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착하게 살아서 받은 '복'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겪은 주위의 반응

by freesunny

내가 입주하게 된 아파트는 지은 지 5년 정도 된 준신축급이었고 지하철역이 도보 1분 내로 교통 접근성이 좋았으며, 대형마트 등 주거편의 시설이 잘 갖추어진 동네였다. 접근성이 좋은 임대아파트들이 대체로 90년대에 지어져 노후화된 반면, 2010년대 이후 임대아파트들은 도시 외곽에 지어 교통이나 생활인프라가 부족한 편이었다. 2000년대 후반에 지어진 이곳은 딱 그 중간에 지어져 접근성도 좋고, 생활인프라도 좋은 곳이었다.


"나도 이런 데서 살고 싶다" 며 이사하던 날 도우러 온 친구는 부러워했다.

훗날 친구도 임대아파트 신청을 했지만. 친구가 본 집은 너무 노후화되어 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역시 착하게 살더니 복을 받는구나" 며 이사 후 집에 놀러 온 다른 친구는 말했다.

가진 것 없는 내가 좋은 입지의 아파트를 적은 비용으로 살(living) 수 있는 것

친구가 보기엔 내가 정말 착하게 살았나 보다. 그렇게 보였다니 기분이 좋았다.


귀촌을 하기 전에 살았던 곳은 원룸이었다. 정확히 미니투룸. (작은 주방이 베란다 쪽에 따로 나있는 곳)

전세 2500만 원으로 살았던 그곳은 5평 정도 되었을까? 원룸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동네, 뜨내기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그런 동네. 당시 아래층 주민이 현관문을 열어둔 채 살아서 지나갈 때마다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같은 층엔 강아지를 키우는 분이 있어, 강아지 짖는 소음에 시달렸다. 내가 살았던 원룸은 좁고 방음이 안되고 안전하지 않았다. 그것이 당시 내가 가진 돈으로 마련할 수 있는 주거의 현실이었던 거다.


30대에 소개팅을 많이 했었는데,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을 엄청 높이 평가한 사람이 있었다. 나와는 다르게 경제공부를 열심히 하던 분이었고. 생활력이 강하고, 경제적으로 함께 미래를 잘 준비해나갈 분을 찾고 있던 아주 현실적인 분이었다. 그 분 덕분에, 경제에 관심이 많을수록 검소하게 사는 것에 가치를 둔다는 것을 경험했다. 아쉽게도 이 똑똑하고 경제관념이 있는 분과는 잘 되지 못했다. (지금의 나였다면, 엄청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 같은데..)


이토록 좋게 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안 좋게 보는 시선도 많았다.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던 날, 이사를 함께 도와준 가족과 지인들을 배웅하던 길이었다.

아파트 복도 끝에서 지저분하고 껄렁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는 주민분을 보았다. 그것이 하필 아파트 주민과의 첫 조우였다. 가족들은 그것이 마음에 걸리셨는지, "여기는 오래 살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라는 당부를 하셨다. 나도 처음엔 그 말이 내내 걸렸는데, 살아보니 또 잊혀졌다. 어디나 다 그런 사람 저런 사람들이 있을 뿐, 편견이나 선입견은 가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 집에 살면서, "저 임대아파트 살아요!"라고 많이 말하고 다녔다.

가까운 사람들은 내가 이곳에 살게 된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마치 나의 큰 약점을 이렇게 쉽게 드러내도 되냐는 듯한 반응이거나, 아 그 정도의 사람이구나 하고 마치 나를 다 아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청년들에게 임대아파트에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를 알려주고 싶었던 나의 마음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를 경험하기도 했다. 몇 번 그런 경험을 한 후로는 내가 어디 사는지 굳이 먼저 말하지 않게 되었다.


어떤 아파트에 산다는 것이 그 사람의 경제적 위치를 대변해 주는 시대다.

아파트에도 브랜드가 있는 나라, 브랜드명만으로도 아파트의 가치가 매겨지는 나라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시대에 국가가 빌려주는 임대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가난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영혼까지 끌어당긴 대출금으로 집을 사는(buying)것과 임대아파트에서 사는(living)것을 선택한 사람에겐 경제적으로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생각과 가치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디에 사느냐로 인해 그 사람의 현재가치를 판단하고 등급을 나누는 사회는 자본주의의 맹신자들이 낳은 이기적 민낯이 아닐까. 자본주의에서 살아남은 이기적 유전자들이 점점 더 브랜드아파트들의 가치를 올리고 계층과 계급을 나누는 현상을 가속화하는 것 같다. 아파트는 주거(접근성, 안전함, 쾌적함)로써의 가치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는 나는 최소한 이기적 유전자는 가지지 못했다


10년전에 대출을 당겨 아파트를 샀더라면 아파트값이 올랐을텐데, 잘못된 선택이었다라는 이야길 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수도권에 해당되는 이야기지 지방에 사는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암튼 누가 머래도 나는 임대아파트에 사는 삶에 아~~주 만족했다.

그 10년 간의 감사함과 고마움을 담아 계속 글을 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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