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임신 분투 일상
1. B가 산부인과를 갈 때면 항상 반차를 낸다. 겁 많고 눈물 많은 B의 곁을 항상 지켜야지. 때문에 올해 연차의 스마트한 계산이 필요한 때. 평소 관심도 없었던 출산한 배우자가 있는 직원의 휴가 규정도 찾아본다. 10일이란 터무니없는 일수에 절망하고 우리집 식탁에서 B와 비상대책회의를 연다.
2. 아들이라는 사실 - 거의 확정적인 - 을 알게 된 이후에는 공상과 걱정의 바운더리가 확장됐다.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신생아 정도의 육아 장면만 떠올릴 수 있었는데 초음파 영상 속에서 꿈틀거리는 태아와 아들이라는 성별을 알게 되자, 그 미래가 선명해진 것이다. 아들과 하는 모든 것들, 모든 기대와 바람, 모든 애정과 즐거움, 걱정들이 한 번에 밀려들었다. 물론 한쪽으로는 “딸…”이라는 탄식도.
3. B에게 다행히 입덧은 없었다. 단, 공복 상태에는 자주 구역질이 나왔고, 몇 번은 양치를 하다가 물토를 하기도 했다. 물토 경험자들은 알 것이다. 생 위액이 나와서 식도를 다 상하게 하는 것. 많이 고생했다. 치약은 임산부용 치약으로 바로 바꿨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중. 그와 함께 체덧도 있다. 음식이 얹힌 듯 답답한 기운이 계속 됐다. 매실차 처방을 좀 했다. 자동차 실내 냄새도 역하다. 그래서 시동 걸고 창문부터 연다. 이제는 생각지도 못했던 주변 모든 것들이 B를 위협한다.
4. B의 몸에도 변화가 생겼다. 소양증이라고 하는 가려움증이 있다. 처음에는 물수건으로 닦아주었는데 물이 증발하면서 가진 수분도 뺏어가서 소용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수분이 핵심이다. 튼살을 방지하기 위해 몸 곳곳에 튼살크림을 발라주고 있는데, 수분 공급이 영향이 있는지 전보다 증상이 덜한 듯하다.
5. 처음에 병원에서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높다고 연락을 받았을 때는 B와 나는 걱정이 많았다. 갑상선 호르몬으로 체내 에너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기와 나누어 쓸게 부족한 것이다. 다행히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니 정상 수치로 돌아왔다. 지금은 아침에 눈 뜨자마자 약을 챙겨주는 것이 일상이다.
6. 먹는 것은 특히 조심하고 있다. B가 애정하는 해산물은 피하고 있고 또 매일 먹던 커피도 카페인 때문에 안 마시고 있다. 새롭게 뭘 먹을 때면 음식 + 임신으로 구글링을 해보고, 안심이 돼야 먹기 시작한다. 굳이 몰라도 되는 정보가 많아서 더 걱정이 되는 거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최상의 환경으로 지키고 싶은 맘도 한편으로 있는 것이다.
7. 태교는 기대했던 것만큼 잘 못 지키고 있다. 원래는 우쿨렐레 연주를 해준다는 등 선포를 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그럼에도 매일 생각은 한다. 지금은 잠자리에서 B가 읽고 싶은 책을 읽어주거나 - 그래서 간이 스탠드도 알리에서 구입했다 - 다양한 가십거리들을 들려준다. 가만 보니, B가 가장 평안하고 행복한 상태로 만드는 게 태교의 목적이라면, 지난 주말에 와서 거의 하루 종일한 해리포터 게임도 훌륭한 태교 중 하나일 테다. 나도 게임에 지지 않도록 분발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