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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자두 Jun 30. 2023

허상 같은 개발자 경력들

SI 개발자 출신. 남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사진 출처 : unsplash


PM일을 하면서 가장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은 나에게 개발에 관련된 질문을 던질 때, 회의에서 개발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다. 특히 백엔드 관련 질문이 나오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최대한 아는 지식을 쥐어짜게 된다. 사람들의 표정은 '쟤 개발자 출신이라며?'라는 의아한 표정. 그 표정을 보고 있으면 쥐구멍으로 숨고 싶은 심정이다. 매일 작게 한숨만 푹푹 쉬게 되는 내 모습이 너무 창피하다고 하다.


나는 이런 상황들이 계속될 것을 알기에 백엔드에 관련된 기초 서적을 몇 권 구매하였다. 서버와 네트워크 쪽은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림으로 설명한 책을 구매하였다. 기초를 잘 다져놔야 어려운 책들을 읽을 때 이해가 어느 정도 되기 때문이다. 책이 배송되고 나서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짧지 않은 개발자 경력에서 얻은 게 없다는 것이 너무나 창피했다. 이래놓고 연봉 많이 받기를 바라냐 자두야? 


요즘은 기획자가 기획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세상이 아니다. 디자인 지식도 알아야 하며, 개발 지식도 알아야 소통이 되는 시대다. 이전보다 더 강조되고 있는 추세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는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백엔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개발자 시절 배포도 해본 적이 없고 그저 UI 찍어내느라 바쁜 사람이었다. SI 프로젝트에 투입되면 기계처럼 화면을 찍어내는 개발자들을 발에 치이도록 볼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나였다. 괜히 SI가 개발자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라도 해서 서버 세팅도 해보고 배포도 해봤어야 했는데.. 그런 것들을 해보지도 않고 손을 털어서 나에게 남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유명 앱 기술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을 보고 이해 안 되는 부분은 유튜브에서 찾아 강의를 듣는데 이게 어려우면서 은근 재미가 있다. 왜지? 왜 이제 와서 재밌게 느껴지는 거지? 역시 남의 일이 내 일 보다 재밌다는 건 팩트다. 이미 흘러 보낸 개발자 시절을 붙잡을 수도 없기 때문에 오늘도 나는 개발 서적을 펼친다. 잘해보자 개발자 출신 기획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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