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0조(시효중단의 보증인에 대한 효력)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의 중단은 보증인에 대하여 그 효력이 있다.
어제는 공동보증에 대해 공부했는데, 오늘은 다시 원래대로 일반적인 보증채무로 돌아오겠습니다. 우리가 연대채무를 살펴볼 때 오랫동안 집중적으로 보았던 내용이 무엇이었습니까? 바로 1명의 연대채무자에게 발생한 사유가 절대효를 갖는지, 상대효를 갖는지 하는 것이었죠. 마찬가지로 보증채무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이제 살펴볼 것입니다. 다만, 약간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연대채무의 경우 연대채무자 중 1명에게 발생한 사유의 효력을 알아보았다면, 보증채무에서는 주채무자 또는 1명의 보증인에게 발생한 사유의 효력을 살펴볼 것입니다.
아쉽게도 우리 민법은 다른 사유의 효력에 대해서는 연대채무처럼 여러 조문에서 자세히 규정해 두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서 간단히 다루고 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래에서는 해당 사유가 '주채무자'에게 발생한 것인지, '보증인'에게 발생한 것인지 엄격하게 구별해서 보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매우 헷갈립니다.
먼저 큰 줄기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채권자와 주채무자의 사이에서 발생한 사유들은 절대효를 갖지만, 보증인에게 발생한 사유는 일부(변제 등과 같이 채권을 만족시키는 것)를 제외하고는 상대효만을 갖습니다(박동진, 2020). 왜 그럴까요? 일단 보증채무는 부종성을 갖습니다. 그러니까 주채무에의 부종성 때문에, 주채무자에게 발생한 사유는 보증채무에도 영향을 미치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주채무가 소멸한다면, 당연히 보증채무도 함께 소멸하여야 할 겁니다. 보증채무가 남아 있을 이유가 없죠. 혹은 주채무자가 채무를 모두 변제하면 주채무도 없어지게 되니까, 보증채무도 역시 없어질 것입니다. 주채무에 대한 변제, 대물변제, 상계, 공탁, 경개, 면제, 소멸시효의 완성 이런 것들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보증인에게 발생한 사유는 원칙적으로 상대적 효력만을 갖습니다. 변제 등과 같이 채권자의 채권을 만족시키는 것은 예외입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보증인에 대해서 채권자가 시효중단 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주채무의 시효를 중단시키지는 않는 것입니다(박동진, 2020: 444면). 판례도 "보증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주채무에 대한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고, 주채무가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된 경우에는 보증채무도 그 채무 자체의 시효중단에 불구하고 부종성에 따라 당연히 소멸된다."라고 하여 같은 입장입니다(대법원 2002. 5. 14. 선고 2000다62476 판결).
자, 그러면 제440조는 어떤 내용일까요? 제440조는 '주채무자에게 생긴 시효중단'이 보증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규정합니다. "주채무자에게 생긴 사유는 모두 절대효를 갖는다면서요?" 모두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원칙적으로' 라고 했지요. 위에서 절대효를 갖는다고 말했던 것은 '주채무의 시효완성'이지, '주채무에 대한 시효중단'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일단은 예를 들어가면서 좀 더 이해해 보겠습니다.
철수는 나부자에게 1억원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희는 해당 채무의 보증인입니다. 그런데 나부자는 자신이 채권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철수는 가만히 기다리면서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길 기다립니다. 하지만 나부자는 바보가 아니었습니다. 시효완성을 며칠 남겨 두고 나부자는 철수에게 받을 돈 1억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습니다. 이에 민법 제168조에 규정된 청구를 해버렸습니다.
*참고로, 연대채무에서는 제168조 각 호의 사유 중 이행청구에 대해서만 절대효를 인정해 주고 있는 반면(제416조 참조), 제440조에서는 시효중단의 모든 사유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김대정·최창렬, 2020).
제168조(소멸시효의 중단사유) 소멸시효는 다음 각호의 사유로 인하여 중단된다.
1. 청구
2.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3. 승인
이처럼 주채무자에 대한 청구나 압류, 가압류, 가처분, 승인 등이 있게 되면, 원칙적으로는 시효중단의 효과는 나부자(채권자)와 철수(채무자) 사이에서만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맞습니다. 왜냐, 전에 공부했던 제169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제440조는 제169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보증인(영희)에게까지 미친다고 규정합니다. 즉, 제440조는 제169조의 예외 규정이라고 하겠습니다(송덕수, 2022).
제169조(시효중단의 효력) 시효의 중단은 당사자 및 그 승계인간에만 효력이 있다.
결국 나부자의 철수에 대한 이행청구는 철수뿐 아니라 영희에게도 효력을 미쳐, 영희의 보증채무도 소멸시효가 중단되게 됩니다. 즉, 제440조는 주채무에 대한 시효중단이 절대효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약 제440조와 같은 규정이 없다면, 시효중단의 효과는 주채무자에게만 미치게 될 것이고, 주채무자에 대한 재판상 청구를 하는 도중에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될 수가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부득불 보증인에 대해서도 재판상 청구와 같은 '행동'에 나서야 되는데, 이것은 시간과 돈의 낭비가 될 수 있습니다. 채권자는 일단 주채무자를 먼저 털어(?) 보려고 했을 뿐인데도 보증인까지 털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보증인의 입장에서도 번거로운 일이 생기게 됩니다. 즉, 어떤 측면에서는 제440조는 채권자뿐 아니라 보증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규정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김화, 2017). 물론 제440조에 대해서는 비판도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모두 다루기 어려우므로 아래 참고문헌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중단이 갖는 절대효를 알아보았습니다. 참고로, 제440조는 시효의 중단에 대해서만 절대효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시효의 정지는 상대효를 갖는다고 해석된다는 점, 기억해 두시면 되겠습니다.
내일은 수탁보증인의 구상권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대정·최창렬, 「채권총론」(전자책), 박영사, 2020, 881면.
김화, "주채무와의 관계에 있어서 보증채무의 소멸시효의 문제 ―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1다76105 판결을 중심으로 ―", 「법학논총」 제37권제4호, 2017, 162면.
박동진, 「계약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0, 441-442면.
송덕수, 「신민법강의(제15판)」(전자책), 박영사, 2022, 93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