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 두 번째 과업 레르나의 히드라
헤라클레스 12과업 중 두 번째 레르나의 히드라 퇴치는 단순한 힘의 대결을 넘어 복잡한 싸움의 방식을 묻는 이야기다. 잘라낼수록 두 배로 되살아나는 머리, 빠져나올 수 없는 늪이라는 배경은 단순한 괴물 이상을 암시한다. 이 과업은 왜 두 번째였을까, 그리고 왜 혼자서는 안 되었을까?
헤라클레스가 두려워 항아리 속에 숨어서 사는 비겁한 겁쟁이 왕 에우리스테우스는 레르나의 히드라를 처치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그녀는 원래 뱀의 여신 에키드나의 딸이며 그녀의 눈은 인간을 끌어들이며 머리는 하나를 자르면 두 배로 재생되며 숨결에는 독이 나온다. 이런 말을 듣고 헤라클레스는 이피클레스의 아들이자 자신의 조카인 이올라오스를 부른다. 삼촌의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온 이올라오스.
그 사이 꾀를 낸 헤라클레스는 자신이 괴물의 머리를 자르면 이올라오스가 불로 그 자리를 지지라고 명한다. 당연하게 이 싸움에서 헤라클레스가 이기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게를 희생하게 된다. 제우스는 자신의 아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괴물을 하늘의 별자리로 만드는데 우리가 뱀자리라고 부른다. 헤라는 헤라클레스에 대한 앙심을 신과 인간에게 알리기 위해 이들의 싸움에서 희생된 큰 게를 불러 올려 게자리로 만든다.
히드라처럼 반복되는 운명을 다룬 작품으로는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가 있다. 주인공 필립은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지녔고, 부모를 잃고 친척에게 맡겨진다. 종교, 예술, 사랑, 직업 등 삶의 방식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좌절하고, 특히 밀드레드와의 사랑은 그를 파괴한다. 고통이 끝나면 또 다른 고통이 자라나는 그의 삶은 히드라의 머리처럼 반복된다. 결국 그는 굴레를 인식하고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게 되는데 이처럼 반복되는 시련과 자아 성찰은 히드라의 재생과 닮아 있다.
왜 레르네의 히드라가 두 번째 과업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이 괴물의 상징성을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레르네라는 장소는 밟으면 빠지고 발버둥 칠수록 더 가라앉는 근본적으로 탈출이 불가능한 늪이다. 여기에 사는 괴물은 목을 자르면 두 개가 돋아나는 구조를 가졌다는 점에서 단순한 생명체가 아니라 거의 반영구적 문제 구조, 자기 복제하는 악을 상징한다. 즉, 괴물은 뱀+복제+늪이라는 삼중 구조로 통제할 수 없는 문제의 기하급수적 증식과 빠져나올 수 없는 고착화를 의미한다.
게다가 히드라는 자르면 더 커지는 문제이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때려잡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고 건드릴수록 더 심각해지는 구조적 악, 혹은 근본 원인을 무시한 표면적 해결이 낳는 재앙을 상징한다. 잘라내면 둘로 늘어나는 머리는 근본 원인이 제거되지 않은 채 반복되는 문제로 불로 지져야만 재생을 멈춘다. 이는 극단적 폭력의 근절이 유일한 해결책인 비극이다. 심지어 이 괴물의 피는 치명적인 독으로 죽어서도 문제를 남기는 존재이다.
즉, 히드라는 제거할 수 없고, 싸우는 방식이 오히려 그걸 키우며, 죽은 뒤에도 사람을 죽이는 존재이다. 이건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악의 체계를 말하며 현대적으로 말하면 제도화된 부패, 폭력적 언론, 혐오 복제 구조로 대입할 수 있다. 병든 사회 시스템을 고치려 하면 부작용이 더 커지고 나아가 혐오, 편견, 미디어 조작을 통하여 없애려 하면 더 복제된다. 그 결과는 정치적 양극화, 팬덤화, 정체성 이데올로기로 변하여 반박하면 오히려 증식하는 더 큰 문제로 변하게 된다.
이런 히드라를 헤라클레스와 연결하면 힘의 한계를 깨닫고 타인의 지혜와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는 전환점이 된다. 머리를 자르면 두 배로 돋는 괴물은 폭력의 순환, 복수의 반복, 상처의 증식을 말하며 이는 곧 헤라클레스의 삶 전체의 구조이다. 그는 가족을 죽이고 그 죗값으로 괴물을 죽이며 살아가고 괴물을 죽인 그 피 때문에 나중에 그도 죽게 된다. 즉, 그의 생은 죽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다 죽임 속에 더 깊이 빠져드는 인생으로 괴물은 그 순환적 폭력의 은유이다.
이 괴물은 힘으로 자르면 재앙이 두 배로 늘어나는 존재이다. 마치 헤라클레스의 본성 그대로 모든 것을 힘으로 해결하려고 할수록 그의 삶은 더 복잡해지고 폭력은 더 커지며 결국은 그 폭력이 스스로를 파괴하는 구조를 띄게 된다. 이는 괴물을 죽인 후 그가 하는 말로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히드라의 죽음은 때가 되면 죽는 모든 것의 죽음이며 그 죽음이 자신을 찬양했다고 하는. 그러나 결국 그는 이 괴물의 피로 인하여 그야말로 모든 것의 죽음이 되어 버린다.
이런 히드라는 밖에 있는 괴물처럼 보이지만 실은 인간 내면에 있는 부정성과 매우 닮아 있다. 자르면 더 자라나고 없애려고 하면 두 배로 돌아오고 힘으로 누르면 더 깊이 복제되는 우리 마음의 부정성과. 이는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악의 구조 즉, 감추고 싶은 욕망, 질투, 증오, 분노, 불안 등으로 치환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괴물은 부정적인 감정이 억눌렸을 때 증식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게다가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억지로 눌러버리면 결국 문제는 더욱 커지게 된다.
이런 물뱀을 완벽하게 죽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력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의 조카를 통하여 신화는 알려준다. 심리적 부정적인 감정은 절대로 혼자서 해결할 수 없으며 타인의 조력이 필수라는 것을. 그것에는 미움, 열등감, 불안감, 공허, 자기혐오 등 그 어떤 말로도 바꿀 수 있다. 강제적으로 참거나 억누른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방법은 마음 안에 독을 더욱 진하게 만드는 행위이며 이는 곧 스스로를 죽이는 행위라고 신화는 친절하게 알려준다.
헤라클레스 12과업 중 두 번째 레르나의 히드라 퇴치는 그의 심리적 치유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는 광기로 가족을 모두 죽였다. 이때 자신의 부정적인 마음이 커져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외피로 무장을 했다. 마치 네메아의 사자처럼. 이런 그의 마음에 억눌린 마음에 의하여 독이 퍼지고 있었다. 이런 그가 어떤 방법으로 그의 마음을 치유하여 신들의 전쟁에 돌입했는지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누군가의 도움을 통하여 서서히 치료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