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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소년 Jan 01. 2024

무방비 한줌 따뜻함에 대한 소고

우린 이미 따뜻함을 전할 준비가 되어 있다

추운 겨울이면 더욱 크게 전해져 오는 무방비한 따뜻함에는 그리 큰 범위의 에너지가 필요하진 않을 지 모른다. 어느 허름한 휴게소, 혹은 식당 한 켠의 화장실에서도 가능하니까. 바로 세면대에서 거의 본능에 가깝게 좌측으로 수도꼭지를 틀었을 때 나오는 따뜻한 물이 주는 한줌의 반전에 대한 얘기다.




거의 기대하지 않고(그래서 무방비), 필요에 의해 손을 씻느라 틀었을 때 급수로 데워진 물줄기가 주는 따뜻함은 온 몸을 타고 흐른다. 누군가의 세심한 배려와 인심이 느껴지게까지 한다. 옛 그룹, 노고지리의 ‘찻잔’이란 노래 가사에서처럼.


너를 만지면 손끝이 따뜻해

온몸에 너의 열기가 퍼져

소리 없는 정이 내게로 흐른다


- 노고지리 ‘찻잔’ 中


그러고 보면 손바닥 크기만큼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란 조금 여율 같고 짚어보면 도처에서 목격하거나 직접 경험할 수 있다.

거의 효용을 못 느껴 써본적 없는, 누군가가 공짜로 줘서 뜯어본 핫팩을 주머니에 넣곤 역시 무신경한 시간이 흘러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그 따뜻함이 배가 되는 것처럼. 또 감기에 걸렸을 때 일어나자 마자 마시는 따뜻한 물 한 컵도 한 줌 크기쯤 되려나? 펼친 손바닥을 가슴에 대면 심장의 크기 정도쯤 될 거다!



가장 잊을 수 없는 손바닥 크기의 따뜻함?

직장 어린이집에 다니느라 몇 년간 함께 출퇴근을 했던 우리 아이. 어느날 과자를 전해주느라 운전 때문에 고개는 앞을 보고 손은 아이를 향해 뻗는데… 그때 더듬더듬 하다 아이의 손바닥의 온기가 느껴지며 그날 하루 종일 따뜻했던 기억.



어쩜 우리는 이미 누군가에게 선천적으로 전할 수 있는 한줌의 따뜻함을 타고 났는 지 모른다. 딱 그 정도 여유, 마음을 갖고 살아야지 했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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