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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컬리 Feb 09. 2021

평상과 낮술

나의 아지트에서 마시는 낮술

낮술마니아와의 독대

나는 아지트에만 가면, 술을 마신다

먹고 마시러 가는 곳이 사실 아지트이기도 하다

메뉴는 모인 사람들끼리 즉흥적으로 정하거나 누군가가 메뉴를 정하고 장을 봐오기도 하는데,

주로 마당이나 마을, 근처 산등에서 채취를 하거나 마을에서 얻은 것들을 이용한다

물론, 한살림에서 장을 보거나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요리한 음식들은 너무 맛있고, 신선해서 나에게는 보약이다

그래서 괴산에서는 끊임없이 먹는다. 꽤 좋은것들로 잘 해 먹는다


그중 빠지지 않는 것은 술! 술이다

같이 모여서 밥을 먹을때면, 밤낮가리지 않고 나는 꼭 술을 마신다.

저녁에 마시는 반주보다 낮술이 훨씬 더 짜릿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대낮에 술을 마시고 취해도 정신차리고 해야할 일이 없다는 것이 엄청난 해방감을 준다  

그 해방감을 즐기기 위해 나는 술을 마시는 행위를 좋아한다
술잔을 앞에 놓고 기울이며 입에 갖다대는 그 행위 말이다..


온전히 하루를 느슨하고 여유롭게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낮술.  

햇살좋은 날 바람 살살 부는 평상 위가 젤 좋다  


내가 첫번째로 사랑하는 것은 빛이고, (나는 빛을 정말로 사랑한다.)
두번째로 사랑하는 것은 술,
세번째로 사랑하는 것은 평상 이다.

인간들을 빼고 말이다.


최근에 낮술 마니아가 아지트에 나타났다.

그 친구와 처음으로 평상이 아닌 곳에서 낮술을 하게 되었는데, 그곳은 장날 순대집에서 였다.

마침 주말과 5일장(괴산은 3일, 8일)이 겹치는 날이었는데 이럴때면 일단 장에 가고 본다. 싸고 맛있고 재미있는 볼거리들이 넘치는 장을 놓칠수 없기 때문이다.

이 시장통 한가운데쯤에서 쉼없이 순대를 썰고 포장하고 있는 가판이 하나있는데  순대를 좋아해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순대만 늘 포장해가곤 했다. 처음으로 가판 뒤쪽의 오래되고 분잡한 느낌의 문을 열고 들어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무리들 틈에 자리잡아본다.  


시장의 북새통과 그 적당한 소음들로 부터 살짝 떨어져, 순대를 사려고 기다리는 사람들과 순대를 파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먹는, 막걸리와 순대(순대국밥,그냥순대,야채순대). 나는 그럴때 순간 행복해진다.  낮이고, 술이 있고, 순대가 있고 적당한 소음과 부단한 사람들의 생명력. 그 한가운데에서 술을 꿀꺽꿀꺽 들이키고는, 딱 한잔에 취해버린다

낮술 친구 덕에, 아지트를 중심으로만 움직이던 나의 반경이 확장되던 순간이다


내게, 낮술은.  

술을 통해 그 순간의 느낌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시간이 멈춘 공간의 에너지들이 내 술잔에 응집되어 들어오는 것

내 정신이 이 술에 집중되고 순간에 모여드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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