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 읽는 엄마입니다

브런치를 시작하다. "애 엄마지만, 나도 나만의 시간을 갖고싶다."

by 라하맘

임신을 하고 네이버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다. 출산을 앞두고 휴가를 길게 내기 때문에 시간 여유도 많았지만, 몸이 무거워서 다른 일을 욕심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003년에 처음 시작했던 블로그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었다. 내 삶이 바빠지고, 내 안에서 정리해야 할 생각들이 줄고, 또 누군가에게 나의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하면서 블로그는 점점 멀어져갔다.


하지만 늘 뭔가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잘 쉬기만 해도 좋은 그 시간을 왠지 알차게 보내고 싶었다. 열심히, 숨가쁘게 달려왔던 내 인생에서 드물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도 좋은 그 시간을 나는 또 무언가를 빼곡하게 채워넣고 싶었다.


(지금에서 드는 생각이지만, 그 때 왜 그랬나 싶다가도. 지금도 마찬가지로 애 잘 때 자고, 애 잘 혼자 놀 때 쉬면 될 것을 왜 이러고 있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역시 성격은 못 고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름 야심차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기간동안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기도 했다. 절반의 시간이 흐른 지금와서 한 번 살펴보니 딱 절 반 정도는 지키고, 절반 정도는 아예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시간은 한정적이니까~

https://blog.naver.com/thddnwls6248/222045218993


이런 버킷리스트를 과감하게 작성하다니. 역시 그 시절 나는 '육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랭이였던 것이다. 귀로 딱지가 앉게 들었던 '뱃속에 있을 때가 행복한 것이다'라는 말은 왜 늘 실제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 실감하게 되는 것인지. 남들이 다 그렇게 힘들었다고 하는 육아를 왜 나는 쉽게 갈 수 있을거라고 자만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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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어쨌든 엄마가 되었다. 아들은 너무 예쁘고 귀엽고 잘 잘 때면 천사같이 사랑스럽다. 하지만 이 녀석과 함께하는 24시간은 내 온 몸이 바스라지는 것처럼 고되다. 출산 전 후의 신체적 변화와 아이와 함께하는 24시간의 고됨에 대해서는 다른 글을 통해서 써야겠다. 그 걸로만 한 시간은 내리 이야기하고도 남으니까...


이제 벌써 8개월이니까 그 사이 시간이 참 잘도 갔다. 300일을 코앞에 두고, 브런치를 시작한다. 남편은 늘 골골대는 나를 보며, 애 잘 때 쉬어야 하는데 내가 애 잘 때 블로그하고, 책 읽고, 책 읽는 엄마모임 같은 걸 해서 더 아픈 거 아니냐고 한다. 뭐,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그런 거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을 못 견뎌하는 내'가 병들 것 같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그 일 자체만으로도 참 아름답고 숭고하고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이 '나'의 다양한 모습 중 '엄마'로서만 존재하게 되는 순간, 많은 '내'가 죽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실제로 육아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시기에 나는 육체가 피곤한 것보다도 심리적으로 '내가 사라진다'는 느낌 때문에 더 예민해지고 날이 서 있었다.



아이를 둘이 함께 만들었는데, 비록 내가 지금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낮 동안 바깥 일 하는 것처럼 하루종일 육체노동을 하는 입장에서 왜 나는 아이가 자는 밤에 자야하며, 왜 나는 나의 개인 취미생활을 포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네가 아프잖아", "네가 피곤하잖아"라며, 그저 좀 더 자라는 말 보다, "네가 하고싶은 취미생활을 하면서도 덜 피곤할 수 있게 내가 조금 더 거들게"라는 말이 듣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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