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5년만의 복직

by 라하맘

2025년 5월 8일 어버이날에 거의 5년만에 복직을 했다. 하필 4월 여행에서 휴대폰이 고장나는 바람에 5월 7일까지 소식을 못 듣고 있다가 2일에 게시된 인사발령회보를 보고 연락한 지인들을 통해 어느 부서에 발령이 났는지 알게 되었다.


(난 핸드폰 고장으로 인사실 전화를 못 받을까봐 걱정했는데 인사실은 원래 복직자에게 미리 연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원래 근무했던 부서가 아니라 생뚱맞다 못해 있는지 없는지 실체를 알 수 없는 부서라는 말에 순간 당황했다. 너무 오래 휴직하면 자리를 뺀다더니 우리 회사도 그러한가 싶어서. 어떤 상사 어떤 동료와 일하게 될 지 몰라 전날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결국 같이 일하던 팀장에게 물어보고서야 마음을 놓았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전날부터 남겨질 아이들과 나와 교대하여 휴직하는 신랑이 걱정이 되어서 이래저래 미리 준비해 두고 잠을 청했다. 복직 첫 날, 아이들이 다행이 일찍 일어나지 않아서 아이들 밥과 첫째 유치원 소풍 도시락, 둘째 외출짐까지 싸두고서야 출근을 했다.


그간 수차례 엄마가 이제 회사에 간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둔 덕인지 아이들은 다행히 큰 보챔 없이 기분좋게 엄마의 출근길을 배웅했다.


통근버스 시간에 늦을까 걱정이 되어 서둘러 경복궁역, 늘 항상 그대로였던 탑승장에서 기다리는데 시간이 되도록 아무도 안 온다... 이거 어째 슬슬 불안한데...


지인들에게 연락해 봤지만 다들 통근버스를 이용하지 않아서 모르는 눈치. 큰일이네; 일단 같이 일하게 될 분들께 뜬금없지만 연락을 드리고 대중교통으로 갈지 택시를 탈지 고민했다.


택시비 3만원...첫 출근 지각.


첫 이미지부터 지각으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은 옛날 사람인 나는 택시를 탔다. 다행히 택시는 정시에 회사에 도착했다. 다만, 내 부서가 어디인지를 이무도 알려주지 읺았다...


회사에 도착했으나 내가 아는 건 내 부서명과 부서장 이름뿐. 대충 3층을 돌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우리 부서장 책상..... 결국 전화를 했더니 4층이란다.


드디어 인사를 했는데 급히 만든듯한 내 자리에는 PC도 뭣도 없어서 할 게 없었다. 옆자리 직원이 오전 중에 설치 될거라는 말에 그저 이곳 저곳을 맴돌았다. 출근해서 가만히 시간을 보내는 걸 어려워하는 나로서는 참으로 민망한 시간이 속절없이 갔다.


부서장 산하의 다른 부서 직원과 소개를 하고 (내 부서에 유일한 다른 직원은 다른 부서 소속으로 이 업무를 겸직하고 있었고, 이 부서에는 실질적으로 나 그리고 마찬가지로 겸직중인 부서장 이렇게 둘이었다) 오전 내내 PC 설치하는 것을 지켜봤다.


5년 사이에 시스템이 너무 많이 바뀌어서 내가 아는게 별로 없다 싶을 정도였다. 이거 언제 다 파악하지.... 싶은 난감한 마음이 들 즈음 부서장이 업무에 대해 설명해줬다.


업무도... 내가 처음 접해보는 것들이었다. 분명 나는 이 회사에 입사한 지 10년차인데 신입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육아휴직자를 좀 배려해 줄 수는 없을까. 애 낳으면서 뇌도 같이 내려놓은 나 같은 사람이 어디 또 없는 걸까. 기저귀에 똥 싼 애를 안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 정도는 이제 누구보다 능숙하게 할 수 있지만 회사 컴퓨터 부팅하는 법을 파악하는 것도 벅찬 나같은 사람은 어디에 또 없는 걸까.


출근하면서 태그는 했는데 출근버튼을 누르지 않아서 출근기록이 찍히지 않았고, 출근기록이 없어서 인사시스템상 육아시간을 신청할 수 없어서 난감.

업무 pc랑 일반 pc랑 망을 분리해서 쓰다보니 웹에서 다운받은 파일을 업무할 때 쓰려면 별도 파일 보내기 시스템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있는지 몰라서 난감.

물은 어디서 뜨는지, 차는 있는지, 기본적인 것을 파악하느라 또 난감.

문서함을 보려는데 한글파일이 깔려있지 않아서 또 난감.

난감한 일은 쉴 새 없이 생기는데 물어볼 동료직원이 없어서 또 난감.

퇴근 시간은 다가오고 부서장은 회의로 바빠서 얼굴을 볼 수 없어서 난감. 난감 난감 난감.


복직 첫 낫, 부서장이 이것부터 해 달라며 급하다고 지시한 문서를 겨우겨우 올리고 그렇게 4시가 되어 문자를 드리고 퇴근했다.


업무와 시스템을 파악하느라 화장실 갈 틈도 없이 시간을 보냈지만 누가 알겠는가. 내 스스로 느끼기에도 자기효능감이 바닥을 쓸고 있는 것을. 그래도 적어도 복직 첫 날 결재문서 하나 올렸다는 사실에 내심 뿌듯해 하며 서둘러 가족에게 돌아왔다.


집에 오는 길은 길고도 피곤했지만 그래도 엄마엄마 하며 반겨주는 아이들이 있어 행복했다. 이래서 힘들어도 출근하는게 낫다고들 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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