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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May 17. 2024

민법 제428조, "보증채무의 내용"

제428조(보증채무의 내용) ①보증인은 주채무자가 이행하지 아니하는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②보증은 장래의 채무에 대하여도 할 수 있다.


오늘부터는 제4관, [보증채무]를 알아봅니다. 들어가기 전에 잠깐 생각을 해볼까요? '보증'이란 뭘까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보증할 수 있어?" 또는 "보증 잘못 서면 패가망신한다." 이런 말들, 한번 정도는 들어 보셨을 겁니다.


보증(證)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어떤 사물에 대하여 책임지고 틀림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합니다(구글 Oxford Languages). 그러니까 무엇인가 책임지고 그렇게 된다고 장담하는 것인데요. 여기서 '책임'이라는 것이 법학에서는 좀 더 무겁습니다. 보증을 했는데 만약 예정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 경우,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보증의 개념과 채무를 결합하여, 법학에서는 '보증채무'라고 부릅니다.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보증채무란, 주채무자가 (주)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보증채무자(보증인)이 그 주채무와 동일한 내용의 급부를 이행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채무입니다. 제428조제1항은 이러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증채무에서 사용하는 중요한 단어가 '주채무'입니다. 한자로는 주채무(主債務)인데요, 여기서의 '주'는 주된, 주요한, 주인, 이런 의미를 가진 한자입니다. 즉, 보증채무란 쉽게 생각하면 주된 채무가 있고, 그 채무를 '보증'하는 채무(보증채무)가 있는, 다시 말해 2개의 채무로 구성되어 있는 구조인 것입니다. 하나의 급부에 2개의 채무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지요(김준호, 2017).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가 돈이 좀 궁해져서 나부자를 찾아가 돈을 빌리려고 합니다. 그런데 나부자는, "내가 무엇을 믿고 당신에게 1억원이라는 거금을 빌려주겠나. 누군가 보증을 해준다면 모를까."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서 철수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영희를 찾아가 보증을 서줄 것을 부탁합니다. 영희가 이를 승낙하고 나부자를 찾아가 "철수의 채무를 보증하겠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데, 이것을 보증계약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철수는 1억원의 채무에 대한 주채무자가 되고, 나부자는 채권자가 되며, 영희는 보증인이 됩니다. 이와 같이, 보증채무란 채권자와 보증인 간의 보증계약에 의하여 성립하는 것입니다. 연대채무와는 달리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보증채무가 성립되는 경우는 없습니다(김준호, 2017: 1294면).


주의해야 할 것은 이 사례에서 보증계약 외에 또 하나의 계약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철수가 나부자에게서 돈 1억원을 빌리기로 한 계약입니다. 이 계약은 철수와 나부자가 체결한 것이므로, 영희와 나부자가 체결한 보증계약과는 다른 계약입니다. 이와 같이 채권자(나부자)와 주채무자(철수)가 체결하는 계약을 기본계약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1장의 계약서에서 주채무에 대한 내용과 보증채무에 대한 내용을 모두 기재하여 한꺼번에 당사자들의 서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는 합니다(김용덕, 2020). 다만 이론적으로는 2개로 구별하여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철수가 나부자에게 1억원을 갚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철수가 주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나부자는 대신 영희에게 철수의 빚을 갚으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혹은 주채무와 보증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면, 나부자는 철수와 영희 모두에게 채무이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영희 입장에서는 철수가 빚을 안 갚았다고 해서 자기가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만, 누가 칼 들고 협박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나서서 보증계약을 체결한 것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나부자 입장에서는 애초에 보증이 없었다면 철수에게 돈을 빌려줄 이유도 없었을 테니까요.

*사례에서는 편의상 금전채무를 주채무로 보았지만, 주채무가 굳이 금전채무가 아니어도 보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나부자에게 쌀 100가마니를 인도할 채무를 영희가 보증할 수도 있고요, 철수의 집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줄 채무를 영희가 보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다만, 후자의 경우에는 철수의 불이행 시 영희가 직접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기는 어려우니,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보증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박동진, 2020).


이와 같은 보증채무의 기본적인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보증채무의 성질]

1. 독립성

보증채무는 말씀드렸듯 주채무와는 구별되는, 독립된 채무입니다. 1개의 급부에 주채무와 보증채무가 결합되어 있는 모양새입니다. 따라서 주채무와 보증채무는 긴밀히 관련되어 있지만 사안에 따라 서로 소멸시효가 다르게 적용될 수도 있고, 보증채무에 대해서만 따로 위약금, 손해배상액의 예정 이런 것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보증채무의 독립성이란 완벽한 의미에서의 독립성은 아니고 제한을 받는데요, 후술하는 부종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연대채무에서도 각 채무는 독립성을 갖는데, 연대채무에서보다 보증채무에서의 독립성이 좀 더 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송덕수, 2022).


2. 동일성

여기서의 동일성은 채무의 내용이 동일하다는 의미입니다. 보증채무를 진 보증인은 주채무와 동일한 내용의 급부를 이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만, 보증채무는 주채무 그 자체를 이행하는 것이 아니라, 주채무와 동일한 내용의 급부이행을 내용으로 하여 자기의 채무를 이행한다고 표현하는데요(박동진, 2020), 그 의미를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3. 부종성

부종성(附從性)이란 한자를 직역하면 '붙어서 따라다니는 성질' 정도가 되겠습니다. 보증채무는 비록 독립성이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주채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결국 주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보증채무도 필요가 없다는 거죠. 철수가 애초에 나부자에게 빚을 지지 않았다면 영희가 보증을 설 일도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주채무가 무효나 취소로 소멸하게 되면 보증채무도 없어집니다. 또한, 주채무를 뛰어넘는 무거운 부담을 보증채무에 지울 수는 없습니다. 주채무는 1억원인데, 보증채무는 10억원 이렇게는 안 된다는 거죠. 그리고 주채무자에 대한 채권이 이전되면 보증인에 대한 채권도 같이 이전됩니다. 따라다니는 거지요. 이러한 특성을 따로 '수반성'이라고 부르는 교과서도 있습니다.

*참고로 곧 공부할 제430조나 제433조~제435조 같은 조문들도 부종성과 관련 있는 규정들입니다. 해당 파트에서 자세히 살펴볼게요.


4. 보충성

주채무, 보증채무. 그 이름에서 대략 감이 오시겠지만, 어디까지나 보증채무는 '주'가 아니고 '보충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1차적으로는 항상 주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는 것이 맞습니다. 주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한다면 보증인은 딱히 더 부담을 질 것도 없지요. 나중에 공부하게 될 최고, 검색의 항변권이 바로 이 성질에서 나타납니다. 이 역시 해당 파트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제2항을 보겠습니다. 보증은 장래의 채무에 대해서도 할 수 있다는 건데요, 그러니까 원칙적으로는 주채무가 보증채무보다 시간상으로 먼저 성립되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예외적으로 기본계약이 보증계약보다 나중에 체결되는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안될 것은 없다, 이런 거죠.


다만, 그런다고 해서 철수가 "지금부터 영희는 제가 인생에서 지게 되는 모든 채무에 대해서 보증을 해주는 것으로 합시다. 장래의 채무도 보증이 되니까요." 이런 식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느 정도는 내용이 예측되고 확정될 수 있어야 하지요. 판례도 "주채무 발생의 원인이 되는 기본계약이 반드시 보증계약보다 먼저 체결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보증계약 체결 당시 보증의 대상이 될 주채무의 발생원인과 그 내용이 어느 정도 확정되어 있다면 장래의 채무에 대해서도 유효하게 보증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할 것이다."라고 하고 유사한 입장입니다(대법원 2006. 6. 27. 선고 2005다50041 판결).




오늘은 보증채무의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드라마에서 많이 보았듯 보증이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다 보니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서 민법 외에 다른 특별한 법률을 통과시켰습니다. 바로 2008년 제정된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그것입니다. 법률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보증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고요, 모든 보증채무의 보증인이 다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아무 대가 없이 호의로 보증을 서주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보증채무를 공부할 때에는 이 법률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으므로, 앞으로 이 법률의 이름이 종종 나오게 될 것입니다. 조문이 몇 개 안 되는 법이니 심심한 분들은 한번 읽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1조(목적) 이 법은 보증에 관하여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아무런 대가 없이 호의(好意)로 이루어지는 보증으로 인한 보증인의 경제적ㆍ정신적 피해를 방지하고, 금전채무에 대한 합리적인 보증계약 관행을 확립함으로써 신용사회 정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11조(편면적 강행규정) 이 법에 위반하는 약정으로서 보증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


 내일은 구체적으로 보증계약이 어떻게 체결되어야 하는 것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채권총칙3(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20면(손철우).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1293면.

박동진, 「계약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0, 433면.

송덕수, 「신민법강의(제15판)」, 박영사, 2022, 9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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