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人 2
홍보(PR)와 광고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홍보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홍보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홍보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은 언론 지면이나 방송에 보도되는 데 따른 미디어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광고는 신문지면이나 방송시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기업이 원하는 메시지와 이미지를 내보낼 수 있습니다. 사전에 최고 경영진은 방송이나 지면에 소개된 자사의 광고가 사전에 보고되었던 내용과 동일한 것을 보며 흡족해합니다. 반면 홍보는 미디어의 입을 통해 나가기 때문에 지면이나 뉴스 시간을 구매할 필요가 없습니다.
“남들 쓰는 만큼 다 쓰면서 홍보하면 아무나 시키지, 홍보팀이 왜 필요합니까?” 다수의 기업 경영진들이 예산증액을 요청하는 홍보팀에 하는 말중에 하나입니다. 홍보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경력자를 데려와 놓고 미디어 예산을 줄이라는 지시를 하기도 합니다.
매출 4조원이 넘는 회사에 홍보와 아이알 업무를 담당했던 적이 있습니다. 발령받고 첫 출근날 그 회사 CFO는 “예산은 추가적으로 쓰지 마라, 술을 마시든 몸으로 때우든 난 상관하지 않겠다. 단 홍보예산은 늘리지 마라!” 라는 말을 했습니다. CFO가 “예산을 늘리지 말라”는 말을 저는 미디어 커버리지를 늘리기 보다는 현 상황을 유지하면 된다라는 말로 이해했습니다.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뉴스를 전하는 미디어를 확대해야 하고, 보도되는 기사량도 확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디어네트워크를 확대해야 하는데 예산이 없이 미디어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을까요? 언론홍보 경력자들이 보유한 인적 네트워크로 어느정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일정기간이 예산없이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없습니다. 미디어도 비즈니스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 기업의 뉴스 콘텐츠를 지속가능하게 보도해 주시 않습니다. 미디어는 매출과 수익에 도움이 되는 기업뉴스를 우선시 합니다.
경영진은 자사의 뉴스 콘텐츠를 전달하면 언론은 쉽게 기사를 쓴다고 생각합니다. 홍보업무를 경험해 보지 않은 데서 오는 오해입니다. 경영진들 주변에는 언론사에 종사하는 친구도 있고, 나름 홍보업무에 정통한 지인들도 있습니다. 경영진들은 그 지인들에게 부탁해 회사의 좋은 기사를 보도하기도 합니다. 경영진의 인맥을 활용한 홍보는 일회성일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경영진의 부탁을 들어준 언론사 고위급 인사는 해당 기업에 상응하는 댓가를 바라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비즈니스 관계에서 일방적인 관계는 없기 때문입니다. 일회성으로 그치는 홍보효과가 회사의 지속가능 경영에 도움이 될 리 없습니다.
미디어관계는 오랜 시간을 갖고 상호 신뢰와 협조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경영진 중 일부는 지인을 통한 일회성 홍보효과를 가지고 자사 홍보팀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합니다. 예산을 사용하지 않고 좋은 기사를 낼 수 있는데 홍보팀은 매년 예산타령만한다고 생각하니 홍보팀의 실력이 본인보다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홍보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발언을 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미디어에 우리 회사의 자료가 보도되어도 비용이 들지 않지만 기업이나 조직이 얘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온전히 전달할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편집이나 취재 과정에서 가감이 되거나 왜곡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면이나 방송시간에 대한 댓가가 없기 때문에 편집권한도 편집국(혹은 보도국)에 있습니다. “사장님(혹은 회장님)께 보고했던 제목과 왜 다르게 보도됐어요? 내가 봤던 내용은 길었는데 보도된 기사의 양은 왜 이렇게 작아요?” 미디어홍보 경험이 전혀 없던 홍보담당임원이 홍보 실무자들에게 하는 일상입니다. 임원급 인사에게 홍보의 ABC부터 다 가르쳐 드릴 수도 없습니다. 경영진들은 사전에 보고 받았던 보도자료와 내용과 제목에 홍보팀이나 담당자의 무능을 지적하곤 합니다. 부하직원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고 본인들의 생각을 지시하고 따르도록 합니다. 임원의 자리에 오른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해온 업무와 능력이 인정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고수해온 일하는 방식을 고집하려고 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회사에 입맛에 딱 맞게 기사를 내지 못하는 홍보팀이 곱게 보일리 없습니다.
홍보팀도 예산이 필요합니다. 언론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구축하는 예산도 필요하고,
언론사에서 요구하는 협찬이나 광고도 집행해야 합니다. 이런 예산의 대부분 기업과 언론사 간의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비용입니다.
“홍보는 공짜”라는 인식은 언론에 보도되는 기사에 대한 비용이 없는 데서 유래한 것입니다. 광고와 보도기사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말이 홍보는 돈이 들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경영진들이 많습니다. 출입기자와 자주 만나야 하고, 언론사의 요청사항도 들어줘야 합니다. 언론사의 요구는 들어주지 않으면서 우리 회사의 자료는 보도해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상호간의 필요가 충족돼어야 관계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언론은 기업의 잘못된 점도 지적하지만 보도의 80~90%는 잘하는 기업의 잘하는 점을 보도합니다. 산업현장과 기업을 취재하여 만든 기사는 언론사의 콘텐츠가 됩니다.
언론의 제품은 뉴스입니다. 언론사는 독자들이 읽고 좋아할 만한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을 합니다. 그 콘텐츠를 활용해 광고를 유치하고 구독자를 유인할 수 있습니다. 언론이 기업에 관한 뉴스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은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양질의 뉴스 콘텐츠를 만들 위한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언론산업의 환경은 양질의 콘텐츠 만으로 언론사가 제대로 된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신문산업의 대표인 일간신문사들은 신문판매와 온라인 콘텐츠 판매수입 비중이 18.5%입니다. 콘텐츠 판매가 전체 수입의 20%가 채 되지 않는 것입니다. 나머지 80%는 광고수입과 부가사업을 통한 매출입니다. 부가사업 중 대다수는 행사와 기획기사 등을 통한 기업협찬 수입입니다. 광고수입 중에서도 기업이 지출하는 비용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합니다. 언론사는 수입의 80%를 기업의 광고비나 협찬에 기대고 있는 것입니다.
기업은 언론사에 협찬과 광고를 주고 언론은 자사의 매출에 기여한 기업의 좋은 뉴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 현재의 우리나라 언론사업의 구조입니다. 조선,동아,중앙,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주요 일간지 신문의 경제·산업면 뉴스를 보면 삼성과 현대차, LG, SK, 롯데 등 10대 그룹 뉴스가 절대다수를 차지합니다. 10대 그룹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도 하지만 그 그룹이 언론사 매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온라인과 모바일로 언론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인터넷 언론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신생 언론사들은 기업의 관심을 유도하고 협찬성 광고를 위해 기업의 나쁜 기사를 발굴하거나 불리한 내용을 취재해 보도를 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작은 언론사라고 무시해서도 안되지만 기업 홍보팀의 예산은 한정적이기에 모든 언론사에 협찬을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홍보팀이 기본적으로 대응할 만한 예산은 확보돼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 불리한 기사가 보도 된 후에 대응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짓는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제대로 된 홍보를 하려면 인원이 먼저가 아니라 활용방안과 예산 등 내부 시스템을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홍보에 공짜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