, 그 뒷 산, 숲 속에서

순백의 도자기

대니(Danny)는 무척이나 병약했다. 키는 컸고 얼굴은 우유같이 희멀건 했다. 아이들이 괴롭히거나 못살게 굴어도 화를 낼 줄 몰랐다. 아이들이 자신을 괴롭힐 때면 하지 말라는 가벼운 저항의 의사만 있었을 뿐 화를 낸다거나 역정을 낼 줄 모르는 6학년의 아이였다. 대니는 남자아이들뿐 아니라 여자아이들의 괴롭힘의 대상이 되곤 했다. 꽤나 드세고 질풍노도의 마음이 있던 자아가 발달했던 여자아이들이 대니를 정복의 대상으로 삼곤 했다. 6학년을 전후로 해서 남자아이들의 관심사는 ‘고추에 털이 언제쯤 나느냐?’였다. 뿐만 아니라 2차 성징을 앞둔 여자 아이들의 호기심 또한 “어른의 몸을 언제쯤 소유하느냐?”였다. 그런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에게 키가 컸던 대니는 아이들의 좋은 목표물이 되곤 했다.

 

괴롭힘의 방식은 다양했다. 남자아이들은 고추를 만지고 도망가기 일쑤였고 여자아이들은 꼬집거나 때리거나 욕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니는 저항하거나 맞서 싸우지 않았다. 그러지 말라는 가벼운 저항의 의사만 밝혔을 뿐 화를 내지 않았다. 그러한 대니의 모습이 여자아이들을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남자아이들이야 저항이 없으면 흥미를 이내 잃어버리고 장난을 그만두기 마련이었는데 발랑 까진 여자아이들은 대니의 저항 없는 모습이 그들을 더욱더 화나가 만들었다. 여자아이들은 대니를 자극하여 대니가 저항하고 극도의 화를 내며 광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몇 번이고 시도를 해봐도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여자아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남자아이들의 고추에도 털이 날까?”

 

여자아이들의 리더인 제니(Jenny)가 무리의 여아들에게 물었다.

 

“당연하지!”

 

옆에 있던 엠마(Emma)가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나 우리 언니랑 같이 목욕탕에 갔는데 우리 언니가 중학생이잖아? 털이 드디어 나오더라고! 겨드랑이랑 거기에!”

 

무리 중에 키가 제일 큰 보니(Bonnie)가 말을 이었다.

 

“그러면 드디어 저 대니 녀석을 혼내 줄 방법을 생각해 냈어! 있다가 학교 끝나고 뒷산에 저 녀석을 데리고 올라가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을 해야겠어! 너희들 말이 사실인지!”

 

제니가 굳은 결심을 하듯 무리의 여아들에게 말했다. 제니의 눈은 이글이글 타올랐고 그 길로 대니에게 다가가 옆구리를 쿡하고 찔렀다.

 

“있다가 학교 끝나고 우리를 순순히 따라오는 게 좋을 거야! 오늘만 우리를 순순히 따라와 주면 앞으로 너를 괴롭히는 일이 다시는 없을 거야! 어때? 나의 거래에 순순히 응하는 게?”

 

대니는 이번에만 순순히 응하면 더 이상의 괴롭힘은 없을 거라는 제니의 말에 귀기 솔깃했다. 13살의 그에게는 세상의 만사가 귀찮았고 여아들의 괴롭힘 또한 귀찮았다. 어떤 거래를 제안할지는 몰랐지만 그들의 원하는 것을 해주고 모든 것을 끝내자는 심산이 대니의 마음속에는 들었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6명의 여자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대니는 뒷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뭐가 기다리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대니는 오늘이 지나면 괴롭힘으로부터 자유라는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 어떤 어려움과 난처함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뒷산의 깊은 숲으로 7명의 아이들은 들어갔다. 제니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아무 인기척도 없고 어른들의 간섭이 없을 만한 곳으로 여겨졌을 때, 물방울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던 제니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대니를 바라보고 시작했다. 적막함이 그 가운데 흘렀고 나머지 여아들의 눈빛도 점차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바지를 내려 봐! 팬티도...”

 

제니가 눈을 번뜩이며 대니에게 말을 했다. 제니의 그 말에 대니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뭐?”

 

대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바지를 내려! 그리고 팬티도!”

 

대니가 미동이 없자 제니의 친구들이 대니에게 다가가 꼬집고 때리기 시작했다. 몸을 이리저리 피하던 대니는 끝내 흐느끼며 혁대로 손을 가져갔다. 아이들은 폭력을 멈췄고 제니는 아이들에게 고갯짓으로 물러서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대니가 바지를 내리는 것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바지를 무릎까지 내린 대니는 벌벌 떨고 있었다. 망설이는 대니의 모습을 본 아이들은 다시 한번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대니는 아이들의 폭력을 뿌리치고 팬티를 서서히 내렸다. 여아들은 침을 꼴깍 삼키며 그 광경을 시각을 통해 뇌 속에 담았고 그 숲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런데 문제는 대니의 고추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순백의 도자기와도 같았다. 번데기와도 같은 그것만 덜렁거릴 뿐이었다. 이내 대니는 수치심과 슬픔을 참지 못하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고 여아들은 난감해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순순히 상황을 끝낼 제니가 아니었다. 영악하고 악랄했던 제니는 대니에게로 다가가서 검지를 이용해 대니의 고추를 마음껏 유린하며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그 광경을 본 여아들은 제니를 뜯어말리기 시작했고 그 숲 속에서 대니는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여아들이 제니를 억지로 끌어당겨 숲 속을 벗어나게 했고 대니는 바지를 추켜 입으며 산속을 벗어났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 정말로 제니는 다시는 여아들과 대니를 괴롭히지 않았다. 남처럼 지냈고 때로는 상냥하게 웃으며 인사까지 하곤 했다. 하지만 문제는 대니였다. 이전보다 더 생기를 잃었고 표정이 굳어졌다. 수업시간에 졸기 일쑤였고 안 그래도 늦어진 학업 성취도가 더욱더 뒤처지기 시작했다. 그렇다 대니의 마음속에 그 사건은 씻을 수 없는 사건이 되어버렸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우리가 어른이 되어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가정을 이룰 무렵 영악했지만 공부를 잘했던 제니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리고 대니는 불교에 출가를 해서 스님이 되었다는 소문이 들렸다. 시간의 결과가 그렇게 될 줄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어른들의 만든 세상에서 남자는 가해자요 강자였고 여자는 늘 피해자요 약자였는데 1993년의 그 사건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강력한 생각의 뿌리를 내 안에 심었다. 시간이 흘러 제니의 아이가 말을 하고 이해력이라는 것을 갖게 되면 꼭 말해주고 싶다.

 


 

“대니아저씨가 스님이 된 것은 아마 너희 엄마의 책임이 클 거야!”

 

하고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문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