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Decentralization Matters
원문 : Why Decentralization Matters by Chris Dixon
크립토 세상의 공용어는 영어다. 미국 학문, 미국 산업에 예외가 있겠냐만은, 이 판은 유독 언어의 장벽이 높은 것 같아 나의 낑낑 월담 사례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의역과 오역뿐이라 걱정이 태산이지만 내가 비트코인을 사랑하는 백만 가지 이유 중에 하나는 탈중앙화고 다른 하나는 롱테일(주류 몸통보다 개취 꼬리! 한가로운 두더지 유튜브가 조회수 470만을 기록하는 마법!) 이므로 제 개취 버전을 공개합니다! 이런 글에 기존 한글 번역이 한 가지 버전뿐이라니 아무리 헛발질을 해도 차선책이네요!
1기 - 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인터넷 서비스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자율적으로 컨트롤하는 오픈 프로토콜(누구나 개발에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당연히 공짜로!) 위에 만들어졌다. 따라서 개인이나 조직은 '인터넷 게임의 룰'이 갑자기 바뀌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맘 편히 온라인에서 활동할 수 있었다. 이 시기에 야후, 구글, 아마존, 페북, 링크드인, 유튜브 같은 거대 웹 기업(properties)들이 처음 등장했다. 그러면서 AOL(America Online, 83년도에 설립된 미국의 웹 포탈, 98년 넷스케이프-오픈소스 웹브라우저-를 사들인 친구, 15년 미국의 SKT인 Verizon에 인수됨)과 같은 중앙화된 플랫폼의 입지는 쪼그라들었다.
2기 -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로 대표되는 수익추구형 테크 기업들은 기존의 오픈 프로토콜에게는 넘사벽인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테크 기업들의)모바일 앱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했고, 테크 기업들은 더욱 현격하게 기존 오픈 프로토콜 서비스들을 넘어섰다. 결국 유저들은 오픈 서비스를 버리고 더 정교하고 중앙화된 서비스를 선택했다. '인터넷'은 여전히 오픈 프로토콜이지만, 유저들은 GAFA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거쳐서 '온라인'으로 접속한다.
이러한 중앙화 덕분에 전 세계 수십억 명이 끝내주는 기술, 게다가 대부분은 공짜인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스타트업과 창작자 등등은 1기 때처럼 인터넷에서 맘껏 활동하기 어려워졌다. 입지가 굳건한 중앙화된 플랫폼들이 언제든 남들에게 불리하게 '게임의 룰'을 바꿔서 유저와 수익을 뺏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전자가 줄어들면서 혁신은 굳어가고, 인터넷은 덜 다이내믹하고 덜 재밌어졌다.
중앙화는 예를 들면 가짜 뉴스와 정부 차원의 봇(드루킹?), "플랫폼 쓰지 마!"(No Platforming, 예를 들면 이슬람 혐오 세력을 대학 강연이나 페북 같은 플랫폼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하는 것) 운동, EU 개인정보 법률(GDPR), 알고리즘적 편향(유튜브는 기가 막히게 내 취향의 영상만 골라 추천해 준다. 계속 보고 있으면 계속 나와 다른 취향과는 멀어진다)과 같은 전 사회적 긴장도 만들어낸다. 이런 논란은 앞으로 더 시끄러워지기만 할 것이다.
중앙화에 대한 리액션 중 하나는 거대 인터넷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다. 이런 대응은 인터넷이 전화, 라디오, TV 등 과거의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와 비슷하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이런 옛날 네트워크들은 하드웨어에 기반하고 있고,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인터넷은 이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드웨어 네트워크들은 한 번 인프라를 깔고 나면 구조적인 변화(rearchitect)가 힘들다. 반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는 혁신적인 사업가나 시장의 요구가 얼마든지 구조나 디자인을 통째로 바꿀 수 있다.
인터넷은 소프트웨어 네트워크의 끝판왕이다. 수십억 개의 뭐든지 프로그래밍 가능한(fully programmable) 컴퓨터들이 네트워크의 가장자리(edge)에 있고, 이들을 간단한 코어 층위(core layer, Internet Protocol - 택배 배달할 때 이 패키지 안에 뭐가 들었고 누구에게 가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다음 택배 기사에게 토스!)가 서로 연결해준다. 소프트웨어는 다만 인간의 생각을 코드로 정리한 것이고, 따라서 조물조물 만들어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다(unbound design space). 어떤 소프트웨어든 컴퓨터 주인이 원하기만 한다면 그 컴퓨터는 그 프로그램을 돌려 줄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모든 건 소프트웨어로 구현 가능하고, 게다가 인센티브만 제대로 주어진다면 순식간에 온라인 상에 전파시킬 수 있다. 기술적 창의성과 인센티브 디자인의 접점이 바로 인터넷 디자인(Internet architecture)이다.
인터넷은 아직 진화의 초기 단계에 있다: 지금 인터넷이 제공하는 핵심 서비스들은 다가올 수십 년 동안 몽땅 재구조화(rearchitect) 될 것이다. 크립토-경제 네트워크, 비트코인이 처음 소개하고 이후 이더리움이 발전시킨 바로 그 아이디어가 이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크립토네트워크(Crypto-는 암호학 Crypto-graphy의 앞글자다)는 인터넷 1기와 2기의 장점만을 합쳐 놓았다. 크립토네트워크는 커뮤니티 자치의, 결국에는 기존의 고도로 정교화된 중앙화 서비스들을 넘어 설, 탈중앙화 네트워크다.
탈중앙화는 오해가 많은 개념이다. 예를 들어, 크립토네트워크가 탈중앙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정부 검열에 대한 저항이나 자유주의적인 정치 견해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탈중앙화가 중요한 주요 이유는 아니다.
중앙화 플랫폼들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중앙화된 플랫폼들은 예측 가능한 라이프사이클을 따른다. 플랫폼이 처음 출시될 때는, 유저와 (제3의) 생태계 참여자-3rd Party: 개발자, 관련 비즈니스, 미디어 등-을 플랫폼에 태우기 위해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래야 자신의 서비스에 경쟁력이 붙기 때문이며, 애초에 '플랫폼'의 정의 자체가 다면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S커브를 그리며 성장함에 따라, 유저와 생태계 참여자에 대해 플랫폼이 행사할 수 있는 파워는 점점 커진다.
S커브의 꼭대기에 다다르면, 플랫폼과 네트워크 참여자의 관계는 윈-윈에서 제로섬(Zero-sum, 총합이 0이라는 뜻으로 한쪽이 얻는 게 있으면 다른 쪽은 그만큼 잃는 게 있다)으로 바뀐다. 플랫폼이 계속 성장하는 가장 쉬운 길은 유저들로부터 데이터를 쫙쫙 뽑아내면서, 써드파티 참여자들과는 유저와 수익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vs 넷스케이프, 구글 vs 옐프(Yelp), 페이스북 vs 징가(Zynga), 트위터 vs 그들의 써드파티 가 그동안 우리가 지켜봐 온 예시다. iOS나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 체제(Operating System, OS)는 좀 더 신사적으로 행동하고 있으나, 그들도 세금(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 앱들의 인앱 결제 30%는 구글이 가져간다)을 30%나 때리고, 랜덤한 이유로 앱들을 쳐내고, 써드파티 앱들의 기능/서비스를 내키는 대로 자기네 서비스에 포함시켜 버린다.
써드파티의 입장에서는, 협력에서 경쟁으로의 손바닥 뒤집듯 갑작스러운 변화를 보고 "낚였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점차 훌륭한 사업가, 개발자, 투자자들은 중앙화 플랫폼 위에 무언가를 쌓아 올린다(building)는 것을 꺼리게 될 것이다. 그래 봐야 나중에는 실망만 커지리라는 것을 우리는 수십 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게다가 유저는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통제권을 포기해야 하고, 해킹에 더 취약해졌다. 이와 같은 중앙화 플랫폼의 문제점들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크립토네트워크는 1) 블록체인과 같은 합의 메커니즘(consensus mechanism)을 통해 상태(state, 나는 '현재 상태에 대한 기록'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를 유지하고 업데이트하며, 2) 컨센서스를 이루는 데 참여하는 사람들 및 기타 네트워크 구성원들에게 네트워크에 대한 기여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암호화폐(코인/토큰)를 활용하는 인터넷 기반 네트워크다. 이더리움 같은 크립토네트워크들은 아무거나 다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범용 프로그래밍 플랫폼(general programming platform)이다. 특정 용도로 사용하는 크립토네트워크들도 있으며, 예를 들어 비트코인은 주로 '가치 저장소'로 쓰이고, 골렘(Golem)은 컴퓨팅 자원 공유, 파일코인(Filecoin)은 탈중앙화 파일 저장소로 사용된다.
초기 인터넷 프로토콜들은 연구 조직(working group)이나 비영리단체에서 만든 기술적 스펙(technical specifications)이었고, 그 프로토콜이 널리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인센티브 정렬 (incentive alignment, 내가 안 쓰는 컴퓨터의 저장 용량을 아까 그 파일코인 네트워크에 열어 놓으면 파일'코인'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내 동생은 디스크를 새로 사거나 드랍박스를 쓰는 것 보다 저렴하게 +프라이버시 이슈 없이 파일'코인'으로 저장 용량을 살 수 있다. 나와 동생과 파일코인 커뮤니티의 인센티브 정렬!)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방법은 인터넷 태동기에는 먹혔지만, 90년대 초 이후부터는 오직 극소수의 신규 프로토콜만이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크립토네트워크는 개발자와 네트워크 유지보수자 등 네트워크 참여자들에게 토큰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한다. 게다가 기술적 완결성(technically robust)도 더 높다. 예를 들어, 크립토네트워크에서는 상태(state)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그 상태를 맘대로 바꿀 수 있다. 이건 과거 어느 프로토콜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크립토네트워크는 네트워크가 성장하더라도 스스로 중립적 스탠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놓았다. 다음 방법들을 통해 중앙화 플랫폼의 "낚였다"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첫째로, 크립토네트워크와 그 참여자 사이의 계약은 오픈소스 코드(누구나 볼 수 있고 사용할 수 있고 공개된 소스를 긁어다가 자기 나름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로 묶여 있다. 둘째로, '컴플레인 걸거나 걍 나가버리거나'(Voice and Exit, 국가한테 빡치면 시위를 하거나 이민을 간다. 회사에 빡치면 블라인드를 쓰거나 퇴사한다) 메커니즘의 견제를 받는다. 크립토네트워크에서는 온체인(On-chain, 온'라인'처럼 블록'체인' 프로토콜 상에서 해결)과 오프체인(프로토콜에 기반한 사회적 구조) 모두에서 커뮤니티 자치(community governance)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엑싯은 진짜 네트워크를 박차고 나가거나 갖고 있던 코인을 다 털거나, 심지어는 프로토콜을 포크(2.5 "나를 따르라!" 참조) 해서 자기만의 프로토콜을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정리하면, 크립토네트워크는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다함께 공동의 목표를 향할 수 있도록 시스템 자체에서 가이드(align) 해 준다. 네트워크의 성장과 토큰의 가치 상승! 이것이 모두의 목표다. 시스템 차원의 가이드 덕분에 비트코인은 그 수많은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이더리움 등 새로운 크립토네트워크들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활개를 치며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오늘날의 크립토네트워크들은 몇 가지 한계 때문에 기존의 중앙화 플랫폼들에게 아직 상대가 되지 않는다. 가장 큰 한계는 퍼포먼스와 확장성(scalability, 6.3 및 7 참조)이다. 다가오는 몇 년 동안은 이런 한계를 넘어서서 크립토 세상의 인프라를 까는 시기일 것이다. 그러고 나면 그 인프라 위에 실제 서비스(application)를 채워 넣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탈중앙화 네트워크가 '이겨야' 한다와 '이길 거다'는 다른 말이다. 이제 승리를 자신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자.
소프트웨어와 온라인 서비스는 개발자들이 만든다. 세상에는 날고 기는 개발자가 수두룩 빽빽하게 있다. 하지만 오직 일부만이 거대 기술 기업에서 일하고, 그중에서도 굉장히 일부만이 새로운 걸 개발한다. 역사에 길이 남는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스타트업이나 개별 개발자 그룹이 만들어낸 것이다.
"네가 누구든 간에, 대부분의 똑똑한 사람들은 남을 위해 일하고 있다."
- Bill Joy
탈중앙화 네트워크는 인터넷 최초의 시대에서 승리했을 때와 똑같은 전법으로 세 번째 시대에서 이길 수 있다. 기업가와 개발자의 마음을 얻으면 된다.
2000년대, 위키피디아와 중앙화된 백과사전인 엔카르타(Encarta)는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었다. 2000년대 초에 그 둘을 비교했다면, 엔카르타가 훨씬 좋은 제품이었다. 더 다양한 주제와 더 높은 정확도를 자랑했다. 그러나 위키피디아는 훨씬 빠른 속도로 개선을 거듭했다. 위키의 탈중앙화, 커뮤니티 자치 철학에 이끌린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열나게 기여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2005년이 되자, 위키피디아는 인터넷상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사이트가 되었고, 2009년 엔카르타는 서비스를 종료했다.
여기서 포인트는, 중앙화 vs 탈중앙화 시스템을 비교할 때, 정적인 완성품으로써가 아니라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프로세스로 봐야 한다는 점이다. 중앙화 시스템은 대부분 완성된 상태로 출시되지만, 해당 기업의 직원들이 업데이트하는 속도로만 발전한다. 반면에 탈중앙화 시스템은 허접하게 킥오프를 하지만, 갈수록 새로운 기여자들이 생겨나면서 지수함수적으로 가파르게 성장한다.
크립토네트워크의 경우, 핵심(core) 프로토콜 및 기타 네트워크 개발자와 써드파티 앱 개발자,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서비스 프로바이더 사이에 피드백 사이클이 활발하게 반복되며 복리 효과를 낳는다. 이 피드백 사이클은 해당 네트워크의 토큰으로 인센티브가 제공되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경우에서 보듯이, 크립토 커뮤니티의 성장 속도를 폭발적으로 가속(supercharge)할 수 있다. (그리고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투머치 전기 남용에서 보이듯 종종 안타까운 결과로도 이어진다.)
인터넷의 다음 시대에 탈중앙화 시스템이 이길지 중앙화 시스템이 이길지는 누가 더 끝내주는 결과물을 보여줄지에 달려있으며, 이는 누가 더 고퀄의 개발자와 사업가와 함께 하는지에 달려있다. GAFA는 현금 보유량, 어마무시한 유저 수, 운영 인프라 등 수많은 강점을 지녔다. 크립토네트워크는 개발자와 사업가들에게 더 끌리는 제안을 할 수 있다. 개발자와 사업가의 마음을 얻는다면, 크립토네트워크는 GAFA보다 훨씬 더 많은 리소스를 땡겨올 수 있으며, 제품 개발 속도를 어마무시하게 높일 수 있다.
1989년도에 '여러분, 더 나은 삶을 위해 뭐가 필요하세요?'라고 물었다면, '정보를 지닌 노드들이 하이퍼텍스트로 연결된 탈중앙화 네트워크요'라는 답변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 Farmer & Farmer
중앙화 플랫폼은 멋들어진 앱과 동시에 런칭한다: 페이스북은 소셜 앱, 아이폰도 킬러 앱이 있었다. 반대로 탈중앙화 플랫폼은 만들다 만 상태로, 적절한 유즈 케이스(use case, 활용 방안, 이게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도 없이 출시된다. 그래서 탈중앙화 플랫폼은 두 단계에 걸쳐 제품-시장 핏(Product-Market Fit, PMF, 시장이 원하는 바에 제품을 조금씩 맞춰가는 것)을 찾아줘야 한다. 1) 플랫폼과 개발자/사업가 간의 핏: 플랫폼을 완성하고 생태계를 키워나갈 사람들, 2) 플랫폼/생태계와 최종 유저 간의 핏. 이 두 단계짜리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는 점은 상위 기술자(sophisticated technologists)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탈중앙화 플랫폼의 잠재력을 매번 과소평가하게 만든다.
탈중앙화 네트워크가 인터넷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중앙화 시스템보다 훨씬 낫다.
트위터 스팸 vs 이메일 스팸의 문제를 살펴보자. 트위터가 써드파티 개발자를 차단한 이후로, 트위터 스팸을 해결하려 든 회사는 트위터밖에 없었다. 반대로 이메일 스팸은 수백 개의 회사들이 해결해보겠다고 덤벼들었고, VC(Venture Capital, 모험 자본, 스타트업-고위험 고수익-에 투자하는 펀드)와 기업 펀딩을 수십억 달러씩 받았다. 이메일 스팸이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지만,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이는 써드파티 참여자들이 이메일 프로토콜은 탈중앙화 되어 있고, 따라서 나중에 "낚였다" 싶을 일이 없다는 걸 알고서 그 위에 비즈니스를 한땀한땀 쌓아 올렸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거버넌스의 문제를 살펴보자. 오늘날, 거대 플랫폼의 누군지 알게 뭐람인 사람들이 어떻게 정보가 필터링되고 랭킹이 매겨지는지(네이버 검색 1위 어떻게 정해지는지 아시는 분?), 어떤 유저가 차단되고 추천을 받는지, 그리고 중요 정치적 선택까지 결정한다. 크립토네트워크에서는 커뮤니티가 자체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이 투명하기 짝이 없는 의사 결정 과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오프라인 세상이 잘 보이듯이, 민주적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지만, 다른 대안들보다 훨씬 낫다.
중앙화 플랫폼들이 너무 오랫동안 군림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은 다른 더 나은 방식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만들고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잊어버렸다. 크립토네트워크는 커뮤니티 자치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써드파티 개발자, 크리에이터, 사업들과 공정하게 경기할 판을 짤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인터넷의 첫 시대에서 우리는 탈중앙화 시스템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부디 다음 세대에도 볼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