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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Dec 11. 2023

민법 제410조, "1인의 채권자에 생긴 사항의 효력"

제410조(1인의 채권자에 생긴 사항의 효력) ①전조의 규정에 의하여 모든 채권자에게 효력이 있는 사항을 제외하고는 불가분채권자중 1인의 행위나 1인에 관한 사항은 다른 채권자에게 효력이 없다.
②불가분채권자 중의 1인과 채무자간에 경개나 면제있는 경우에 채무전부의 이행을 받은 다른 채권자는 그 1인이 권리를 잃지 아니하였으면 그에게 분급할 이익을 채무자에게 상환하여야 한다.


어제에 이어 불가분채권의 특징을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제410조제1항을 봅시다. 문장이 조금 복잡한데요, 천천히 살펴보겠습니다. 어제 들었던 김투자, 최투자, 나투자와 철수 사이의 주택 매매계약 사례를 이용해 보겠습니다. 3명의 투자자가 3억원의 철수의 주택을 매입하기로 했던 사안입니다. 3명의 채권자가 갖는 채권은 불가분채권이라고 가정합니다.


어제 공부한 제409조에 따르면, 각각의 불가분채권자는 단독으로 채무자에게 이행을 청구할 수 있고, 채무자도 여러 명의 채권자 중 1명에게 이행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1항에서 말하는 "전조의 규정에 의하여 모든 채권자에게 효력이 있는 사항"입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3명의 채권자 중 김투자에게 주택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고 인도도 해줬다고 합시다. 비록 채무이행은 김투자에게만 했지만, 제409조에 따르면 변제의 효과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즉, 최투자와 나투자는 철수에게 "야, 김투자에게 이행했지 우리에겐 안 했으니까 우리한테도 빨리 해라. 안 하면 이행지체다." 이렇게 협박(?)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효과를 모든 채권자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절대적 효력이라고 부릅니다. 


제410조는 그러니까 이런 뜻입니다. "제409조(전조)에서 말하는 내용은 절대적 효력이 있는데, 이걸 제외하고는 불가분채권자 중 1명이 하는 행동(또는 1명에게 일어난 일)은 상대적 효력 밖에 없다." 그렇다면 상대적 효력이란 어떤 것일까요? 계속 살펴봅시다.


자, 여기서 김투자와 철수 사이에 무슨 일이 발생합니다. 김투자는 철수가 개인적으로 맘에 들고 열심히 사는 청년 같아서, 철수의 채무를 면제해줘 버립니다. 철수는 일단 채무를 면제해 준다니까 기쁩니다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헷갈립니다. 경우의 수는 3개가 있습니다.

①채무 전체를 면제 받은 걸로 보아서 주택 매매대금(3억원)은 그대로 꿀꺽하고, 주택도 그대로 철수 본인이 갖는다.

②김투자는 본인의 채권 부분에 대해서만 채무를 면제 준 것이다. 따라서 주택의 지분 중 3분의 2만 나머지 채권자(2명)에게 넘겨주고, 철수 본인은 3억원과 주택 지분 3분의 1을 가진다.

③나투자나 최투자가 이행을 청구하면 어쩔 수 없이 일단 주택 전체를 소유권이전등기해주고 인도해야 한다. 대신 이행을 받은 채권자(나투자 또는 최투자)는 3분의 1 지분의 가액에 해당하는 1억원을 철수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어떨까요? 철수 입장에서는 ①이라면 제일 좋겠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학설은 ③번과 같이 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제410조 때문입니다. 먼저 채무의 면제는 제409조(전조)에서 정하는 사항이 아닙니다. 제409조에 따라 모든 채권자에게 효력이 있는(절대적 효력을 갖는) 사항은 이행, 이행청구 또는 이와 관련된 사항(예를 들어 이행청구에 따른 이행지체나 시효중단 등)이지요. 그러니까 채무의 면제는 제409조에 따라 절대적 효력을 갖는 사항이 아닙니다. 상대적 효력을 갖지요.


상대적 효력을 갖는다는 말은, 1명의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발생한 사항은 그들 사이에서만 효력이 미친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김투자가 철수를 예쁘게 보고 채무면제를 해준 사정 따위는 나투자나 최투자 입장에서는 알 바 아니라는 거지요. 따라서 나투자나 최투자는 여전히 철수를 상대로 채무 전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철수는 주택 전체를 이들에게 넘겨주어야 합니다. 


"제410조제1항에 따라서 ③번으로 해야 하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채무 전체의 이행을 철수가 해야 한다는 거는 이해하겠는데, 그래도 왜 굳이 1억원을 돌려주는 겁니까? 주택의 공유지분 3분의 1로 돌려주면 안 됩니까?"

이런 의문이 드실 수 있고 충분히 의심해 볼 만한 내용입니다. 이 부분은 바로 제410조제2항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제2항에서는 불가분채권자 1명과 채무자 사이에 채무의 면제(또는 경개)가 있는 경우에는, 채무 전부의 이행을 받은 다른 채권자(위의 사례에서는 나투자 또는 최투자)는 그 1인(김투자)이 권리를 잃지 아니하였으면 그에게 분급할 이익을 채무자(철수)에게 상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계의 통설은 여기서의 상환은 지분 그 자체가 아니라 그에 맞먹는 가액으로 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불가분채권이라는게 원래 '나눌 수 없는'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인 거잖아요. 그러니까 애초에 쪼개지 말고 급부를 받으려고 한 건데, 이걸 쪼개는 것이 맞느냐 이겁니다. 그러니까 급부 전체는 채권자들이 보유하도록 내버려 두고, 대신 채무의 면제를 받은 채무자는 돈으로 받아라, 이런 거지요(김용덕, 2020; 김준호, 2017).


제410조제2항 같은 조문을 둔 이유는 뭘까요? 예를 들어 철수가 김투자의 채무면제에도 불구하고 나투자에게 채무 전부를 이행했다고 해봅시다. 주택의 소유권이전등기도 해주고, 인도도 해줬습니다. 만약 제410조제2항이 없다면, 원칙적으로는 김투자에게 공유지분 3분의 1을 돌려주고, 김투자는 채무면제를 이미 해준 상황이니까 그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처리해서 다시 철수(채무자)에게 돌려주어야 할 겁니다. 너무 복잡하잖아요. 그러니까 법률관계를 단순하게 처리하기 위함인 것입니다(송덕수, 2022).


참고로 제2항에 보면 '경개'도 있는데요, 예전에 [민법총칙] 편에서 간단히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제145조 참조). 원래 채무에서의 중요한 부분을 변경해서, 원래 채무는 소멸시키고 새로운 채무를 성립시키는 계약을 경개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위 사례에서, (채무면제는 잊으시고) 철수가 계약이 체결된 후 갑자기 집을 팔기 싫어졌다고 해봅시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주택인데 고작 3억원에 팔기가 아까워진 겁니다. 하지만 계약을 지켜져야 합니다. 그래서 철수는 채권자 3명을 각각 찾아가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만약 저의 채무를 없는 것으로 해준다면, 우리 아내가 갖고 있는 고급 다이아반지를 드리겠습니다."


굉장히 값져 보이는 다이아반지를 보고 김투자는 OK했습니다. 하지만 나투자와 최투자는 그래도 어떻게 반지값이 1억원이나 하겠냐 하면서 거절했습니다. 이렇게 된 경우, 철수는 자신의 원래 채무(주택의 소유권이전등기 및 인도)를 소멸시키고 대신 아내로 하여금 다이아반지를 김투자에게 주도록 하는 경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개계약의 경우에도 철수는 자신의 채무가 없어진 것이므로, 제410조제2항에서와 같은 이익의 '분급'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1명의 채권자에게 생긴 사항이 다른 채권자들에게 절대적 효력을 갖는지, 상대적 효력을 갖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참고로, 제410조제1항에서 말하는 상대적 효력이 적용되는 사유는 상계, 대물변제, 경개, 면제, 혼동, 소멸시효의 완성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410조제2항은 경개나 면제만 규정하고 있지만, 그 외에도 대물변제나 상계, 혼동 등의 경우도 제2항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합니다(송덕수, 2020). 지금 혼동, 상계 이런 것들도 우리가 앞서 한 번씩 공부했던 개념들입니다. 기억이 잘 안 나는 분들은 예전 내용을 한번 복습하셔도 좋고요, 대물변제 같은 개념은 차차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내일은 불가분채무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2(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641-642면.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1271면.

송덕수, 「신민법강의(제15판)」(전자책), 박영사, 908면.

송덕수, 「채권법총론(제5판)」, 박영사, 2020, 3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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