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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470조,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

by 법과의 만남
제470조(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는 변제자가 선의이며 과실없는 때에 한하여 효력이 있다.


본래 채권관계에서의 변제는 변제를 수령할 정당한 권한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맞습니다. 원칙적으로 그 사람은 바로 채권자입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나부자에게 1억원의 금전채무를 지고 있는데, 그 1억원을 나부자가 아닌 나부자의 친구 영희가 받아갔다면, 철수는 나부자에게 채무를 유효하게 변제하지 않은 것이 됩니다. 나부자는 아직 1억원을 받은 적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여기에도 예외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희가 나부자 대신 돈을 받아갈 정당한 대리인이라면요? 혹은 영희가 그런 대리인이라고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어떻습니까? 이처럼 현실에서는 채권자 외에도 변제를 수령할 수 있거나, 또는 수령할 권한이 없어도 예외적으로 변제를 유효하다고 인정해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채권자에게 예외적으로 변제를 수령할 권한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의 사례에서 나부자가 파산선고를 받는다든가, 나부자가 다른 사람에게 또 빚을 지고 있었는데 그 채권자가 나부자의 (철수에 대한) 채권을 압류한다든가 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런 예외적인 케이스는 오늘 다루지 않을 것이므로, 관심 있는 분들은 교과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채권자 외에도 변제를 수령할 수 있는 사람

먼저 나부자가 일이 바빠서 영희를 시켜 철수에게 1억원을 받아 오라고 했다면, 영희는 나부자의 정당한 대리인으로서 변제의 수령 권한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 것입니다. 영희가 나부자에게 받은 위임장 같은 것을 철수에게 보여 주고 1억원을 받아 오면 되고, 철수는 영희에게 1억원을 건네어 줌으로써 유효하게 나부자에게 변제한 것이 됩니다. 철수는 채무로부터 해방됩니다.


둘째, 법률 규정에 의해서 수령권한이 있는 사람인 경우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나부자가 미성년자이고, 영희가 나부자의 어머니이자 법정대리인이라면, 영희는 나부자의 (철수에 대한) 채권에 관하여 철수로부터 변제를 수령할 권한을 가집니다. 제한능력자의 법정대리인 외에도 우리가 이미 공부한 부재자의 재산관리인이라든가(제25조), 제349조에 따른 대항요건을 갖춘 채권질권자라든지(예를 들어 나부자가 철수에 대한 채권에 질권을 설정하고 영희에게 돈을 빌렸는데, 대항요건을 갖춘 질권자 영희가 철수에게 1억원을 수령하는 것)(제353조), 나부자의 채권자인 영희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여 철수에게 1억원을 직접 수령하는 경우(제404조) 등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예전에 공부했던 내용들이니, 복습한다고 생각하시고 한번 다시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제25조(관리인의 권한) 법원이 선임한 재산관리인이 제118조에 규정한 권한을 넘는 행위를 함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부재자의 생사가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에 부재자가 정한 재산관리인이 권한을 넘는 행위를 할 때에도 같다.

제349조(지명채권에 대한 질권의 대항요건) ①지명채권을 목적으로 한 질권의 설정은 설정자가 제450조의 규정에 의하여 제삼채무자에게 질권설정의 사실을 통지하거나 제삼채무자가 이를 승낙함이 아니면 이로써 제삼채무자 기타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②제451조의 규정은 전항의 경우에 준용한다.

제353조(질권의 목적이 된 채권의 실행방법) ①질권자는 질권의 목적이 된 채권을 직접 청구할 수 있다.

제404조(채권자대위권) ①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일신에 전속한 권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채권자는 그 채권의 기한이 도래하기 전에는 법원의 허가없이 전항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 그러나 보전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표현수령권자

기묘한 단어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전에 유사한 단어를 한번 본 적 있었습니다. 민법 총칙 편에서 공부한 것 중에 '표현대리'를 기억하십니까? 표현대리(表見代理)란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대리권이 있는 것과 같은 ‘외관’(바깥으로 드러난 모양)이 있고, 그러한 외관이 나타난 것에 대해서 본인이 어느 정도는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면, 그 무권대리행위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제125조 파트 참조).


비슷한 구조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표현수령권자(表見受領權者)란, 원래 변제수령권한이 없는 사람인데 마치 수령권한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말합니다. 바로 이러한 사람의 외관을 신뢰해서 채무자(위의 사례에서는 철수)가 사정을 모르고(선의로) 변제하는 경우에는, 그런 채무자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우리 민법에서는 표현수령권자에게 변제하는 3가지 경우를 규율하고 있는데요, 오늘 살펴볼 제470조가 바로 그 중 한 가지입니다.


①채권의 준점유자입니다. 채권의 준점유에 대해서 우리는 이미 공부한 적 있습니다(제210조 참조). 판례는 "민법 제470조에 정하여진 채권의 준점유자라 함은, 변제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일반의 거래관념상 채권을 행사할 정당한 권한을 가진 것으로 믿을 만한 외관을 가지는 사람을 말하므로 준점유자가 스스로 채권자라고 하여 채권을 행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채권자의 대리인이라고 하면서 채권을 행사하는 때에도 채권의 준점유자에 해당한다"라고 하니 참고하세요(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다5389 판결).

제210조(준점유) 본장의 규정은 재산권을 사실상 행사하는 경우에 준용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채권자라는 것을 나타내는 채권증서를 갖고 다니면서 누가 보기에도 채권자인 것처럼 보인다면, 이는 채권의 준점유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470조는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는 변제자가 선의이며 과실 없는 때에 한하여 효력이 있다고 하고 있으므로, 채무자가 선의이며 무과실이라면(예를 들어 상대방에게 변제수령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고, 확인도 꼼꼼히 한 경우) 그의 변제는 유효합니다. 즉, 표현수령권자인 채권의 준점유자에게 변제한 채무자는 채무로부터 해방되는 것입니다. 다만, 그 요건으로 변제한 사람이 선의 및 무과실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판례는 제470조에 의한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의 요건인 선의 · 무과실의 증명책임은 채무자에게 있다고 합니다(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다38644). 학설의 반대 견해도 있는데, 궁금하신 분들은 따로 교과서 등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채권자는 억울하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잘못한 것은 채무자도 아니요, 채권자도 아니고 수령권한이 없으면서도 변제를 수령한 표현수령권자입니다. 따라서 채권자는 표현수령권자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등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박동진, 2020).


다음으로 표현수령권자로는 ②영수증 소지자와 ③증권적 채권의 증서 소지인이 있는데요, ②번의 경우 내일 공부할 것이고, ③번의 경우 나중에 제514조에서 따로 살펴볼 것이므로 여기서는 길게 말씀드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민법에서 표현수령권자의 유형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는 정도만 기억하면 되겠습니다.


오늘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를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영수증 소지자에 대한 변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박동진, 「계약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0, 48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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