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이 되어가자 꽃병에 꽂힌 꽃무더기속 몇몇 녀석들이 시름시름 내려앉기 시작했다. 어제 오늘 벼르던차에 이른 아침부터 볕 밝은 마당에 내어앉아 다듬기로 한다. 화병에서 꽃을 쏟아내니 향기가 왈칵 함께 쏟아졌다.
흰 스토크는 대부분 줄기가 물러버려 다 골라내어야 했다. 그리고 남은 색색의 꽃 밑둥을 조금씩 잘라내고 새로담은 물병안에 고이 꽃아 두었다.
처음만큼 화려하고 풍성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예쁘다, 꽃다발.
골라낸 스토크들 몇몇은 아주 짧게 줄기를 쳐버려서 꽃바로 아래부분만 겨우 남겨두었다. 이 희고 푸르스름한 연두빛 물을 담고있는 녀석은 이상하다. 이미 줄기는 물러 남아난 곳이 없는데도, 꽃만은 아무일 없다는 듯이 여전히 아름답고 환하게 피어있다. 그러나가 결국 언제인지 모르게 하나 둘 꽃이파리만 떨구고 져버리겠지.
하늘로 들어 말간 얼굴을 바라본다. 지는 생의 순간 저렇게 담담하고도 그대로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약간은 서글프기도 한 마음에 한참을 바라보다, 이 아이를 압화로 만들기로 했다. 물기가 너무 많아 조금은 밖에 내어두다가 두꺼운 책사이에 끼워놓아야지. 어디서 보았던 서툰 손길의 액자처럼 그렇게 만들어보아야겠다.
하늘이 너무 맑고, 세상이 너무 빛난다.
녹턴(op.9/no.2).
음률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새로 다듬은 꽃들위로 내려앉았다. 나도 슬슬 주변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설 준비를 시작한다, 조금은 더 아름다운 하루를 살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