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글이에요.
저의 책 '지루한 여행을 떠났으면 해'의 에필로그에 가까운 글이 아닌가 싶어 브런치에도 올려둡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중략) 그래도 힘들지 않았다. 아이를 업을 때 아이와 내 몸 사이에 공간이 있으면 무겁고 불편하고 더 힘이 든다. 내게 몸을 붙이고 완전히 기대어 의지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우리는 더 가까워졌고, 덜 힘이 들었다.
책 ‘지루한 여행을 떠났으면 해’ 중에서.
어린아이와 함께한 여행기이니 으레 고생담과 실용 팁으로 채워져 있을 것이라는 기대들과 자꾸 마주친다.
사람들이 말한다. 그렇게 행복할 리가 없어. 그만큼 즐거울 수는 없어. 그 행복이 진짜일 리 없어.
육아와 결혼이 기필코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것처럼 말하는 것에 슬픔을 느낀다.
나는 나의 고통을 과시하고 더 많은 고생을 진열했어야 하나?
하지만 나는 불행하지 않았는데.
지난 북토크 강연에서 가장 큰 반응이 나왔던 것은 내가 아이를 다섯 살까지 직접 양육했다고 이야기했을 때였다. 나는 얼이를 낳고 조리원에 가지 않고 곧장 집으로 왔다. 자연분만을 했으니 출산 후 이틀 만이었다. 돌까지 완모를 했고, 이유식은 한 끼도 빠짐없이 전부 손으로 다지고 으깨가며 만들어 먹였다. 시간이지나 업무는 한 달이 안 되어 바로 다시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공부도 했다. 틈나는 대로 여행을 다니고, 글을 쓰고, 공모전에도 지원했다. 그 모든 여정에 얼이는 함께 있었다. 일이 많을 때는 수유하면서 한 팔로는 아이를 품에 안고, 다른 손으로는 노트북을 두드렸다. 마트에도, 인쇄소에도 함께 갔다. 얼이는 심사장에서 엄마가 발표하는 것을 지켜보았고, 시상식에는 함께 가서 상을 받았다.
언젠가 친구가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아이와 함께 편하고 즐겁게 다닐 수가 있냐고. 그날도 나는 두 시간쯤 걸리는 거리는 얼이와 함께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찾아간 참이었다. 나는 대답했다. 응, 익숙해져서 그래. 익숙해서.
여행이 아니라 일상의 모든 곳에 얼이와 함께 갔다. 아이와 여행하는 것이 특별히 어렵거나 힘들지 않았다. 익숙해져서. 여행도, 육아도.
처음 책을 쓰는 것이라 나는 한없이 넘치고 모자랐다. 편집장님이 내 글을 다듬으며 많은 부분을 덜어내고 채워주셨다. 그리고 단정해진 문장 사이에서도 행간에 고인 치열함을 읽어내주는 분들이 있다. 이제는 내가 다시금 그런 글에 위로받는다.
얼이를 키우며 처음이라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나는 정말 밤을 새워가며 책을 찾아 읽었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성공담이 필요하다. 해봤더니 별거 아니더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고, 이렇게 해보니까 즐겁더라는 그런 평범한 이야기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내 책은 육아서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 지금의 출판사에서 일반 에세이로 펴내자고 하셨을 때, 내가 글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바를 정확히 알아주셨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 마음이 확신으로 굳어졌음을 고백한다.
여행을 하며, 아이를 기르며, 글을 쓰면서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
단정 짓지 않는 것. 내 경험과 세상이 전부라 여기지 않는 것이다.
저는 다음 여행을 준비하고 있어요.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지나가고, 우리는 자라고, 여행은 계속됩니다. 물론 글도 계속 이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