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행복할 수 있을까?

18시 이전에도 행복할 수 있으려면

by freesunny

사무실에는 18시가 되면 산사의 명상음이 울린다. 직원 중 한 명의 핸드폰에서 나는 알림소리인데

처음엔 그냥 가벼운 알람소리가 나더니 언젠가부터 사찰에서나 들을 법한 이 새소리가 조용히 흘러나오면

사무실의 분위기와 너무 상반된 느낌이 들어 절로 웃음이 터진다. 참으로 센스있는 알람이다.


내가 자리에 있을 때면, 알람소리를 듣고 "여러분 퇴근합시다!"라고 외쳐주며 퇴근을 독려하지만,

그것은 그저 맘 편히 가도 된다는 신호 정도이지. 그들이 내 말에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하루는 회의실에서 회의를 한 후 사무실로 들어가려다 마침 문앞에서 누군가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18시를 맞이하게 된 그런 날이었다

나는 밖에 있었지만 안쪽 사무실의 소리가 들렸고 그들은 내가 밖에 있는걸 모르는 상황이었다

사무실은 18시 알람이 울리자, 다른 세상으로 변했다

그것은 마치 12시 땡하면 마법이 풀리던 신데렐라처럼. 18시 땡하니 마법이 풀려 행복의 열매를 먹게 된

파티원들처럼 즐거운 몸과 마음, 언어들을 사용하며 파티장을 향해 문을 나가고 있었다

가방을 들고 서로 흥겨운 수다를 나누며 평소보다 느린 걸음으로 사무실을 빠져 나갔다.


낯선 사무실.

이토록 활기차고 신나는 곳이었던가? 이런 사람들이었던가? 그동안 나는 무엇을 잘못 한 것인가?

란 생각들이 들었다.


물론 내가 없을 때 사무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일정이 취소 되어 예상보다 빨리 사무실에 복귀한 날, 반차를 썼지만 조금 일찍 출근한 날.

마치 야자 감독이 없을 때 떠들어대던 고등학교 교실처럼 왁자지껄해서 처음엔 충격도 받았다.

내가 학교 선생님도 아닌데, 야자감독도 아닌데 내가 나타나면 다들 자리로 돌아가 아무일도 없었던 듯

입을 꾹 다물고 일을 하는 모습에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되었다

팀장이나 관리자들이 없는 시간을 체크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과라는 것도,

그 때가 쉬는 시간, 노는 시간이라는 것도 다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암튼 그런 나였지만, 퇴근 시간 알람음에 순간 활기와 활력이 넘치고 파티장을 방불케하는 열띤 분위기에

놀란 것은 또 다른 느낌이긴 했다. 그것은 그동안 못 보았던 활기와 활력이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18시에 이르러서야 뿜여져 나오는 저들의 활기와 활력을 18시 이전에 나오게 할 수 있을까?

그 것은 팀장인 나의 과제이고 숙제이다.

이전 09화번아웃이 이런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