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 능력과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3이라는 숫자는 조금 특별한 것 같습니다. 보통 이유나 근거를 제시할 때 왠지 두 개는 부족한 것 같고, 네 개까지는 불필요할 것 같아 세 개를 고집합니다. 옛이야기에서도 3이라는 숫자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여러 민족의 신화에는 보통 세 명의 주신이 나옵니다. 대표적으로 그리스신화만 하더라도 천하를 삼등분 해서 지하세계는 하데스, 바다는 포세이돈 그리고 하늘은 제우스가 다스리죠. 우리 민족의 단군신화에서도 환인, 환웅, 단군이 삼신으로 숭배됐습니다. 선물을 줄 때도 세 종류를 줍니다. 요정이나 신령님은 소원을 들어줄 때도 세 가지로 한정합니다.
만약 우리 아이들에게 딱 3가지만 가르칠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전 우선 하나님을 가르칠 겁니다. 다음으로 자신을 알아야 행복하다고 말해줄 겁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야 의미 있는 삶이 된다고 어깨를 토닥이며 이야기할 겁니다. 이 세 가지를 가르치기 위해 전 아이들을 토론의 장으로 이끌 겁니다. 말싸움에 강하라고, 자기주장을 굽히지 말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토론하며 특정 문제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결국 가치관이 보여줍니다. 토론을 통해 자아에 대한 이해를 키울 수 있는 건,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판단을 접하며 다른 이들의 생각에 대한 이해 역시 발달합니다. 그래서 토론은 한 개인이 다른 사람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입니다.
자, 그럼 토론의 장으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초대할 수 있을까요? 최선의 결과를 위해 의견을 모으는 토의에 비하면, 토론은 진입 장벽이 좀 높은 편입니다.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각자의 의견을 모으는 토론은 성숙하게 진행하지 않으면 화를 내며 말싸움으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어떤 이슈에 대해 의견이 다른 것뿐인데 자신을 부정한다고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토론의 장에서 만나면 소위 “적”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토론을 꺼립니다. 사교적인 모임에서 정치와 종교 이야기를 피하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정치와 종교는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주제이니까요. 그런데 토론을 벌이는 상대가 나와 의견을 달리한다고 해서 “적”이 되는 걸까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대인의 하브루타는 짝, 파트너와 함께 대화하고 배우는 방법입니다. 하브루타라는 말은 친구를 뜻하는 “하베르”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하브루타의 과정에는 특정 주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의견을 정해서 토론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 나가서 찬성, 반대 견해를 바꿔 토론을 펼치기도 합니다. 토론에 대한 유대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토론이란 나와 의견이 다른 적과 말로 벌이는 혈투가 아니라, 자신의 논리적 생각을 친구와 대화하면서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타인의 논리를 배우는 시간인 셈입니다.
토론하자고 시작하지만, 말싸움에 빠져 서로에게 상처만 입히는 우리가 토론을 피하는 건 토론에 대한 잘못된 전제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는 이기고 다른 누군가는 패배한다는 토론에 대한 오해. 하지만 우리는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잘 피력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토론의 장을 더 넓게 펴야 합니다. 토론할 때 활발한 사고과정이 일어나고 창의적인 사고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 논리적인 대화로 소통해야 하기에 의사소통 능력 또한 눈부시게 발전합니다. 아이들이 친구 또는 파트너와 함께 토론하는 방법을 배우려면 먼저 가정에서 부모님과 토론 대화를 경험해야 합니다. 여기 아이들을 토론의 장으로 초대하는 좋은 질문이 있습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졌습니다. 한반도 공기질에 영향을 주는 요소에 대하여 국내요인과 해외유입 미세먼지의 영향 중 어느 요인이 더 절대적인지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의 견해차가 큽니다. 이 주제로 아이들과 대화 나눠보면 어떨까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야 할까요? 사안의 기본적인 정보를 정리하는 질문이 먼저 필요할 겁니다. 육하원칙 질문바퀴를 돌리는 거죠. 그리고는 이렇게 질문하면 어떨까요?
“네가 한국의 환경부 대표로써 중국 대표를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한국 내 미세먼지는 국내상황에 따른 결과라고 중국 대표가 주장해. 이때, 너라면 어떻게 말하겠니?”
“네가 중국대표라면”이라는 전제는 말하는 토론참가자가 특정 인물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사실 당해보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합니다. 가정에 불과하지만 “네가 대표라면 어떻게 말하겠니?”라고 물어보면 질문을 받은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더 활발한 사고과정이 일어납니다. 뭔가를 말해야 하는 강력한 필요가 생기니까요.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는 상황을 전제하고,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말해보도록 적극 격려하고 유도하는 질문입니다. 게다가 명확하게 의견을 요구하는 질문입니다.
“너라면, 뭐라 말하겠니?”
상대방을 토론의 장으로 초대하는 매력적인 의문문입니다. 다른 입장을 전제하는 이 질문은 생각의 문을 활짝 열어줍니다. 이 질문이 사고의 확장에 매력적인 이유는 우선 먼저 상반되는 견해 차이에 따른 나름의 이유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말할 거리를 찾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정보를 찾아보고 가치를 검토하는 과정이 따라오기 때문에, 자기 생각을 의견으로 발전시키는 데 유익합니다. 상반되는 견해 양쪽에 모두 서보는 훈련의 이점은 두말하면 잔소리가 될 겁니다.
토론을 적극적으로 권장할 때 아이들의 창의적인 사고력 또한 발달합니다. 토론의 장에 서 있다는 것은 해결해야 할 문제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고력은 필요에 따라 발달합니다. 팽팽하게 맞서는 의견 차이를 뛰어넘기 위한 해결책을 얻기 위해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할 때 비로소 창의력이 발현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평상시 대화에서 명확하게 의견을 요구하는 질문을 받아 답하는 연습을 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사고가 얼마나 다를지 짐작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토론의 장으로 아이들을 초대하기. 오늘 한 번 적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미국 교육계에서 40년 넘게 몸담으시고, 그중 20년 이상을 공립학교 교장으로 계신 수지 오라는 한인이 계십니다. 미국 전체 통계로 보면 초등학교 학생의 5-10% 정도가 영재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분이 교장을 맡은 학교는 그 숫자가 25%에 달합니다.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치죠. 수지 오 교장 선생님은 그 이유를 한인과 유대인 학생이 많아서라고 분석합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교육열이 높은 두 민족이 만났으니 이해가 되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이분이 오랜 시간 한국 학생과 유대인 학생을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질문을 받았는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학교에서 10살, 11살 아이들을 볼 때 20년 후에 유대인 아이와 한국인 아이 중 누가 더 성공할지, 소위 한국인 부모님이 말하는 “성공”을 해낼지 생각해보면, 유대인 아이의 성공을 더 높게 보신다는 겁니다. 현재 학생이 보여주는 성적 성취도는 한인 학생이 더 높다고 해도 말입니다.
그 이유로 우선 의사소통 능력의 차이를 듭니다. 유대인 학생의 탁월한 의사소통 능력은 구체적인 답변이 요구되는 구체적인 질문으로 아이들과 대화는 유대인 가정교육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면서 아이들과의 대화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유대인 교육관을 설명합니다. 다음으로 유대인 학생들이 문제해결 능력이 더 좋다는 점을 이유로 듭니다. 더 나아가 유대인 아이들의 협동심을 볼 때 더 높은 성공이 점쳐진다고 덧붙입니다.
아이들에게 질문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발견합니다. 특별히 토론의 장으로 아이들을 초대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우리는 질문 받아야 사고합니다. 질문에 답하면서 의사소통 능력이 싹틉니다. 토론의 장에서 근거와 논리로 대화하면서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는 높은 단계의 의사소통 능력을 배웁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과 토론할 때, 서로 다른 입장에 대한 이해의 폭이 커지고 함께 사는 세상에서 차이를 아우르는 법을 배웁니다. 즉, 협동할 수 있는 마음밭이 비옥해지는 거죠.
부모라서 그렇겠지요.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이 참 많습니다. 다양한 세상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초대장을 아이의 손에 많이 건네주고 싶습니다. 제가 건넬 수 있는 초대장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게 함정이긴 합니다. 하지만 부모라면 누구나 소유한 초대장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대화의 장으로 입장할 수 있는 초대장입니다. 우선순위에 두기만 하면 누구라도 지금 당장 이 멋진 세상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오늘, 그 초대에 응해보세요.
아이들에게 확인을 가장한 질문 말고 진짜 질문을 해보세요. 아이들에게도 그들만의 목소리가 있답니다. 그 의견을 물어보세요. 아이의 생각을 인정해주세요. 그리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려주세요. 토론은 거기서 시작됩니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면 어떻게 말할지도 물어보세요. 논리적인 사고회로가 발달한답니다. 아이가 생각하는 이유와 근거가 정말 궁금하다는 걸 온몸과 진지한 눈빛으로 표현해주세요. 아이는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힘든 논리의 싸움을 이겨낼 힘을 얻을 겁니다.
다른 건 몰라도 두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우선, 오가는 대화 너머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겁니다. 그리고 다음번 토론 대화는 더 논리적이고 더 풍성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