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baD Oct 02. 2019

[번역] 왜 웹3.0? -Gavin Wood

Why We Need Web 3.0 

원문 : <Why We Need Web 3.0> by Gavin Wood


이더리움 공동개발자 게빈 우드가 말합니다 - 오늘날 인터넷은 왜 꾸졌고, 다음번에는 어떻게 더 잘해볼 수 있을까요?


Credit: Rick_Jo/iStock/Getty Images Plus


내가 "웹 3.0" 이란 단어를 처음 만든지도 벌써 4년이 지났다(원문 게시일 18년 9월). 당시에는 분명해 보였다: 내가 공동 개발한 플랫폼인 이더리움을 통해,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 없이도 윈-윈 할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이 말이다. 메시지를 전달하고 데이터를 출판(publication)하는 기술을 통해 P2P 웹을 만들어, 지금 우리가 웹에서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중앙 서버나 중앙 게이트키퍼나 권력자 없이 가능하길 바랐다.


요즘에는 터널 반대편 끝이 잘 보이지도 않고, 어떻게 거기까지 갈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웹 3.0에 필요한 주요 부품(component)들은 아직 개발이 되지 않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고, 확장 가능성(scalability)도 아직이며, 많은 프로젝트들이 호환성(compatibility)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그 때나 지금이나 주요 논점은 변하지 않았다: 중앙화는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tenable) 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에 정부는 너무 느리다.


그렇다면 오늘날 웹의 문제는 정확히 무엇인가? 웹은 몸만 큰 애기다. 나이만 들었고 성숙하지 못했다. 전 세계 구석구석을 패키지를 전달해주는(packet-switching) 네트워크와 하이퍼텍스트 플랫폼으로 연결한 것은 엄청난 업적이지만, 웹은 스스로의 성공으로 인해 타락했다.


인터넷은 설계부터 잘못되었다 | The internet today is broken by design


1990으로 되감아 보자. 인터넷은 지금과 전혀 다른 곳이었다. 구글은 여전히 .org 도메인을 달고 있었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시대를 초월한 최강 독점기업에 의해 "암"이라고 불리고 있었으며, 새로 등장하는 플레이어들을 묘사하는 데 "정보 초고속도로"와 "인터넷 중독자"라는 단어들이 사용되곤 했다(“information superhighway” and “internet addict” were gaining traction as terms for the newly anointed). 사람들(뭐, 나 같은 십 대들) 은 여전히 자기만의 웹사이트와 이메일 서버를 돌렸으며, "망 중립성" 은 어부들이 트롤 어선을 살 때나 쓰는 말이었다. 사회가 아직 인터넷의 씨줄과 날줄을 엮어내기 이전의 단계였고, 자신의 아카데믹하고 열정적인 뿌리를 반영하듯 웹은 아직 근간을 잡아가는, 무엇이든 가능하게 해 주는(empowering) 초기 단계였다.


그 후 20년간, "World Wide Web(www)"은 사회의 본성 자체를 바꿔나갔다. 문제는, 인터넷의 기본 기술 구조가 그 반대 방향으로의 영향력(사회->인터넷)에 대한 잠금장치(backstop)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회는 웹에 그대로 투영될 수밖에 없었다.


기술은 종종 과거를 반영한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더 빠르고, 강력하고, 더 잘, 더 좋게 투영한다. 글로벌 경제가 온라인화 되면서, 우리는 과거의 사회 구조를 그대로 베껴넣었다. 부자와 빈자, 강자와 약자, 교육받은 자와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자, 이런 현대 사회의 구분에는 웹도 일부 책임이 있다.


오늘날 인터넷은 설계부터 잘못되었다. 우리는 부와 권력과 영향력이 탐욕주의자, 권력 중독자(megalomaniacs), 혹은 그저 순수하게 악한 자들에게 집중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장, 기관(institution), 신뢰 관계가 이 새로운 플랫폼(인터넷)으로 옮겨가면서 밀도나 권력, 구성원은 달라졌지만, 역학 관계(dynamic)는 똑같이 불평등하다.


예를 들어, 우리의 온라인 결제 방식을 살펴보자. 웹 2.0에서, 우리는 말 그대로 '스스로 결제할 수 없다'. 나의 금융 기관에 연락해 내 대신 결제를 진행해 달라고 해야 한다. 공과금 납부와 같은 무해한 일도 스스로 해낼 수 없다. 부모에게 잘 보여야 하는 아이 취급을 받는다. 친구에게 온라인으로 연락하려면, 우선 페이스북에게 잘 보여서 내 친구에게 메시지 좀 전달해달라고 해야 한다.


기술은 과거를 반영한다.. 글로벌 경제가 온라인화 되면서, 우리는 과거의 사회 구조를 그대로 베껴넣었다.

서버를 돌리는 골리앗들은 대체로 우리의 삶과 직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가시적인) 악의는 없지만, 선의나 원칙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들은 우리의 충성심으로 돈을 벌고, 우리의 정보를 우리에게 전달(feed)해주면서도, 불편하면 차단해버린다.


정부나 기업이 우리 삶에 간섭할 것이라 걱정하지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우리와 그들의 이해관계가 부딪힌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케이스가 있다. 위키리크스를 보자. 2010년, 공익적인 정보를 공표한 몇몇 유력 언론인들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페이팔과 비자 같은 주요 금융 기관에 의해 색출, 차단되었다. 위키리크스에 합법적으로 기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온 세상의 데이터는 오직 몇몇 개의 통로(cables)를 통해 전달된다. 불편한 진실은, 우리가 오픈 소프트웨어 프로토콜을 확립하지 않는 이상, 점점 디지털화되어가는 우리의 사회는 내외부의(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서 보이듯) 악의적 "권력 기관"들이 만들어내는 위험에 점점 더 노출될 것이다. 평화롭고 자유로운 종전 이후의 세계 질서를 원하는 사람들은 깨달아야 한다: 우리의 현 디지털 구조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질병들을 악화시킬 뿐, 해결해 주지 않을 것이다.


웹 3.0은 애플리케이션 제작자들에게 기본 블록(building block-얘네만 있으면 뭐든 쉽게 뚝딱뚝딱 만들 수 있다!)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프로토콜들의 묶음이다. 이 기본 블록들은 HTTP, AJAX, MySQL 같은 기존의 전통적인 웹 기술들을 대체하며,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전혀 새로운 방식을 선보인다. 이 새로운 기술 덕분에 유저들은 자신이 어떤 정보를 주고받는지, 무엇을 지불하고 그 대가로 무엇을 받는지를 알 수 있으며, 이 알 권리를 강력하고 확인 가능한(verifiable) 방식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에서 유저들이 스스로를 위해 행동할 수 있는 권력을 갖게 되면, 검열과 독점은 더 이상 설 곳이 없어진다. 웹 3.0은 실천 가능한(executable) 마그나 카르타다 - "전제군주의 권력에 대항하는 개인의 자유를 위한 근간이다".


웹 3.0의 수용은 지지부진하고 지저분할 것이다. 강력하고 뿌리 깊은 이해집단이(entrenched interests) 우리의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을 통제하고, 입법자들과 정부, 기술 독점기업(페이스북과 구글이 미 국가안보국의 PRISM 프로그램-특정어를 검색하거나 사용한 내역을 감시하고 수집하는 프로그램-에 협조한 것을 보라)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상황에서, 어떤 나라에서는 심지어 이 새로운 웹의 구성 요소를 불법화할 수도 있다. 러시아는 이미 비트코인을 불법으로 규정했고, 영국은 강력한 암호학을 불법으로 하려는 (말도 안 되는) 욕망을 드러냈다.


웹 3.0은 애플리케이션 제작자들에게 빌딩 블록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프로토콜들의 묶음이다. 이 기본 블록들은 전통적인 웹 기술을 대체한다.. 그리고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전혀 새로운 방식을 선보인다. 


사회가 웹 3.0의 원칙들을 디지털 플랫폼에 적용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부패와 필연적인 실패라는 폭탄을 계속 안고 가는 꼴이 된다. 마치 중세의 시스템과 소련 스타일 사회주의가 현대 민주주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듯이 말이다. 새로운 시스템의 면면들, 예를 들어 IPFS(InterPlanetary File System, 파일 저장과 공유를 위한 P2P 네트워크 프로토콜, 비트토렌트와 유사)나 비트코인 같은 친구들이 먼저 인기를 끌 것이다. 그리고 리눅스가 처음 출시되고 서버실 뒤편에서 비밀리에 인기를 끌었듯이, 우선 틈새 시장에서 빠르게 도입될 것이다. 웹 3.0 기술이 성숙해가고, 기존의 기술 기업들이 그들의 제품을 캐시카우 취급(마이크로소프트를 보라! 시장이 무르익자 상품 업그레이드도 없이 돈만 뽑아내고 있다)하고 필연적으로 혁신을 멈추게 되면서, 웹 3.0이 가진 장점들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웹 3.0 기술을 법으로 금지하기는 불가능해진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그라인더, 위키피디아를 금지할 수 없게 된 것처럼 말이다.


유저 입장에서 웹 3.0은 웹 2.0과 다르지 않아 보일 수 있다.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HTML5, CSS 등등의 동일한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하지만 뒷단에서는 폴카닷(Parity의 인터체인 플로토콜)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다양한 기술적 실타래(thread)를 하나의 경제와 "운동(movement)"으로 엮어내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웹 브라우저를 쓰겠지만, 그들은 "월렛"이나 "키 스토어"라고 불리고 있을 수도 있다. 브라우저(와 하드웨어 월렛 같은 구성요소들)는 온라인에서 유저의 자산과 아이덴티티를 나타내 줄 것이고, 따라서 은행이나 신원 확인 서비스 없이도 우리는 무언가를 사거나 우리가 누구인지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신뢰 기관(망할 공인인증서!)이나 보험 등 백업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계속 존재하겠지만, 그들의 업무는 보다 상품화(commoditized, 혹은 파편화)되고, 감시 가능해질(verifiable)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 제공자들이 글로벌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투명한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웹 유저들은 폭리(price-gouging)나 지대 추구(rent-seeking,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없이 임차인에게 더 높은 월세 때리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웹 3.0은 새로운 글로벌 디지털 경제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이 등장하며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독점 기업들을 무너뜨리고, 아래로부터의(bottom-up)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다. 정부가 우리의 프라이버시와 자유를 허접하게 공격하는 일, 데이터 싹쓸이나 검열, 프로파간다와 같은 것들은 지금보다 훨씬 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확실히 해 두자면, 우리는 이 새로운 플랫폼의 성공적인 유즈 케이스가 무엇이 될지, 그것이 언제 가능해질지는 알 수 없다. 이전 인터넷의 성장이 그러했듯. 타임라인은 '몇 달'보다 '몇십 년' 단위로 그려질 수 있다. 그러나 웹 3.0이 실현되고 나면, "디지털 시대"라는 단어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번역] 왜 탈중앙화? -Chris Dix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