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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시대

저궤도 통신인공위성들과 천문학

by astrodiary Mar 10. 2025


밤하늘 전천 서베이 카메라에 찍은 별과 은하, 그리고 저궤도 위성들이 남긴 자취. 이미지 출처: LSST project website밤하늘 전천 서베이 카메라에 찍은 별과 은하, 그리고 저궤도 위성들이 남긴 자취. 이미지 출처: LSST project website

밤하늘은 이제 더 이상 천문학자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위에 보이는 사진에는 수많은 별, 은하들과 함께, 지구 상공을 지나가는 저궤도 통신위성들의 남긴 자취 역시 찍혀 있다. 저 선명하게 일렬로 정렬된 직선모양의 자취들은 모두 지구의 저궤도 상공을 지나가는 상업용 통신 위성들이 반사하는 태양빛이, 지상 망원경에 부착된 CCD (그렇다, 우리가 쓰는 디지털 카메라에 들어 있는 CCD이다) 카메라에 찍혀서 생겨난 들이다. 그저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고 싶은 우리들에게는 그리 낭만적인 상황이 아니며, 필자와 같은 천문학자들에게는 꽤나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가 잘 모르고 살지만 지난 60년 동안 인류는 수많은 위성들은 발사하여, 아래 그림에서 보듯, 지금 현재 누적 통계에 따르면, 지구 궤도에는 약 4만여 개의 위성과 지구를 돌고 있는 여러 로켓잔해들이 존재한다. 필자 역시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starlink) 프로젝트가 발표되고 나서 좀 자세한 정보를 찾아보기 전까지는 전까지 이렇게나 많은 물체들이 지구 밖을 떠 돌아다니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림 출처: https://sdup.esoc.esa.int/discosweb/statistics/그림 출처: https://sdup.esoc.esa.int/discosweb/statistics/


지구의 모든 곳을 통신 사각지대 없이 연결하여 인류에게 편리함과 혜택을 가져다주겠다는, 일론의 '야심 찬' 계획을 구태여 폄훼하고 싶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주경쟁은 치열해질 것이고, 지구밖 우주공간이라는 이 '공유지(共有地)'를 잘 보전하지 못하면, 우주쓰레기들이 지구를 떠 다니고, 일부는 지구로 떨어지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들을 현실에서 마주하게 될 것 같아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혹자는 "천문학자들이 필요해서 띄운 천문학 위성도 있지 않느냐?"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 상대적으로 그 숫자는 미미하지만 유명한 허블 우주망원경을 포함해서, 현재 지구 저궤도에는 천문학 위성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천문학자들은 문명의 혜택을 받는 곳에서 멀어지려 한다 (사막에 망원경을 짓고, 문명의 빛이 없는 어두운 곳을 찾아다닌다). 그래서 우주에서도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를 멀리 벗어난 곳으로 관측장비를 보내기 시작했다 (제임스웹 망원경은 알다시피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가있다). 천문학 연구에 '방해'가 되니 어두운 밤하늘을 보존하기 위해 위성발사를 하지 말라고 할 수 도 없는 노릇이고, 이대로 위성발사를 계속하여 지구하늘에 인공위성이 만드는 거대한 '인공 별자리'가 생겨나는 것을 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서로를 존중하면서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다행히, 이 모든 지구 저궤도상의 물체들이 천문학 연구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10센티미터 정도로 작은 잔해들은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국제 천문연맹 (IAU)은 지표면에서 550킬로 미터 상공 아래에 있는 위성들의 밝기가 7등급 (히파르쿠스가 맨눈으로 가장 희미한 본 별 등급이 6등급이므로 우리가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제일 어두운 별보다 약 2.5배 더 어둡다) 보다 어둡도록 위성표면의 반사율을 조정해 줄 것을 권고한바 있다. 그러나 강제성이 있는 조치가 아니므로 그저 위성 업체들이 우리 천문학자들의 요청을 고려해 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특히나 광시야 카메라를 이용한 하늘 전체사진을 찍는 서베이 관측의 경우 (Vera C. Rubin, LSST, 나중에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위성이 남긴 자국들이 찍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이 인공적인 시그널을 구별하고 가능하면 관측 시 피해 갈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강구하는 중이다. 원하지 않았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어쨌든 천문학자들이 공존을 위해서 노력하는 만큼 상업용 위성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쪽에서도, 돈의 논리만 따르기보다는, 천문학자들의 사정을 어느 정도 고려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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