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온더블록 86화에 등장한 환경미화원 시인 금동건씨 feat. 책바
채널을 돌리다 일반인이 주인공으로 나와 있으면, 채널을 멈추고 이야기를 가만히 듣게되는 프로다
짧은시간 삶의 단편을 압축적이고 진솔하게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 좋다
유퀴즈~ 이야기가 끝나고 주인공의 삶과 연관되는 퀴즈를 풀어보는 것도 덤으로 주어지는 재미다.
어제 저녁 야근후 집에 도착해 티비를 켜니, 유퀴즈에 '음주 독서가' 라는 한 인물이 등장했다.
술을 마시며 책을 읽는 바라니? 발상이 좋아서, 기발하다 싶어 또 채널을 멈추고 빠져 들어간다.
새로운 영감을 주는 공간, 연희동 '책바' (투잡을 하고 싶어진다)
나도 혼자지만, 외롭지 않게 시간을 보내는 것에 흥미가 있다. 내가 만든 공간을 타인과 향유한다는 것에 깊은 매력을 느낀다. 공간, 그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들간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해보고 싶어진다.
그런 상상속에 빠져들고 있는데 화면속에 등장한 인물. 금동건씨. 외모가 독특하고 신기해 보게되는 아저씨.
그의 삶을 보여주는 영상을 보니, 이것은 정말 영화 '패터슨'의 한국버젼.
버스운전대에 앉아서 버스출발 전 짬짬이 시를 쓰던 영화 패터슨의 패터슨처럼,
청소차의 운전대에 앉아서 시를 쓰는 유키즈의 아저씨.
2시반이 되면 시쓰기를 멈추고, 음식물쓰레기통에 담긴 음식물들을 수거하러 차를 몰고, 매일 62곳을 방문하여 음식물들을 수거하고 밤 11시에 일을 마친다는 시인. 자신의 일을 천직이라 여기며, 성실히 즐거운 자세로 임하는 멋진 미화원. 틈틈이 늘 꾸준히 시를 써오고 있다는 청소부 시인.
일상이란것이 표면적으로 보면 얼마나 무료하고 재미없을 수 있는가를 보여주면서도,
그 일상속에서 발견하는 아주 소소하고 작은 변화를 발견하면서 시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시를 쓰는 것이 반복되는 일상을 성실히 지켜나갈 수 있는 힘을 보여주는 영화 패터슨처럼,
금동건씨가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 이유 또한 시를 쓰기 때문이 아닐까,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과 말을 듣고 있으니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음식물쓰레기를 마주하면서도, 그 속에서 사랑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자꾸만 그의 시를 찾아 읽고 싶어진다
시는 사람을 성찰하게 하고, 사유하게 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 맞는것 같다 진정?
글쓰는 것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이 행복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해 준 순간이었다.
너무나 멋진 예술가를 한분 알게되어 기쁘고 값지다.
막걸리를 마시고 껄껄웃어대던 천상병 시인의 모습도 약간 오버랩이 되면서,
시는 삶에서 나오니 그것은 곧 철학인가 싶은 생각도 해본다.
시인에 대한 경외심도 일어난다.
오늘 이 감상을 기록해 두고 글을 계속 써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기억하기 위해
브런치에 이 글을 쓴다.
책바, 그리고 청소부시인 을 만나게 해준 유키즈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