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온 하늘의 스펙트럼 지도를 만드는 야심 찬 미션에 한국 공동참여
한국 시간으로 3월 12일 오후 12시 10분, 우주 망원경 스피어엑스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사실 이 글을 며칠 전에 쓰기는 했지만, 그간 발사가 몇 차례 지연되어 이제야 글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여러 우주망원경들이 발사되었지만 이번 스피어엑스가 필자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한국천문학계가 외국 기관으로는 유일하게 협력연구 파트너로 참가하고 있고, 필자의 한국 대학원 시절 선후배, 동료였던 한국 천문학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많은 경우 우주망원경 프로젝트에 한국 천문학계의 참여지분이 그다지 크지 않았으나. 이번 스피어엑스 프로그램에는 한국 (한국 천문연구원)이 극저온 진공 채임버 (chamber)를 직접제작, 공수하여 관측기기를 우주와 비슷한 환경에서 작동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점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 대가로 한국은 스피어엑스가 보내오는 귀중한 자료를 제약 없이 사용하여 선도적인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필자의 친구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 이외에, 천문학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도 스피어엑스에 거는 기대는 크다. 왜냐하면 천문학자들은 이제 처음으로 온 하늘에 있는 천체에 대해서 '분광'자료 (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래의 그림을 보고 조금 자세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위의 그림은 앞으로 2년 동안 스피어엑스가 지구 상공을 돌면서 관측하게 될 하늘을 보여주고 있다. 보이는 것처럼 지구 한 바퀴를 돌고 방향을 약간 틀어서 똑같은 궤도를 돌고 하는 일을 반복하면 2년 후 하늘 전체를 훑고 지나가게 된다. 스피어엑스는 지구를 도는 동안 연속적으로 셔터를 열어 하늘 사진을 찍게 되는데, 보이는 것처럼 노란색의 사각형안에 들어오는 모든 천체들의 분광 사진을 찍는다. 원래 분광은 프리즘으로 빛을 '분산'시키고 이 분산된 빛을 찍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필요한 노출 시간이, '이미지'를 찍는데 필요한 시간보다 훨씬 길어서, 하늘에 있는 모든 천체를 분광하여 사진을 찍은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 스피어엑스의 특별함이 빛을 발한다.
스피어엑스에 장착되어 있는 검출기(사진 건판과 비슷하다)는 '건판'상의 위치에 따라 파장이 다른 빛을 선택적으로 투과시키도록 설계가 돼있어, 카메라의 방향을 '아주' 조금씩 조정하여 (그림에 보이는 것처럼 여러 개의 사각형이 겹치도록) 연속적으로 '이미지' 사진을 찍으며 지나가면, 같은 천체라도 여러 장의 이미지가 각각 약간씩 다른 위치의 건판상에 찍히기 때문에, 이 이미지들은 잘 취합하면 천체의 스펙트럼을 얻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림에 있는, 두 장의 약간 비껴서 찍힌 은하를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은하의 같은 지점이라도 두 장의 건판상에 각각 다른 위치에 놓여 사진이 찍히게 되면 다른 파장의 빛을 찍을 수 있고, 연속적으로 이를 반복하여 이미지들을 취합하면 결국 은하의 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불가능한 온 하늘의 분광관측을 유한한 시간 내에 해 낼 수 있다. 단 엄밀하게 말해서 빛을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부 파장영역의 빛을 선택적으로 투과시켜 사진을 찍는 것이므로, 보통 우리가 보는, 스펙트럼을 통해서 나오는 연속적인 빛처럼 빛의 파장사이의 간격이 아주 좁은 (천문학자들은 이를 분해능이 좋다고 말한다)것은 아니며, 망원경의 구경이 20센티미터 정도로, 비슷한 적외선대의 파장으로 관측을 하는 제임스웹 (6미터) 망원경에 비해 현저히 작아 멀리 떨어진 은하를 관측하는 경우 개별은하에서 나오는 빛을 보기보다는 은하를 포함하는 좀 더 커다란 공간상에 분포하는 빛 전체를 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또한 하늘을 '스캔'하며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한 곳에 오래 노출을 주고 찍는 다른 우주망원경에 비해 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아주 어두운 천체들의 사진들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최초로 하늘 전체의 적외선 스펙트럼을 얻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굉장히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흥미로운 천체가 여럿 발견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스피어엑스에서 나올 자료만으로, 아니면 다른 자료들과 결합하여 여러 가지 흥미로운 관측연구를 준비 중에 있다. 아마도, 그중에는 한국 천문학계가 선도하는 연구 주제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행보가 굉장히 기대되는 관측장비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한국천문연구원 홈페이지에 있는 도보자료를 보시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래사진은 실시간 발사 광경을 지켜보다가 스피어엑스가 로켓에서 분리되어 궤도로 진입하는 순간을 캡쳐한 모습이다. 스피어엑스의 성공적인 임무수행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