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결혼한 걸 후회해

이혼결투 소셜클럽

by ASTR

많은 사람이 결혼을 결정하기 망설인다. 대준과 하나도 마찬가지였다. 각자의 이유로, 각자의 미래에서 얻게 될 후회 때문에.


한번 결정에 수많은 선택이 엮여있으며, 그 한번 결정은 이후에 무르기 쉽지 않다. 그 불확실성의 리스크를 지기에, 차라리 확실하지 않으면 결혼은 안 하는 게 낫다고 결정하기도 한다.


불확실성.

그게 제일 문제였다. “나에게 확신을 줘.” 하나가 대준에게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다. 대준은 그때마다 구글링을 했다. ‘여자친구에게 확신을 주는 법’ 그때마다 싸구려 이벤트 업체나 초등학생이 남긴 지식인 글을 읽어보는 게 다였다.


대준이 몰랐던 것이 있다. 불확실성의 시작점 말이다. 여자가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 남자가 결혼을 미루는 이유 말이다.


연애와 결혼은 다른 것이며, 결혼과 즉시 연애 때와 완전히 다른 시대가 열린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상대조차 처음 겪는 결혼의 시대. 그때의 자신들이 어떻게, 어떤 식으로 변하게 될 것이고, 그 변화가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확신하지 못하는 것. 불확실성의 대부분 불안은 거기서 온다.


그럼 그 불확실성을 줄여보면 어떨까? 미리 결혼 생활을 시뮬레이션해 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사람들은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미리 같이 살아보는 걸 추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내가 진짜 상대와 맞는지, 평생을 맞닿아 살아갈만한 짝꿍인지 알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다.


이른바 팀워크 이론, 혹은 상사부하 이론이다.


생각보다 결혼은 팀워크이다. 연애가 좋은 것만 취하는 것이라면 결혼은 전인적인 만남이다. 상대의 하나부터 끝까지 모두 경험하고 감당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그게 누군가는 쉽고, 누군가는 무척이나 어렵다. 차이는 팀워크에서 온다.


쉽게 생각해 보자. 남자친구가 남자친구가 아니라 직장에서 만나는 상사라고 생각해 보자. 친한 친구도 직장에서 만나게 되면 아마 치를 떨 사람도 많을 것이다. 직장은 단순히 만나서 차를 마시고 데이트를 하며 함께 여행만 떠나는 게 아니라, 공동의 이루어야 할, 해야만 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의 사소한 습관도 거슬리기도 한다. 나는 목표를 위해 전진하는데 상대가 후진한다면 그 또한 매우 거슬린다.


자, 그럼 상사가 된 남자친구는 어떨까? 같은 회사에서 같이 일하고 싶은지 자문해 보는 것이다. 결혼은 평등한 관계라고 믿지만, 서로의 위치를 뒤집어두고 일부러 불평등하게 만든 다음, 살펴보는 것이다.


상사가 된 남자친구. 불평등한 조건을 만들어야만 보이는 진실들이 있다. 여기에 숨은 뜻은 아래와 같다.


존경할 만한지, 솔선수범하는지

나의 실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비전을 제시하는지

코치를 잘해주고 나를 이끌어가는지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는 독불장군은 아닌지

중재하는지

의사결정을 잘하는지

압박감을 주거나 무시하지 않는지

나의 세세한 것을 기억하고 파악하고 있는지


보통의 좋은 상사에게 볼 수 있는 특징들이다. 이게 상대에게도 보이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물론 저 모든 것이 다 포함되는 성인 또는 현자 같은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핵심은 ‘내’가 상사가 된 남자친구의 행동과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있다. 상대의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의 선이 모두 다 다르기 때문이다.


내 위에 있다고 해서 나를 마음대로 부리거나, 무시하지 않고, 정말 좋은 상사처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인가?


위에는 남자친구로 예를 들었지만 반대로 여자친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상사 부하일까? 왜 팀일까? 기억해둬야 할 핵심은 이거다.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되면 그 수많은 세세한 항목들 가운데 자연스럽게 서로 각각 우위가 나뉜다는 것이다. 아마도 각자가 잘하는 분야 혹은 관심 있는 분야일 것이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육아에 있어서는 아내가 상사, 재무에 있어서는 남편이 상사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집안내 역할은 실처럼 분화되어 어떨 때는 상사처럼, 어떨 때는 부하처럼 우리는 끝없는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결혼생활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어떤 분야에서 맡은 어떤 역할이 어렵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결혼하고 집안내에서 아내에게 꼼짝 못 하는 이유가 궁금한가? 그건 대부분 아내가 집안에서 압도적으로 능력치가 높기 때문이다. 남편이 아내 이상으로 집안에 관심을 쏟는다면, 그럴 일은 없다.


결국 결혼 생활의 성패는 이 역할 분배와 그 분배를 받아들이는 데 있다. 대준은, 하나는, 그렇게 부여된 역할이 지루했고 억울했고, 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혼을 후회하는 대다수의 이유는 그렇게 결혼 이후의 역할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것과 그 역할이 부여됐을 때 어떨지 자신과 상대에 대해 오인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널 잘못 봤지.”

어느 날 하나가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결혼도 환상적인 팀워크를 이룰 거라 생각했다. 상사로 만나든 부하로 만나든, 지옥의 팀플이든 상관없이. 하지만 하나의 말에 대준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내가 착각했고, 상대도 착각했고, 그것이 서로의 잘못이 된 순간.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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