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 12 과업 그 첫 번째 네메아의 사자
헤라클레스 12과업 그 첫 번째 네메아의 사자는 그가 처음으로 마주한 시련이자 앞으로의 모든 여정을 예고하는 출발점이다. 단순한 괴물 퇴치로 보이지만 신들은 왜 이 싸움을 시작으로 택했을까? 상처 입지 않는 존재와의 싸움은 오히려 그에게 무엇을 느끼고 받아들이라는 명령이었는지 되짚어보게 된다.
헤라의 농간으로 타인의 왕위를 빼앗은 아르고스의 에우리스테우스 앞에 가족을 죽인 죄를 씻기 위하여 헤라클레스가 나타났다. 그를 매우 두려워한 에우리스테우스지만 결국 그를 받아들이고 헤라클레스에게 첫 번째 과업 네메아의 사자 처치를 맡긴다. 네메아 골짜기에 도달한 그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괴물에 대하여 미리 정보를 얻는다. 그것은 단순히 창이나 화살에 찔린다고 죽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상처조차 나지 않으며 그것을 죽일 유일한 방법은 30일 동안 목을 조르고 있어야 한다.
양쪽이 통하는 동굴로 들어가서 쉰다는 것을 안 그는 미리 한쪽 문을 막고 사자의 머리를 몽둥이로 때린 후 쫓아 결국 그의 목을 30일 동안 조른 후 죽인다. 그는 사자의 발톱을 이용해 그 가죽을 벗겨내고 그것의 머리는 투구로 만들어 쓰고 다닌다. 아르고스로 돌아오는 길에 두 여인의 유혹을 받는다. 하나는 어렵고 고되지만 미래에 영광이 있을 것이라는 여인이며 다른 하나는 굳이 힘든 일을 할 필요가 있냐며 유혹한다. 전자는 아테나 여신으로 미덕을 상징하며 후자는 아프로디테로 악덕을 상징하는데 그는 전자를 선택한다.
존 스타인백의 분노의 포도에서 농부들의 싸움, 자연과의 끊임없는 싸움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주인공들이 불멸의 인간 의지와 싸운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의 인내와 강인함은 마치 네메아의 사자처럼 죽음을 거부하며, 끝없는 싸움을 계속하면서도 결국 질서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여기서는 불사의 싸움과 인간의 강한 의지가 중요한 테마로 나타나며, 사자의 죽음 없는 싸움과도 연결된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은 인간 본성의 야만성과 질서의 붕괴를 다루고 있다. 네메아의 사자처럼 짐승과 인간의 경계를 넘어서 싸우는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로 이 작품에서 야만성을 거부하고 질서를 찾으려는 인물들의 노력이 주요 테마이다. 파리 대왕에서 자연과의 싸움과 인간 본성의 잔혹함이 중심이 되면서 네메아의 사자의 싸움과 연결될 수 있다.
우리가 헤라클레스의 12과업을 볼 때 언제나 초점을 영웅에게 맞추는 경향이 있다. 과연 신화를 쓴 당시의 인물들이 한 영웅의 대단함을 말하기 위한 업적을 한 권 분량으로 만들었을까? 그리스 로마 신화 전체를 찾아보아도 이런 경우는 없다. 그러면 우리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종이가 귀한 시절에 왜 이렇게 긴 지면을 할애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영웅의 행적보다 그가 상대한 대상으로 초점이 맞춰진다. 우리는 왜 네메아의 사자가 첫 번째 과업이어야만 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먼저 이 일을 지시한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에우리스테우스이다. 그러나 신화에서는 한 인간이 무언인가를 의도적으로 만들 수 없다. 모든 일은 신들의 계획일 뿐. 그럼 신들은 왜 하필 네메아의 사자 처치를 그의 첫 번째 과업으로 던져주었을까? 바로 죽음을 부정하는 자와 맞서게 하여 네가 결국 죽음을 껴안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절차라고 볼 수 있다. 즉 신들이 원하는 건 죽음에 대한 통제나 승리가 아니라, 죽음을 껴안을 수 있는 자인 것.
이는 나중에 그가 올림포스 신으로 등극할 때 마지막에 자신을 죽음 속에 던져 넣어야 하는 운명을 위한 연단이었다. 헤라클레스는 무적으로 보이는 존재를 맨손으로 오랜 시간 동안 목을 졸라 죽여야만 했다. 무려 30일 동안 먹지도 자지도 못하면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죽음이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손으로 마주하고 통과해야 하는 것에 대한 신들의 가르침이 아니었을까?
마지막에 그가 사자를 죽인 후 그것의 발톱으로 외피를 벗기는 과정 또한 예사롭지 않다. 외피를 벗겨 입게 함으로써 죽음과 싸운 자의 정체성을 입게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즉, 신들은 죽음을 부정하는 자(괴물)를 꺾고 죽음을 껴안는 자(영웅)로 변화시키려 한 일련의 목적하에 지시한 과업이다. 헤라클레스 또한 신격화될 때 인간의 육신인 그의 외피는 지상에 불타도록 버린 후 신전으로 올라간다. 이런 식으로 보면 첫 번째 그의 과업은 향후 그의 행보를 나타내는 프롤로그로 볼 수도 있다.
수많은 은유가 난무하는 신화적 특성을 고려하여 네메아의 사자가 상징하는 바도 살펴보자. 먼저 그 외피는 어떤 신의 무기로도 절대로 뚫을 수 없다. 즉 상처를 완벽히 차단하려고 하며 이는 내면의 취약함을 외피로 덮음을 의미한다. 또한 단단한 외피는 감정의 차단과 부정을 뜻하기도 한다. 이를 다른 말로 하자면 어떤 상처도 받지 않으려는 마음, 절대 무너지지 않으려는 태도로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지 않는 무너질 수 없는 존재의 환상이다.
그러면 네메아의 사자는 인간 내면의 무엇을 상징할까? 그것은 자기 자신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즉, 감정의 파괴를 두려워해서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는 상태이며 상처받는 걸 두려워해서 모든 걸 튕겨내는 갑옷을 두른 인간으로 볼 수 있다. “나는 괜찮아”라는 환상을 절대 벗지 않으려는 자아. 이건 자기애의 과잉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애가 너무 약해서 갑옷을 둘러싼 마음이다. 헤라클레스의 첫 번째 과업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상처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신들의 교훈이지 않을까?
헤라클레스 12과업 중 그 첫 번째 네메아의 사자에 대하여 깊은 고찰을 해 보았다. 신들은 헤라클레스에게 단순히 사자를 처치하는 임무를 부여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 감정의 수용,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가르치고자 했던 것이다. 이 과업을 통해 헤라클레스는 자아의 약함을 인정하고 그로 인해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게 된다. 첫 번째 과업을 시작으로 그의 여정은 내면의 성숙과 자기 수용을 향한 여정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