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나가라면 나가야죠

대신! 내가 정말로 살고 싶은 곳을 찾을 때까지만 기다려주세요~

by freesunny

2년 전 재계약 시점에 내게 온 통보는 '소득기준초과로 재계약 불가'였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고, 무엇보다 '소득초과'가 이유였기 때문에 나가라는 통보가 싫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운 기분으로 집을 보러 다녔다.


그러다, 최종으로 받은 통보문을 열심히 살펴보니,

월세의 할증이 붙은 금액으로 내면 계약을 1회까지는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안 그래도 나가야 하는 기간이 너무 촉박한 상황이어서 걱정을 했는데.

조금 더 높은 월세를 내더라도 당장 나가는 것보다는,

살면서 찬찬히 이사할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이때부터 경매 공부를 시작했다.

유튜브 강의가 많았지만, 책을 보는 게 더 안정적이었다. 세권 정도를 완독하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대부분 내용이 중복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을 통해 잘 모르는 분야를 공부하려면 대가들이 쓴 책을 찾아서 여러 권 읽는 게 가장 빨리 습득하는 방법이란 것을 경험했다. 어느 정도 학습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목차에서 중복되지 않는 부분들만 찾아서 보면 된다. 물론 더욱 깊이 들어가는 실경험을 통한 습득, 법률지식과 소송을 통해 쌓을 수 있는 노하우는 다른 영역이다. 이건 감히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고, 투자목적이 아니라 내가 살 집을 구하는 것이었으므로. 꼭 필요한 만큼만 배웠다. 그리고 바로 경매 입찰을 시도했다.

처음으로 경매 입찰을 해 본 경험은 굉장히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이었고, 당연히? 낙찰받지 못했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어렵지 않구나! 란 자신감이 생겼다.


다만 몇 번 입찰을 해보면서 분명한 현실을 알게 되었다. 당일 경매물건의 5% 미만(1~3건 정도)이 아파트인데 입찰자의 90% 이상이 나와 같은 아파트에 몰리는 것이다. 그만큼 경쟁률이 올라갔고. 입찰가와 실거래가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여러 번 같은 패턴으로 떨어지다 보니 경매에 대한 흥미가 자연스럽게 떨어지면서, 매매를 진지하게 알아보기 시작했다. 위험부담을 안고서 굳이 아파트 경매를 해야 할 필요를 못 느끼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차익으로도 낙찰을 받는 이유는 있을 테지만, 초보인 내게는 위험부담이 더 커 보였다)


이렇게 지난 2년간, 아파트 경매도 경험해 보고, 아파트 실거래가의 추이를 살피기도 하면서 내가 살고 싶은 동네의 아파트를 물색하고 있다. 부동산 임장도 열심히 다니고 있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아직도 결정을 못했다.


나만의 기준, 내가 살고 싶은 아파트는 이런 곳이다.

강이나 산이 멀리 서라도 보이는 거실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해가 잘 들어야 한다.

원활한 교통 흐름을 갖고 있어야 한다.(교외로 빠져나가기 좋아야 함)

지하철역이 가깝고 도보상권이 발달되어야 한다.

산책을 할 수 있는 곳들이 근처에 있어야 한다.

일터에서 멀지 않아야 한다.

예산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동안 찾아낸 곳 중. 딱 하나 지하철역이 가깝지 않다는 것만 충족하지 못한 곳이 있다.

하나만 빼고 나머지 모든 것을 충족하는 이곳으로 결정해야 할 듯하다.


예전의 나는, 집을 구할 때 기준이 오직 하나 '예산'이었다.

그만큼 가난했고, 가진 돈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의 현실을 보여주는 부동산 중개인이 괜히 미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금을 마련하여 내가 살고 싶은 아파트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부합하는 곳을 찾고 있다. 삶에서 가장 큰돈이 들어가는 주거에서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공공에서 제공하여 얻게 된 도움 중 아마도 가장 큰 도움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도움을 나는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차곡차곡 저축하고 더 좋은 주거환경을 얻기 위해 꾸준히 준비해 왔다. 이 과정에서 느낀 성취감은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값지다.


곧 내가 새로운 집으로 가고, 새로 들어오게 될 또 다른 누군가인 나에게.

내가 이곳에서 품었던 생각들이, 키웠던 꿈들이 내게 날개가 되어 주었듯이

이곳에 심어둔 그 꿈이 새로운 나에게도 가 닿기를 바란다.

너는 여기서 꿈을 계속 키워내고, 나는 더 큰 꿈을 찾아 나아간다.

감사했고 사랑했다. 고맙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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