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법과의 만남 Aug 12. 2024

민법 제435조, "보증인과 주채무자의 취소권 등"

제435조(보증인과 주채무자의 취소권 등) 주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취소권 또는 해제권이나 해지권이 있는 동안은 보증인은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제435조는 취소권, 해제권, 해지권에 대한 내용입니다. 해지권이라는 말은 민법 조문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입니다. 취소권에 대해서는 이미 익숙하실 텐데요, 해제권이나 해지권의 경우는 아직 자세히는 살펴보지 않았습니다. 해제권이나 해지권을 우리가 아직 구체적으로 보지 못한 이유는, 해당 내용은 나중에 공부하게 될 '계약' 파트에서 집중적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잠깐 맛을 보고 지나가겠습니다.


해제란 채무불이행 등 어떠한 사유가 발생하게 되면, 이미 유효하게 성립하여 있던 계약의 효력을 당사자 한쪽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따라서 이것은 형성권입니다)에 의하여 소멸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해제는 상대방 있는 단독행윕니다. 해제권은 해제할 수 있는 권리고요. 우리가 총칙에서 공부한 '취소'와 해제는 이미 있는 효력을 소급하여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만든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차이점이 있으므로 두 개념을 명확히 구별하셔야 합니다. 아래에서 살펴봅니다.

*다만, 해제의 소급효를 인정하는 견해는 판례의 입장에 따른 것입니다. 이에 반대하는 다른 견해에 대해서는 박동진(2020)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제141조(취소의 효과) 취소된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본다. 다만, 제한능력자는 그 행위로 인하여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상환(償還)할 책임이 있다.


첫째, 취소는 법률행위 전반에 대해 인정되는 것이지만, 해제는 법률행위 중에서도 계약에 대해 인정되는 것입니다(해제, 해지에 관한 제543조는 제2장, [계약]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법률행위가 계약이므로, 계약에 한정된다고 하여도 해제 역시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개념입니다.

제140조(법률행위의 취소권자)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는 제한능력자, 착오로 인하거나 사기ㆍ강박에 의하여 의사표시를 한 자, 그의 대리인 또는 승계인만이 취소할 수 있다.

제543조(해지, 해제권) ①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의 일방이나 쌍방이 해지 또는 해제의 권리가 있는 때에는 그 해지 또는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②전항의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한다.


둘째, 취소권은 제한능력이나 착오, 사기, 강박과 같이 법률에 정해져 있는 사유에 의해서만 발생합니다(제140조). 이것은 민법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해제권은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발생하기도 하지만(제544조, 제546조 등), 당사자 간의 약정에 의하여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철수와 영희가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서상 일부 조항을 위반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상대방이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계약서에 추가로 적어 둘 수도 있는 것입니다. 즉, 해제권에는 약정해제권과 법정해제권의 2종류가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취소권은 법정사유로만 발생한다는 차이가 있는 겁니다.

제544조(이행지체와 해제) 당사자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를 요하지 아니한다.

제546조(이행불능과 해제) 채무자의 책임있는 사유로 이행이 불능하게 된 때에는 채권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셋째, 취소가 있게 되면 부당이득반환의 의무가 발생하게 됩니다(제748조). 예전에 총칙에서 잠깐 본 적 있었는데, 이 경우 반환 범위는 선의의 수익자냐, 악의의 수익자인지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했지요. 복습하고 오셔도 좋습니다. 반면 해제의 경우 원상회복의무가 발생하고(제548조), 경우에 따라 손해배상의무가 발생하게 됩니다(제551조). 부당이득반환과 원상회복이 대체 무슨 차이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데 일단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법 조문 자체가 다릅니다(아래 조문 참조). 적용되는 조문이 다르니까 범위와 내용도 좀 다릅니다. 그냥 받은 거 단순히 돌려주는 거니까 다 똑같은 거다, 이건 아닙니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파트에서 다시 살펴볼 거예요.

제548조(해제의 효과, 원상회복의무) ①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제삼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반환할 금전에는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가하여야 한다.

제551조(해지, 해제와 손해배상)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는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제748조(수익자의 반환범위) ①선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이 현존한 한도에서 전조의 책임이 있다.
②악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




이제 취소와 해제의 차이를 간단하게나마 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추가로 '해지'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건 또 뭘까요? 해지는 또 해제와는 좀 다른 개념입니다. 해지는 계약 중에서도 '계속적' 계약에 적용되며, 그 계약의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임대차 계약 같은 것은 계약 체결했다고 바로 다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몇 년간 지속되잖아요. 이것이 계속적 계약입니다. 이런 계속적 계약을 중간에 '해지'하게 되면, 이것은 소급해서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은 아니고 해지 시점부터 장래에 대해서 효력을 없게 합니다. 따라서 소급효가 없다는 점에서 해제와 해지는 다릅니다.




자, 해제권과 해지권을 살펴보았으니 본격적으로 제435조로 넘어가 봅시다. 예를 들어 봅시다. 철수가 나부자에게 1억원의 주채무를 지고 있다고 합시다. 그리고 이 채무의 보증인은 영희입니다. 그런데 사실 철수와 나부자 간의 기본계약은 중요한 부분에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철수에게는 취소권이 있다고 해봅시다. 철수는 취소권이 있음에도 이를 행사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부자가 영희에게 1억원을 갚으라고 요구하면, 영희는 제435조를 들어 채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철수가 취소권이 있는데도 행사하지 않고 있습니다. 취소권을 행사하게 되면 주채무가 소멸하고, 내 보증채무도 소멸하게 될 텐데 내가 지금 돈을 먼저 갚는 것은 부당합니다." 이런 거죠.


여기서 주의할 것은, 제435조에서는 "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라고만 적혀 있으므로, 영희가 철수를 대신해서 취소권을 마구 행사하는 것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영희는 다만 채무 이행을 거절하면서 연기할 수 있다는 점, 기억해 두세요.


결국 제435조는 취소권 등의 존재로 인해 주채무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런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보증인에게 무조건 보증채무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 좀 가혹하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다만, 이 중에서 해지권의 경우, 소급하지 않고 장래를 향해서만 효력이 있는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보증인의 이행거절을 인정해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해지권 부분은 입법론적으로 삭제해야 한다는 거죠(김치송, 2021). 상세한 내용은 참고문헌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주채무자의 취소권, 해제권, 해지권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내일 공부할 것은 삭제된 조문인데요, 삭제된 것이지만 그래도 뭐였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치송, "주채무자에 대한 도산절차 개시 후 보증인의 지위 - 보증채무 이행 국면을 중심으로 -", 「저스티스」 통권 제186호, 2021, 150면.

박동진, 「계약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0, 784-785면.

 



매거진의 이전글 민법 제434조, "보증인과 주채무자상계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